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한참 내리던 주말, 미리 예약해두었던 삼성미술관 리움(Leeum)에 처음 가봤습니다. 개관했을 때는 북적북적 사람이 몰리던 모습을 뉴스에서 봤던 기억이 있는데, 한참 지난데다가 비도 엄청 많이 오는 바람에 매우 한산하더군요.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 세 채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서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산은 입구에 보관하고, 상설전시관과 특별전시관 표를 구입하고, 작품안내용 PDA를 대여하면서 전시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상설전시관은 크게 한국고미술과 현대미술로 나누어져 있더군요. 작품 앞에 설 때마다 PDA에서 해당 작품의 설명이 시작되어 재밌게 볼 수 있었습니다. 최초 들어가게 되는 4층의 다양한 청자들, 현대미술관의 독특한 설치작품들이 눈길을 끌더군요. 여유로운 배치와 알기 쉽게 구성되어 있는 동선, 그리고 안정감이 좋았습니다. 몇 번을 보더라도 좋을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좀더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시간관계상, 그리고 이번 관람의 목적상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꼭 봐야 할것 같아 특별전시관으로 향했습니다.
마크 로스코는 작품에 표현된 붉은색의 사각형으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그림에서 보듯 여러 색상을 겹쳐가면서, 가장 위에 표현된 색상 속에서도 아래 품은 색상이 배어져 나오는, 독특한 작품을 여러 점 보여주고 있죠. 조금은 어두운 듯한 갤러리의 통로를 따라, 많은 수는 아니지만 약간씩의 초기, 중기, 후기의 작품을 보며 어떤 과정을 거쳐 그의 작품이 만들어져 왔는가를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갤러리 중앙의 홀 같은 공간을 빙 둘러 걸려 있는 네 점의 작품은 현대미술 상설전시관에 걸려있는 두 점과 함께 마크 로스코의 작품다운 느낌을 가장 잘 전해주고 있었어요. 바라볼수록 빠져들어가는 깊은 붉은색. 아름다왔습니다.
특별전시관 지하의 백남준 추모전을 마지막으로 관람을 마무리했습니다. 백남준씨의 작품은 한동안 계속 전시되어 있을 모양이더군요. 여유롭고 기분좋게 작품들을 둘러 볼 수 있는 이런 공간이 생겼다는게 기분이 좋아요. 다음에는 좀더 여유를 가지고, 날씨좋은날 야외전시도 둘러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