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성을 생각하며..

한 사람의 소설가가 소설을 씀에 있어서 남들보다 더 잘 쓰기 위해서 그의 작품을 써서는 안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소설가는 항상,’남들보다 더 잘’ 쓸 권리도 의무도 그에게는 없다는 사실에 대하여 소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남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가 그것을 쓰지 않으면 안될 필연성에 대한 신념 때문에 그의 작품을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소설이란 문학은,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어떤 진리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구체적 감각에 포착된 진실을 구현하는데 그 존재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 하일지 [오늘의 작가상] 심사평 중에서

얼마 전에 발견한 글 한조각이 내 가슴 깊숙이 박혀버렸다. 삶에 대한 내 자세를 근본적으로 재점검하게 해 준 글이다.

“글을 쓴다”는 말을 “삶을 산다”는 표현으로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자. 좀 더 멋지게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살아야만 하기 때문이라는 필연성에 의거해서 살아간다면..

내가 믿음을 가지는 것, 공부하는 것, 사람을 사랑하는 것, 이런 일들에 있어 “필연성”이란 단어를 끊임없이 되새기고 있다. 내가 살아야만 하는 삶을 살고 싶다.

어떻게 살 것인가. 결국은 사랑하며 살자고 하는 것 아닐까?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그리고 이런 사랑을 통하여 진실로 자기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것 같다. 내가 살아야만 하는, 사랑하는 삶.

관계성 때문에 힘들어 하는 어떤 지체에게 이 글을 띄우고 싶다. “꽃은 전해주는 사람의 손에도 향기를 남긴다.”는. 사랑은 전해주는 사람의 마음에도 온기를 남긴다. 비록 받는 사람이 같은 꽃을 선물할 수는 없다 해도, 사람 사이의 정이란 것은 깊이깊이 지워지지 않는 향기로 기억되는 것이다. 아끼며 사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의 삶이다. 사랑해야만 했다면,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위로 아닌 위로를 해야만 하는 내 언어의 빈곤함을 아쉬워하며.. 모두의 손에 오랜 향기로 남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래 전 어느 분으로부터 받은 글입니다. 10년 지난 글이지만, 아직도 저에게는 마음에 와 닿는군요. 그러고 보니, 이 갈무리해놓은 글도 저에게는 필연성에 따라 주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되새겨보는 마음으로, 이곳에 정리해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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