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마운틴

언제 개봉했는지도 모르고 단지 주드 로, 니콜 키드만, 르네 젤위거라는 캐스팅만으로 보게 된 영화입니다. 역시나 아무것도 모른 채로 보는게 영화를 영화 자체만으로 평가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씨네서울이나 맥스무비의 영화정보란을 끝끝내 보지 않은 채로 감상했어요. 결론적으로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만과 아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초반 한시간 정도는 니콜 키드만의 전작인 도그빌이 연상되어서 마음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인만이 떠난 후,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전혀 생활력 없는) 아이다는 홀로 남겨지죠. 밭도 갈줄 모르고, 소젖도 짤줄 모르고, 그저 있는 물건을 맡기고 약간의 식량만 얻어서 생활할 뿐. 게다가 그녀에게 눈독들이고 찝쩍대는 티그는 최악. 방아쇠만 당겨지면 도그빌의 그레이스에게 닥친 것 같은 비극의 파도가 터져나올 것 같아 두근두근했습니다. 머릿속으로는 그런 파도가 지나간 뒤 귀환한 피의 복수(-_-)로 이어지는 스토리가 맴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루비의 등장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영화의 분위기를 확 돌려놓은 그녀, 막말을 막 해대면서 아이다 앞에 나타나서 ‘티그와 지역방위대 vs 아이다&루비’ 구도를 형성해 주더군요. 이후로는 상당히 즐겁게(?) 아이다 측과 인만 측의 고난의 행로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루비 캐릭터 너무 재밌어요. 역시 르네! 🙂

진정한 히로인, 루비~♡

전체적으로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의 구조가 바로 연상이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사랑하는 두 남녀는 바로 오딧세우스와 페넬로페를, 중간중간 인만을 도와주는 사람들은 키르케, 칼립소같은 캐릭터를, 티그와 지역방위대는 구혼자 일당과 그대로 겹쳐집니다. 아, 그러고 보니 북군은 트로이 사람들인 모양이군요. 아무래도 얼마 전에 본 트로이의 영향이 아닌가 싶지만 나름대로 일리있는 이야기 아닌가요?

전쟁 & 로맨스 영화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사실 이 영화는 고난의 과정과 극복을 묘사한 드라마라는 편이 맞을 것 같군요. 콜드 마운틴으로 향하는 여정과 풍경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화면이 마음에 듭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많이 갈릴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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