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출장

트위터를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주일간 회의 관계로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2006년에 한번 오사카/교토/고베/나라를 돌아보고 왔으니 4년만이네요. 그때는 4월 파릇파릇한 봄날이었는데, 이번에는 바람부는 1월이란게 차이라면 차이고, 뭣보다 장편대하소설 대망 12권 –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이야기를 다 읽은 후라 교토와 관련된 역사 지식이 조금 늘었다면 늘은게 다른 점이네요.

아, 그리고 큰맘먹고 장만한 아이폰. 아, 이제는 3G 세상에서 로밍을 쓸수가 있어! 문자를 받을수 있어! 스카이프로 전화도 할수 있어! 3G도 월드폰도 안되는 LGT 세상에서 살다가 로밍 세상으로 오니 어찌 이리 반가울수가.. 일본에서 로밍모드 들어가며 뜨는 NTT Docomo란 글자가 너무나 반가왔습니다.

..그리고 쓸만한 이야기들. 회의만 줄창 한 월/화는 스킵.

1/20(수): 노(Noh)
일요일에 출발해서 월요일부터 회의를 한지라 그리 보고 다닐 데는 없었지만, 20일 수요일날은 social event라고 해서 함께 일본 전통공연을 보고 식사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노(Noh)라는 것인데,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판소리에 탈을 결합시킨 것이라고나 할까요? 특정 사이즈의 무대에 독특한 발음으로 대사 혹은 노래를 하는 인물과, 주위의 악기 연주자가 무대를 구성합니다. 전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 두 편을 봤는데, 탕탕거리며 바닥을 구르거나, 쇳소리로 대사를 외치거나 하는 소리가 시끄럽기도 했지만, 나름 일본의 문화 한편을 본거 같아 재밌었네요. 들어보니 일본회사에서 온 사람들도 처음 본 사람이 많았더군요. 뭐, 우리도 국악공연을 본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일테니 남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그리고 이날 저녁은 니조성 앞의 국제호텔에서 부페식이었는데, 마이코가 와서 음악을 연주하고 여유롭게 식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음식부터 서빙하는 바람에 행사는 진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겨우겨우 인사말들 하고 공연 시작하니 사람들은 다 음식으로, 공연하는 쪽은 그쪽대로 무대 앞에서 사진찍는 사람들 한가득, 그리고 준비측이 일본사람들의 식성만 생각했는지 양이 부족해서 따로 서빙하는 스시는 순식간에 거덜나고..

..겨우겨우 배만 채우고 버스타고 숙소로 귀가했습니다.

1/21(목): 마나님 강림, 돈가츠
그리고, 대망의 목요일. 생일이자 마나님게서 머나먼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들어오시는 날.

…이라지만, 현실은 여전히 회의 회의 회의.

그래도 11시쯤 걸려온 로밍전화 한통에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걸 알게 되면서 급 의욕 충만. 로밍이 좋긴 좋더군요. 공항에서 JR 표바꾸고 타는 곳까지 알려주고, 교토역 도착해서는 어느 출구로 가야 셔틀이 있는지 알려주고, 체크인해서는 문자보내고.. 그리고나서 잠시 쿄토쿄엔에 산책 다녀왔다고 하네요.

저녁이 되어서야 교토역으로 가 맡겨놓은 짐을 찾고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그래도 셔틀도 있고 니조성 앞에 있는지라 전망이 좋더군요. 물론 그만큼 숙박비는.. 뭐, 그런 기억은 이미 저 멀리..

그리고나서 교토역에 가서 잠시 이세탄 백화점 구경했어요 – 11층까지 직진 계단식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가 인상적이더군요. 마치 환타지의 신전 같은 곳을 보는 기분이랄까. 노리다케 찻잔이나 살까 했는데 의외로 노리다케 라인업이 별로 없어 살짝 실망했습니다. 백화점 닫을즈음 나와서 며칠전 가츠돈을 맛있게 먹었던 돈까스집에서 이번에는 히레/로스를 하나씩 주문해 맛나게 먹고 돌아왔습니다 🙂

1/22(금): 데판야키 🙂
드디어 회의 마지막날. 마나님께서는 전날 가본 정원 안쪽에 자리잡은 교토황궁 방문을 예약해서 다녀왔고, 예전에 가본 곳 중 은각사가 예뻤던 기억이 있어 다시한번 다녀왔답니다. 은각사쪽에서 작은 상점들 다니며 쇼핑도 했다는군요. 5시쯤 되어 드디어 회의 마무리. 교토역에서 와이프 만나 함께 숙소로 들어와 ‘니조’라는 이름의 식당에서 데판야키를 먹었어요. 철판구이는 정말 어릴적 이후로 처음 먹어보는듯. 화려한 칼춤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맛있게 조리된 야채와 고기를 먹는건 언제나 즐겁습니다. 현지에서 먹는 와규와 야채로 유명한 교토의 야채구이라 더 각별하더군요.

1/23(토): 니조성, 고다이지/엔라쿠지, 기온/가와라마치
드디어 편하게 관광할수 있는 날. 4년만에 니조성을 다시 찾았는데… 추워! 그때는 4월이었는데, 1월은 바람이 많이 불더라구요. 성 안의 마루를 걸어다니며 구경하는데, 발이 시려워서 이거 원.. 그래도 야마구치 소하치의 대망을 읽고서 돌아보니 도쿠가와 가의 생활이라든지 정치라든지 가신들의 분위기라든지 이런게 느껴지는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

점심은 간단히 회전초밥으로 먹고 – 접시당 137엔 균일가! 그래도 맛있어! 동네에서 먹을만한 건 한접시 3,4천원씩 하는데.. 역시 회전초밥은 서민의 음식 🙂 –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마나님께서 머무시던 고다이지와 엔라쿠지를 찾았습니다. 고다이지의 정원과 소박하면서도 멋스러운 건물, 그리고 대나무숲이 멋졌습니다. 대망을 보면 엄청 충동적이었던 히데요시에 비해 생각이 깊고 넓은 시야를 가진 마나님 고다이인 (혹은 기타노만도로코) 의 품성이 참 멋지게 묘사됩니다. 그런만큼 도요토미 사후에도 도쿠가와 가문 및 여러 신하들에게도 계속 존경을 받았고, 후시미 성이 파괴된 후에도 그 정원 등을 모두 이쪽으로 옮겨서 다시 만들어주었다고 하네요. 대망을 읽고 왔다고 하니 엔라쿠지의 안내인이 아주 정성스럽게 설명을 해준 이야기입니다 🙂

주변의 상점을 돌아보고, 기온 거리와 가와라마치 가를 돌아다니며 오코노미야키도 먹고 장어덮밥으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가와라마치는 어디서 많이 본듯하다 했더니 4년 전 와서 초밥을 먹은 동네더라구요. 마지막으로 도토루 커피점에서 커피 한잔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돌아왔습니다.

1/24(일): 교토타워, 니시혼간지
체크아웃하고 짐은 교토역의 라커에 넣어두고 마지막날 구경을 나섰습니다. 교토의 전망을 보고 싶다고 해서 별 생각 없었던 쿄토타워도 올라가게 되었는데, 의외로 재밌었어요. 이번에는 들르지 않은 기요미즈데라가 바로 보이고, 니조성과 황궁, 기온 거리 쪽도 잘 보여 재밌었네요. 오사카 쪽은 건물은 종종 보이는데, 안개가 끼었는지 흐릿해 오사카성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야가 어느정도 확보가 되는 날이라야 볼수 있을듯.

마지막으로 넓다란 니시혼간지를 구경하고 이세탄에서 가방을 살까말까 하며 구경을 하고서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갈때는 혼자였지만 올때는 둘이라 좋더군요. 심심하지도 않고 구경한 이야기도 하구요. 2주간에 걸쳐 주말에 쉬지는 못했짐나서도, 간만의 여행이라 마음을 쉴수 있어 좋았습니다. 일본은 가까와서 그런지 여행와서도 맘이 편해서 좋아요. 담에 또 다른 곳을 찾을 기회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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