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팽전집5-수정마개

수정마개2점
Le Bouchon de cristal (1912)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까치글방

뤼팽의 대책없는 자신감이 대책없이 드러난 작품.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 의외였다. 이래저래 시리즈 중에서 제목만 보고 빠뜨린게 아닐까.

수정마개에서는 뤼팽이 조금은 어수룩한 면모를 많이 보여준다. 대책없는 자신감은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이지만 소설 발표 시기와는 달리 전작보다 이전의 괴도 초기 시절을 다룬듯 뤼팽도 상당히 많은 실수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볼때 뤼팽의 신화가 조금 빛이 바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갈수록 액션이 가미되면서 좌충우돌하는 모습 속에서 그런대로 재밌게 볼수 있었다. 하지만 전지전능한 뤼팽의 모습을 기대하지는 않는게 좋을듯.


마음에 드는 구절:
일련의 사건들을 직접 체험하는 가운데에야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 p.31

“내가 만약 자네라면 난 이 일에서 깨끗이 손을 떼고 진심으로 올바른 삶을 살려고 할 것이네.”
“두목이 먼저 그렇게 한 다음에 하죠, 뭐.”
“왜, 그러는 게 싫은가?”
“네 싫습니다, 두목. 정직한 사람이란 고된 겁니다.”
– p.73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자네가 해내겠다?”
“내가 해낼 것이네.”
“그걸 무슨 수로 장담하는 건가? 모든 이가 실패한 걸 자네만이 성공할 수 있도록 천지신명이라도 밀어준다던가? 무슨 근거라도 있는 얘기야?”
“있지.”
“어디 들어나 볼까?”
“나는 아르센 뤼팽이기 때문이네.”
– p.139

두목님도 정직하게 사는 즐거움을 알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의 기나긴 노동이 기다리고 있고, 밤에는 뻐근한 피로감과 함께 잠자리에 드는, 이 뿌듯한 기분을 말이에요.. 하긴 두목도 모르는 건 아니겠죠? 아르센 뤼팽도 비록 보편적이진 않지만 나름대로 그러한 삶을 특별한 방식으로 살고 계실 테니까요.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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