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그림자 1 –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문학과지성사 |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장편소설입니다. 그제 일기에서 단순히 ‘읽고 있다’고만 언급했을 뿐인데 니야님과 은 누님이 열렬한(?) 호응을 보여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그만큼 마음에 들고 좋은 기분으로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같은 베스트셀러 소설이라도 다빈치 코드와 같은 대중적인 소설과는 궤도를 달리하는 느낌이에요. 다빈치 코드가 패스트푸드라면 바람의 그림자는 정식 만찬과 같은 느낌이랄까요? 적절한 인물의 배치와 잔잔하게 인물과 어울려 녹아드는 바르셀로나라는 배경, 교묘하게 배치해서 맞아떨어지는 사건의 구성, 이야기 전체에 흘러드는 사랑과 운명의 그림자가 이 소설을 만들어나갑니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은 ‘잊혀진 책들의 묘지’. 책과 묘지. 얼핏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묘한 분위기로 매칭이 되는 이름의 그 곳에서 다니엘이란 아이가 발견한 책이 바로 소설의 제목과 동일한 바람의 그림자였어요. 이 책에 반한 나머지, 다니엘은 저자 훌리안 카락스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게 되고, 운명처럼 훌리안 카락스와 그의 주위 사람들에 얽힌 17년 전의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다니엘, 다니엘의 아버지, 페르민, 클라라, 베아, 누리아 등 한명 한명이 무심한 듯 지나가는 인물처럼 등장해서 얼마 뒤 결정적인 장면에 전혀 다른 얼굴로 나타나는 과정이 마치 안개 반대편에서 솟아나오는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 해 순식간에 일어나 다니엘의 삶을 뒤흔들어놓은 사건들 – 그것은 다니엘의 마법의 가을이었겠지요. 아아 운명이란 아름다와라.. ^^;;;
바르셀로나란 도시는 가우디의 작품으로,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는 스페인 남쪽의 도시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제는 옛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안개낀 도시라는 다른 면모로도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언젠가 그곳을 찾아가면 다니엘의 발걸음을 쫓아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