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3: 가시나무 숲

마리아님이 보고계셔 38점
콘노 오유키 지음, 윤영의 옮김/서울문화사(만화)

가을의 한복판에서 사토 세이와 함께한 하루였습니다. 막 주말을 지나고 난 월요일이라 다운된 기분, 맑은 날씨면서도 낙엽을 날리는 바람, 그리고 쓸쓸함. 아침 출근길에 집어들고 첫장을 펼친 마리미테 3권은 이런 하루와 함께 다가왔습니다.

앞부분의 ‘가시나무 숲’은 메인 스토리의 연장입니다. 1권의 홍장미, 2권의 황장미에 이어 백장미 차례가 되었다..는 느낌일까요? 그것이 하필이면 옛 기억을 들춰내는 그런 이야기였고, 전체의 3/4를 보면서 하루가 지났습니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는 해도, 알면서 세이 양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지금의 내 모습을 바라보는 것 같아 쉽게 동화될 수 있었어요.

나머지 1/4 – ‘새하얀 꽃잎’. 세이와 시오리의 만남과 이별입니다. 봄의 꽃망울, 여름의 온실, 가을의 연정, 그리고 겨울의 잔화. 4계절이 흐르는 동안 그들은 만나고, 운명을 느끼고, 갈등하고, 헤어집니다. 그들의 모습과 나의 기억이 하나로 이어지는 지점이 있어 더욱 저릿저릿한 느낌.

꼭 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사람에게는 어떤 삶의 전환점(landmark)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기억은 몇 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고 기억 속에 새겨진 채로 남아있는 것 같아요. 요즈음 그런 기억을 각성(refresh)시키는 여러가지가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기억이 오히려 지금 내가 살아가는 힘이 된다는 생각입니다. 우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네요.

“널 만나고 싶었어. 이런 마음, 부담이 될까?”
– from 세이 to 시오리

나는 12월 25일이 되어, 내가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는 걸 알았다.
– from 세이

“알겠니? 너는 쉽게 빠져드는 타입이니까
소중한 것이 나타나면 네가 알아서 한 발 물러서도록 해.”
– from 백장미님 to 세이

나는 살아서 언니의 말을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고.
미래가 과거를 청산하는 것이다.
3월.
우리들은 3학년을 떠나보냈다.
– from 세이

스토리의 배경처럼 크리스마스 이브는 아니었지만 그 감정을 느끼기에는 오늘만한 날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덕분에 하루를 홀랑 날리기는 했지만요. 정식 번역본으로 본 3권은 만족이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10권, ‘레이니 블루’의 번역이 벌써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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