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아킬레스와 헥터, 그리고 전쟁의 원흉(-_-) 헬렌과 파리스


보고 나니 속이 시원하네요. 그동안 트로이 관련 포스팅이 올라올 때마다 스포일러 피하느라고 꽤나 고생했거든요. 별로라느니 괜찮다느니 이래저래 말이 많은 모양입니다만, 나름대로 기대한 만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헥터. 가장 멋진 캐릭터였어요

일리어드는 어릴 적부터 워낙 좋아하던 이야기라 줄거리를 속속들이 알고 있답니다. 덕분에 영화를 보면서 ‘여긴 이 에피소드가 빠졌네’ 라든지, ‘저 캐릭터는 저런 역할이 아니었는데’ 라든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일리어드의 스토리를 많이 변형시켜서 많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두 시간에 불과한 러닝 타임으로 10년간에 걸친 대공방전을 세세히 묘사하긴 힘들었겠지 하는 생각으로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나름대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노력이 가상했으니까요.

영화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역시 아킬레스의 액션이 아닌가 싶네요. 대단위의 전투 신 중에서 그렇게 한 사람의 영웅을 돋보이게 묘사하기란 쉽지 않았을텐데 브래드 피트를 그 정도로 띄워줄 수 있었던 연출에는 점수를 높게 주고 싶습니다.

아킬레스와 브리세이스

특히나 헥터와 아킬레스의 1:1 대결은 액션 대전 게임을 보는 듯해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아킬레스와 브리세이스의 미묘한 애정관계에 대한 묘사도 신선해서 좋았구요. 하지만 무언가 중요한 포인트가 빠진 것 같아 많이 아쉬웠습니다. 주로 아킬레스 스토리를 중심으로 끌고 나가고자 한 점에는 전적으로 괜찮은 시도였다고 생각하지만, 중간중간 자꾸만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한것 같아 아쉬웠어요. 차라리 초반의 헬렌 납치나 중간의 파리스 vs 메넬라우스 대결을 건너뛰고 아킬레스와 페트로클로스의 갈등이라든지 아킬레스의 라이벌로서의 헥터를 쫓아가 줬으면 좀더 집중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프리아모스 왕. 나중에 보여준
용기있는 모습은 꽤 괜찮았어요

뭐, 역시 최고의 캐릭터는 아킬레스와 헥터입니다. 액션도 액션이지만 아킬레스의 야성과 순수함, 헥터의 자상함과 충실함이 너무 좋았어요. 덕분에 브리세이스와 안드로메체의 연기도 살아난듯. 신앙과 현실 사이의 갈등을 보여준 프리아모스 왕도 꽤 괜찮았구요. 최악의 캐릭터라면 두말할 것 없는 파리스와 헬렌. 꿔다놓은 보리자루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겠죠. 영화가 안좋은 평을 받은 이유는 이 두 캐릭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군요. 특히나 마지막의 파리스는 공연장에 갑자기 난입한 깡패같은 느낌이더군요 -_-

일리어드의 실사판으로서, 또한 스타워즈의 고대판 액션으로서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표값은 하지 않았나 싶군요. 특히 방패가 전투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잘 봤어요. 액션 중 방패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던지.. 그 부분만 다시 돌려보고 싶군요 🙂

3 thoughts on “트로이

  1. 핑백: interlude 4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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