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업무적으로 기계식 키보드에 대해 분석 및 조사를 할 일이 있어서 몇 가지 종류를 접해보게 되었습니다. 우연히도 맡겨진 제품들이 다 로우프로파일이라는 낮은 키 높이의 제품들이었는데, Nuphy사의 AIR75 v3, 그리고 Cherry사의 MX LP6.1과 MX Board 10.0LP의 세 제품이었어요. 원래 기계식의 원조격이라는게 Cherry였는데 뜻밖에 Nuphy사의 제품 완성도가 더 높았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조사 및 보고 후 관심이 생겨 이리저리 알아보니 로우프로파일보다는 일반프로파일이 확장성이나 선택지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추천품들 찾아보고 여기저기에서 타건감도 확인해보고 하면서 독거미나 조약돌 같은 제품들을 염두에 두고 중간중간 당근에서 물건들도 알아보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지난번 인상이 좋았던 Nuphy사 제품이 너무 좋은 가격에 올라온거에요. 바로 구매하겠다고 하고 업어온게 AIR96 v2이었습니다.
지난번 조사했던 AIR75 대비 텐키가 있어 조금 더 넓지만 노말프로파일의 텐키리스와 엇비슷한 폭이라 휴대성도 좋고 케이스도 달려있고 해서 마음에 들었네요. 어릴적 사용하던 청축이라 타건감도 좋았고.. 하지만 회사에서 쓰려면 청축의 딸깍거림이 좀 마음에 걸려 당근에서 소음이 덜한 택타일 타입의 위스테리아축을 추가로 구매했습니다 (사용기를 보면 모스축이 더 끌리긴 했지만 물건이 없더군요)

회사에서는 매우 잘 썼고, 스위치 교체도 쉽게 잘 되었고, BT/무선/유선을 모두 써보면서 어떤게 오타가 덜 나나 비교해가면서 확인도 해보고 했는데, 쓰다보니 펌웨어가 업뎃되면서 오타가 많이 줄어드는것 같다는 이야기가 얼핏 보이네요. 원래 펌웨어가 완성도가 미진한 점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어제 펌웨어 업데이트를 시도하게 되었어요.
Nuphy 펌업을 하면서 알게된건, 이 회사가 거의 동호회 수준으로 시작해서 자기들이 마음에드는걸 만들어 올리다보니 이런 펌웨어는 아직 커스텀 수준이라는 거였습니다. 일단 펌업을 할때 세번의 과정을 거쳐야 해요. (1) 바이너리 업데이트 → (2) RF업데이트 → (3) 동글 업데이트. 게다가 바이너리 업데이트하는데, Nuphy의 전용 프로그램이 아니라 QMK Toolbox라는걸 이용해야 하고, RF업뎃도 nRF라는 또다른 툴을 사용해야합니다. 바이너리 업데이트 할때 보니 콘솔창이 뜨고 여기에 디버깅 수준으로 플래시 삭제 및 다운로드가 텍스트로 표시되는데 이게 뭐지 싶었는데.

펌업 이후 이리저리 자료를 찾다보니 커스텀 키보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레퍼런스가 QMK 혹은 ZMK라는 오픈소스가 있더군요. 2018년경 몇가지 칩셋 기반으로 키보드의 기능을 구현한 레퍼런스 소스가 c로 컴파일할 수 있는 RTOS기반 자료로 공개되었고, via를 통해 키 배치를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게 구조를 설정했다고 하네요. 이게 QMK라는 이름이었던 겁니다.
근데 이 QMK는 유선을 기반으로 해서 USB는 잘 지원이 되었지만 무선지원이 없었고, Nuphy는 이 QMK를 기반으로 만든 프로젝트성의 제품이기에 펍업 할때도 QMK Tool을 사용해야 하는데다가 무선은 별도로 구현한거라 업데이트도 따로 해야 하는거였네요. 업데이트하는 시간도 지우고 다운로드하고 하느라 30분 정도로 꽤 긴 시간이 걸립니다. (ZMK는 블루투스 무선 지원을 기본 내장하고 파이썬 기반 코딩이라 좀더 쉽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업뎃을 하고 보니 오타도 줄어든 것 같고 라이팅도 일부 직관적으로 바뀐 부분도 있어 마음에 듭니다. 덕분에 키보드 커스터마이징의 역사도 살짝 엿볼 수 있었고 말이죠. Nuphy의 신제품 v3 라인업부터는 이제 QMK를 벗어나서 Nuphy io라는 별도 인터페이스를 적용했다니 좀더 완성형으로 가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참고로, 관심있던 일반프로파일 제품은 짝궁이 관심을 보이는 김에 아콘 사의 프리플로우 AK74라는 풀키보드를 하나 당근에서 따로 구했습니다. 상당히 육중하지만 예쁘게 잘 나와 만족하면서 쓰는것 같네요. 이쪽은 워낙 전문적으로 만드는 회사라 저같은 로우레벨의 좌충우돌을 겪지는 않는것 같아요. 그래도 마음에 들어하고 잘 쓰고 있다니 좋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