장송의 프리렌 1기

Sousou no Frieren

원작을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만, 애니메이션으로 정말 잘 만들어진 수작이네요. 보통 원작을 본 작품은 애니메이션화된 경우 ‘원작이 낫네’ 라던지, ‘너무 축약했어’, ‘그럭저럭 괜찮네’ 정도의 평가를 받기 쉬운데, 이 작품은 정말 원작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하나하나 잘 챙겨 채워준 멋진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그만큼 정지된 컷에서 생략된 뉘앙스라던지, 원작에서 스리슬쩍 넘어간 부분을 꼼꼼하게 잘 연결해준 부분이 눈에 띄어 좋았어요.

용사 일행과 함께 10년간에 걸친 모험 끝에 북쪽 끝 마왕성에서 마왕을 해치운지 50년, 프리렌은 옛 기억을 쫓아 사제 하이터가 키우던 마법사 페른, 전사 아이젠이 키워온 슈타르크와 함께 이제는 죽고 없는 용사 힘멜의 기억을 좇아 북쪽 엔데에 있다고 알려진 오레올을 찾아나선다. 그 여정은 한편으로는 힘멜과 함께한 기억을 되새기며 발자취를 좇아가는 용사 일행을 추모하는 장송의 여행이기도 하면서, 마왕을 무찌를 당시 마무리하지 못하고 남겨둔 마왕군의 잔당을 하나하나 저세상으로 돌려보내는 저승사자로서의 마무리이기도 해요. 장송의 프리렌이란 제목은 이런 두 가지를 다 담고 있는것 같습니다.

예전 힘멜과 함께한 기억을 되새기는 프리렌은 순간순간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힘멜과 동료들의 마음을 5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해하게 되며 눈물도 흘리고 이제는 조금 더 성숙한 마음으로 페른과 슈타르크 같은 동료들에게 힘멜의 그 마음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여전히 미숙하고 단명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고, 알 수는 없지만 알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놓지 않는 모습이 이 애니 속에서 순간순간 잘 표현되어 있어요. 원작보다 감동이 진해지는 부분이 바로 그런 면인 것 같습니다.

일단 1기의 여정은 여행의 시작부터 북쪽으로 진입하기 위한 마법사 1급 시험의 마무리까지였네요. 현재의 인기로 볼 때 2기는 원작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황금향의 전투가 주요 사건이 될 것이라 여겨지는데,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2기에서도 1기같은 세심한 기획이 잘 이루어지길 바래 봅니다 🙂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r99 판) - 나무위키

기나긴 연재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이런 분량을 마지막까지 성실하게 연재해주신 작가님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드네요. 덕분에 매일매일 읽을거리가 끊이지 않아 즐거웠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여러 국가가 합심하여 태평양에 세운 국제해저기지. 이곳에 치과의사로 부임하게 된 박무현이 주인공입니다. 처음에 어리버리하며 예상처럼 화기애애한게 아닌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기지 분위기에 황당해하면서 적응하는가 한 박무현은 갑작스레 숙소가 물에 잠기며 기지가 침수되고 있다는 황당한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박무현은 탈출을 위해 계단도 오르고, 총격전에 휘말리기도 하고, 테러범의 손아귀에 떨어지기도 하지만 특유의 선한 마음가짐으로 사람들을 대하며 탈출을 ㅣ도하지만…

죽고 맙니다. 그런데 그냥 죽는게 아니라 총에 맞기도 하고, 상어에 물리기도 하고, 손가락이 잘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죽은 매번 자신의 방으로 회귀합니다. 물이 차오르고 있던 그 상황으로요. 박무현은 전 회차에서 구하지 못한 누군가를 구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또다른 루트를 계속해서 시도하기도 해요. 가장 도움이 되었던건 엔지니어팀장인 신해량, 그리고 그 직속인 백애영이었고, 그래서 정말 우정이 쌓이는걸 느낄 수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알게 된 사실은, 이 사고에 무한교라는 세기말 종교가 개입해 있다는 것. 박무현이 회귀하는 것도 이 무한교가 사고를 통해 과거로 돌아가려는 시도와도 상관이 있다는 것이죠.

과연 박무현은 이 무한루프같은 회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벗어난다면 이를 위한 조건은 무엇일지 찾아가는 과정이 탈출 시도와 함께 펼쳐집니다. 정말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고, 캐릭터 한명한명에게 애정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이었네요. 강추합니다!

블루 피리어드

블루 피리어드/애니메이션 - 나무위키

독특하게도 미술이란 분야를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원작인 만화책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 관심이 있었는데, 넷플릭스에 애니메이션이 뜬 걸 보고 시작했다가 며칠만에 완결까지 달렸네요. 그만큼 흡입력이 있고 잘 구성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 야토라는 공부는 잘하지만 가족의 바람에 따라 재정적으로 부담이 적게 가는 괜찮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학교 미술시간에 자신의 그림을 그려보라는 과제를 받고 자신이 친구들과 놀러다니다 새벽에 본 시부야의 푸르스름한 느낌을 담은 그림을 그리게 되고, 친구 하나가 그런 느낌을 알고 공감해주자 새벽까지 몇편씩 스케치를 한 끝에 미술을 전공하기로 마음을 굳힙니다.

완전한 초짜이지만 미술이란 것이 자신의 마음을 담은 무언가를 시각적으로 표현해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한다는 것,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의 짜릿함이 원동력이 되어 시작하지만, 그 과정은 험난합니다. 부모를 설득해야하고, 학원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배울것은 가득,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깊이가 더해가는 것이 또 다른 재미이죠. 여기에 초반에는 뮤즈인 모리 선배와 선생님이, 중반에는 학원의 마유 선생님과 학원 동료인 마키, 하루카가, 종반 입시에서는 미술부 치구인 류지와 학원 동기인 요타스케와의 교류와 경쟁을 통해 몇 단계씩 업그레이드하는걸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네요.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정말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멋진 작품입니다. 다만 류지라는 인물의 개성이 좀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나름 다양성의 표현이라 보고 넘어가도 좋을 것 같아요. 대입 후 이야기도 나중에 원작으로 찾아볼까 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

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8점
이수연 지음/클레이하우스

심리부검센터라는 이름으로 자살한 사람들과 관계된 가족 등 남겨진 사람의 의뢰를 받아 마음을 정리하도록 도와주는 기관을 운영하는 지안 소장의 관점으로 처음에는 지안의 어린 시절에 대한 실마리를 살짝 이야기하고, 중반은 몇몇 케이스와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 정리를, 그리고 후반에는 센터에서 일하는 상우 씨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안 소장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면서 사건 자체보다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 케어, 그리고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한 정리 등을 보여줍니다.

그 가운데 소품으로 등장하는 것이 지안 소장이 어릴적 늦게 귀가하는 아빠를 기다리곤 했던 골목 한켠의 공중전화 박스. 각각의 자살 케이스에서 죽은 사람이 가장 많이 생각했던 사람에게 마지막 순간 자신의 마음을 들려준다는 환타지스러운 설정이 각 에피소드를 정리하는 멘트로 등장합니다. 덕분에 누구도 알 수 없는 애매한 마음이 독자에게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납득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매개체가 되는 것 같았어요. 실제라면 정말 죽은 그이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평생을 궁금해하며, 때로는 원망하고 때로는 아쉬워하며 살게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말이죠.

평상시 살아갈 때, 고민할 때, 어울릴 때 등 순간순간 서로의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최소한 알려고 생각하고 배려하려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도 살펴주고 신경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책이었어요. 좋았습니다.

비극의 원흉이 되는 최강악역 최종보스 여왕은 국민을 위해 헌신합니다

비극의 원흉이 되는 최강악역 최종보스 여왕은 국민을 위해 헌신합니다 😜 - 완결 - Linkkf 애니 TV (자막 - 더빙) 애니 Linkkf - 자막 - 더빙

어쩌다보니 아이가 보고싶다고 해서 보게 된 애니메이션. 12부작이라 짧기도 하고 내용은 건전해서 뭐 어때 하고 주르륵 완주했네요. 트렌드답게 게임 속으로 빙의했는데, 그게 게임의 최종 보스이자 악역인 최강 빌런 여왕. 하지만 게임상의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자 계속 ‘국민을 위해’라는 자기암시를 하면서 완전 명군으로 거듭나고 있는 후계자 공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성향답게 공략대상(?)인 남캐가 주르르르 쏟아져 나오는건 덤이라면 덤이겠지요.

1기에서 인신매매집단을 일망타진하는 주요 이벤트가 나오긴 합니다만, 아직 떡밥상 갈길이 멀어보이는 스토리였어요. 하지만 인기나 작화나 그냥저냥인터라 2기가 나오기는 힘들듯 해서.. 아마 라노벨로 보게 되려나? 근데 평가도 그냥저냥.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애매하네요. 제목도 제가 본 애니 중 가장 길어서 기억하지도 못하겠고.. 간만에 본 애니 평이 이래서 아쉽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