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

링크8점
LINKED – The New Science of Networks
알버트 라즐로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 외 옮김/동아시아

간만에 읽은 과학서적이다. 보통 과학서적 치고 이과 출신인 나를 감화(?)시켰던 책은 거의 없었는데 이 책은 꽤 괜찮았다. 전문용어로 가득한 딱딱한 학술서적도 아니었고, 흔한 이야기를 대단한 것인양 포장한 뻔한 교양서적도 아니었다. 오히려 신선한 주제를 재미있고 논리적으로 이야기해나간 멋진 작품이었다. 바라바시 교수 만세!

처음에 제목만 보고서는 당연히 위상기하(Topology)에 대한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한 책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역시나 앞부분(두 번째 링크: 무작위의 세계)에서 위상기하의 단골손님인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문제와 오일러의 해법이 등장.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조금씩 벗어나더니 나중에는 전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논리를 전개해나갔다. 분리, 80/20법칙, 노드, 링크, 허브, 그리고 척도 없는 네트워크로의 발전.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감동.

자신이 재미있어하는 주제를 가지고 계속 파고들었던 바라바시 교수, 그리고 그와 함께 한 사람들이 참 대단했고 부러웠다. 인터넷뿐만 아니라 경제, 인맥, 전염병, 심지어 생물학에까지 네트워크 이론을 확장시킬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재미있어서 계속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보지 않았다면 이룰 수 없는 성과였을듯. 어쩌면 재밌어보인다는건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책을 읽다 보면 정말 즐겁게 작업했을것 같다는 느낌을 계속 받게 된다.

보통 돈을 벌기 위한 직업과 자신이 재미있는 것을 하는 취미생활은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지만, 정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서 계속 파고드는데, 그 일이 직업적 기능까지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어느 쪽이 진실일까.

어쨌든 즐거운 책이라는 느낌. 사회학이나 경제학, 또는 생물학도 포함하는 내용이니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spoiler show=”덧글” hide=”p.s.”]KAIST 물리학과의 정하웅 교수님이 큰 역할을 하신듯. 그런데 이론의 제시보다는 주로 ‘컴퓨터의 천재’로서 손발로서의 구실만 한 것 같아 아쉬웠다. 언제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건 머리 아닌가.[/spoiler]

당신이 웹 브라우저를 통해서 어떤 문제를 해결했을 때, 당신이나 당신의 컴퓨터가 그 해결이 어느 곳으로부터 왔는지를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나는 어렵지 않게 머릿속에서 그려낼 수 있다. 해결의 출처를 꼭 알아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당신의 두뇌 어느 곳에 ‘A’라는 문자가 저장되어 있는가를 굳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는 것처럼.
– p. 262 열한 번째 링크 : 인터넷의 등장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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