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와 앨리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신작입니다. 러브레터4월 이야기를 본 직후였다면 생각해볼 틈도 없이 영화표를 사서 달려들어갔겠지만, 가장 최근에 본 그의 작품이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었던 터라 약간 고민을 했네요. (상당히 심각하고 뒷맛이 씁쓸한 영화였어요 -_-) 뒤늦게 동생이 재미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집도 가깝고 함께 발레를 배우고 함께 학교에 다니는 여고생 단짝인 하나와 앨리스가 주인공입니다. 어느날 하교길에 전철에서 어떤 남학생에게 필이 꽂히는데요, 하나가 이 남학생을 스토킹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주요 줄거리입니다. (거짓말일지도 ^^;;;)

러브레터, 4월 이야기, 릴리 슈슈, 그리고 하나와 앨리스로 이어지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성장’을 다루고 있습니다. 어른이든 대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간에 누구나 어딘지 모르게 어린 구석이 있기 마련이지요. 슌지 감독은 그들의 그런 약점을 꼬집어내는 에피소드를 영화로 재구성하는데 재능이 있는것 같아요. 히로코와 이츠키는 이츠키의 죽음과 추억을 통해서, 우즈키는 선배와의 만남을 통해서, 유이치는 친구들과의 갈등을 통해 아픔을 겪고 다시 일어섭니다. 하나는 거짓말로 시작된 사랑과 실연을 겪으면서 우정을 재발견하고, 앨리스는 사랑을 놓아보내고 자신을 재발견합니다. 역시 슌지 감독다운 구성이죠?

하나

하지만 하나의 이야기가 그렇게 돋보이지 않은 것 같아 조금 아쉬웠습니다. 처음부터 대부분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앨리스가 아닌 하나였는데, 마지막에는 오히려 앨리스가 더 빛나버린것 같더라구요. 그렇더라도 앨리스가 춤추는 클라이막스는 너무나 멋졌어요. 한 마리의 새가 날아다니는 느낌. 상당히 길게 묘사하기는 했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릴리 슈슈에서 참 불쌍해보였던 아오이 유우 양이 앨리스 역을 맡아 행복한 모습이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웃으면 이렇게 예쁜 아이가 그렇게 불행한 모습이었다니, 믿기지 않네요. 덤으로 막판에 잠깐 모습을 보이는 히로스에 료코 양도 여전히 예쁘더군요. 생각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보여서 막 웃었네요 🙂

러닝타임이 좀 길기는 하지만 꽤 즐거운 영화입니다. 릴리 슈슈를 본 분이라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네요.

앨리스의 발레 - 정말 아름답습니다 🙂

2 thoughts on “하나와 앨리스

  1. 보고 싶긴 한데, 시간이…ㅠ.ㅠ
    릴리 슈슈는 못 봤는데,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해.
    스왈로우 테일 같은 분위기일까?
    스왈로우 테일은 좀 잔인하고 어지러웠던 것 같은 기억이 나는데…
    아아, 어쨌든 보고 싶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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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philia

    은 / 바쁘신가봐요? 방에서 혼자 감상해도 괜찮을만한 영화니까 나중에 천천히 보셔도 될듯. 스왈로우테일은 아직 못봤지만 릴리 슈슈는 (정말) 잔인하고 어지럽고 안타까운 느낌의 영화로 기억됩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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