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틸다 (반양장) –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김난령 옮김/시공주니어

로알드 달의 이야기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만 알고 있다가 넷상에서 이야기되는 걸 얼핏 들어 알게 된 작품이에요. 오히려 어릴적에는 들어본 적이 없어 찾아볼 생각도 못해본 동화이기도 하네요. 서점에서 구입해놓고 절반쯤 읽었다가 중단 상태였는데, 이번에 뮤지컬을 본 김에 원작은 어땠는지 궁금해져 순식간에 완독해 버렸네요.

집에서도 사랑받지 못하다가 학교에 가서도 끔찍한 교장의 공포정치에 시달리는 다섯살 여자아이 마틸다, 하지만 너무나 똑똑하고 책을 좋아해서 도서관을 통해 엄청난 양의 책을 읽고 감상을 표현할 수 있는 말솜씨를 지닌데다가, 순식간에 몇 자리수의 계산을 해내는 능력의 소유자에요. 자기 안으로 움츠려들기보다는 한번 당하면 고소하게 복수할 줄도 알고, 뒤끝없이 당당하게 앞에 나서는 자신감도 갖춰 멋지기까지. 처음엔 못난 아빠엄마에게 장난을 치는 정도였지만, 학교에 가게 되면서 자신을 지지해주는 담임을 만나고, 공포정치를 시행하는 교장에 맞서는 아이들을 보면서 – 그리고 그에 대항하려 하지만 너무 착하게만 지내는 담임선생님의 생활과 뒷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상황을 돌파하는 새로운 능력을 발휘하죠. 결국 선생님을 돕는 것이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고 하구요.

어린이 대상의 이야기라 스토리가 평면적이기는 하지만, 누구에게 의존해서가 아닌 자기 자신의 힘으로 바른 길을 걸어가고, 그 가운데 자기 길을 개척하며 남들도 도와주는 모습이 멋진, 그런 이야기입니다. 뮤지컬에서는 약간 각색을 해서 새로운 이야기가 끼어들지만.. 그 이야기는 다음 뮤지컬 감상에서 하죠. 그리고 삽화는.. 킨틴 블레이크는 집에서 딸아이가 재미있게 보던 그림책 작가였던지라 정말 친근하네요. 쓱싹쓱싹 날리는 묘사가 정말 귀엽습니다. 잘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