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에 보고서 한참동안 왕가위 감독 영화에 빠져들게 만들었던 작품입니다. 작은 상영관에서 보았지만 그당시 감정상태와 공간 덕분에 완전히 푹 빠져 보고서 마음 한켠에 계속 남아있던 작품이기도 하지요. 개인적으로 시네마천국과 함께 인생영화로 꼽는 작품이기도 하구요.
전반부는 금성무와 임청하의 형사 x 마약밀수범의 우연한 하루와 기억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30년 전 보았을때는 좀 어둡다는 느낌이 강한 이야기였는데, 금성무는 헤어진 연인의 기억을 마무리하며 (매일같이 같은 날짜의 통조림을 사는 집착 -_-), 임청하는 마약 밀수를 세팅하다가 하수인으로 쓰려던 인도인들에게 뒤통수를 맞아서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우연히 바에서 마주치게 되죠. 둘은 한 방에서 하루밤을 보내며 (말 그대로 임청하는 쓰러져 죽은듯이 자고, 금성무는 밤을 새 옆을 지키고), 다음 날 둘은 각자의 일에 대한 해결을 마치고 한 번의 삐삐 연락을 통해 다시 만날 가능성을 남깁니다. 물론, 그 미래가 밝지는 않겠지만요.
후반부는 왕페이가 알바로 일하는 가게에 샌드위치를 사러 오는 경찰 양조위의 이야기입니다. 양조위는 CA인 연인과 사귀다가 헤어지고, 그 CA는 비행을 나서며 양조위 집의 키가 담긴 편지를 왕페이가 일하는 가게에 맡깁니다. 평소 양조위에게 마음이 있던 왕페이는 열쇠를 이용해 양조위 집에 들어가 우렁각시처럼 청소하고 식량을 채워놓고 하다가 어느날 불시에 들이닥친 양조위와 마주치게 되어 결국 데이터 약속을 잡기까지 가지만.. 약속장소에 왕페이는 나타나지 않고 가게 주인이 왕페이의 편지를 전해주죠. 그리고 1년 후 가게를 인수해 장사를 준비하는 양조위 앞에 CA가 된 왕페이가 나타납니다. 전반부와 달리 이 쪽은 잘 될 가능성이 많이 보이네요. 밝은 이야기라 보는게 즐거웠습니다.
예전에 볼때는 이야기의 재미나 분위기를 주로 보았는데, 이번에 보면서는 군데군데 숨은 복선과 사물의 의미, 그리고 감정선의 변화, 중간중간 등장하는 조연의 대사가 더 잘 보이더군요. 그 사이 홍콩도 변했고, 그당시 배우들이나 감독의 마음도 짐작해볼 수 있는 등 배경 지식이 늘었다는것 또한 다른 점일거 같아요. 그래서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보니 화양연화를 아직 못봤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찾아보니 본 기록이 있네요. 어찌 기억력이 이런지.. 나중에 다시 보면 생각이 날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