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죽거리 잔혹사

권상우만을 위한 영화

지루했습니다. 이런 류의 영화에 대해 기대하는 최소한의 것도 해주지 못하더군요. 액션도 부족하고, 심리묘사도 아쉽고, 독창성도 부족. 어떻게 이런 영화가 히트를 쳤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아, 이건 거짓말이죠. 권상우 덕분이니까요.

권상우와 한가인 (또는 이정진과 한가인) 사이의 에피소드는 품행제로의 류승범과 임은경 이야기와 너무 비슷하지 않았나요? 롤러장(또는 고고장), 통학버스, 학원, 기타, 라디오.. 권상우와 이정진의 관계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 한병태의 관계와 거의 같았구요. 롯데 초코파이나 오리온 자일리톨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단순히 상표만 바꾼게 뻔한데 새거라고 주장하는 눈가리고 아웅. 영화판만은 그러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한가인도 꽤 괜찮게 나오죠

다만, 남고 생활에 대한 묘사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꽤 괜찮았습니다. 여자들이 보기에는 진짜로 그랬나 싶을지 모르지만, 거의 실제 그대로에요. 70년대가 아니라 90년대였다는 점만 뺀다면 말이죠. 선생이 학생 따귀를 때리고, 뭉둥이로 패고, 종종 화장실 앞이나 교실 뒤편에서는 싸움이 나고, 좀 모자라게 놀림거리가 되는 녀석도 있고, 유리창 깨고 가출하는 녀석도 실제로 있었습니다. 물론 당시는 그런 녀석들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네들이 오히려 좀더 일찍 성숙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만큼 자기에 대해 고민하고, 갈등하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서 그랬을 테니까요.

영화중엔 없는 장면. 이 장면이
실제 영화에 들어갔어야 해요

권상우의 액션신이 부족했던 것이 결정적으로 아쉽네요. 대부분의 싸움 장면은 이정진이 다 해치우고, 권상우는 싸울듯 싸울듯 하면서 계속 몸을 사리기만 하죠. 중간중간 맛배기라도 보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한번 옥상에서 난리친 걸로는 액션영화가 되기엔 부족했어요. 연애 스토리는 좀 줄이고 권상우가 학교를 휘어잡는 ‘짱’ 같은 스토리로 나갔으면 훨씬 재미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스토리의 영화도 곧 나오겠죠?

덧, 마지막에 예전 고3때 학원 원장님이 나와서 상당히 웃겼습니다. 반가왔어요~ 🙂

2 thoughts on “말죽거리 잔혹사

  1. Dr.Ocean

    정말 저랑 똑같은 생각을 하셨네요..
    저도 이 영화 보기전엔 엄청 기대했었습니다…
    뭔가.. 영화 친구 같은…. 그런 분위기일꺼라 기대했었습니다.
    근데 막상 보고나니..
    그냥 그럭저럭 그저그렇더군요…
    저 역시 마지막 사진의 장면을 기대했었는데…
    암튼.. 히트친거 만큼의 잼있는 영화는 아니라는데 백만스물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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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philia

    Dr.Ocean / 그러고 보니 ‘친구’하고도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었군요. 다음부터는 갑자기 뜬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보는건 조금 생각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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