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에 관한 단상


11월 2일,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 불리는 미국의 수장인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대선에는 부시가 앨 고어보다 적은 표를 얻었음에도 플로리다에서의 승리로 대통령이 되었지만, 이번 역시 그때 못지 않게 박빙의 선거전을 치루고 있군요.

미국의 대통령이란 자리는 좋든 싫든간에 세계 곳곳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한국같은 경우는 그 영향력이 더욱 심해서 지난 몇 년간은 부시가 움찔하면 국민 전체가 깜짝 놀라는 일이 종종 있었죠. 9/11 사태로 인한 입국 외국인의 지문날인 및 사진촬영, 그리고 이라크전과 파병, 김선일씨의 죽음 등등 굵직굵직한 국제문제마다 미국이 연관되지 않은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선은 많은 사람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 추이를 지켜보고 있죠.

그런데 미 대선에 관한 기사에서 참 어이없는 댓글을 봤어요. 간단히 말해 ‘부시가 당선되든 케리가 당선되든 둘다 미국인이니까 나쁜놈이다’ 라는 거에요. 평소라면 타인의 생각이 나와 다른 경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라면서 넘기지만 이건 너무하다 싶더라구요. 사실 일리는 있습니다. 부시가 이라크전과 파병을 통해 미국의 보수주의를 극단적으로 강화한 인물이라면, 케리 또한 베트남전에서 전공을 올린 미군 출신. 미국의 국익을 위해 경제장벽을 높일 가능성이 많고 북한문제에서 한국을 배제하겠다고 공약을 내걸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더라도 누가 더 우리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지, 우리가 미국의 정책에 대해 어떤 대안을 낼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둘다 마음에 안드니 랠프 네이더를 밀자는 말도 아닐테고.

마치 그런 댓글을 보면 국내 어떤 정당은 부시파, 어떤 정당은 케리파 이렇게 편나누기를 해놓고 싸움붙이기를 하는것 같더군요. 세상이 어찌 흑백으로만 나눠집니까. 얘도 나쁘고 쟤도 나쁘니 둘다 안된다는 양비론으로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그래서 당신이 잘났다는 말입니까요. 차라리 하얗든 까맣든 쥐잘잡는 고양이가 최고라는 흑묘백묘론이 더 설득력이 있겠네요.

삼성이나 현대같은 몇몇 기업에서는 벌써 은근히 양 후보측의 주변인사 쪽으로 인맥만들기에 나서고 있다고 하더군요. 정치권에서도 쓸데없이 말꼬투리 가지고 삐치지 말고 대선 결과에 대한 내년 정책이나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정치나 언론이나 경제쪽을 보고 제발 정신차려서 실리를 살리는 의견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 대가 없이 한국군의 파병을 요구하고, 안전을 이유로 지문이나 사진같은 개인 신상 자료를 강요하는 부시보다야 경제적/정책적으로 한판 떠보자고 나오는 케리가 오히려 낫다는 생각입니다만,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2 thoughts on “미 대선에 관한 단상

  1. 성진

    문제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거다.
    “구관이 명관이냐 신관이 명관이냐?”
    옜명언은 이렇게 답한다.
    “구관이 명관이다.”
    과연 구관이 벌려놓은 일을 신관이 잘 마무리할지, 구관이 잘 마무리 할지,
    아니면 구관이 전에 했던대로 새로운일을 똑같은 방식으로 별려놓을지 신관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별려놓을지..

    내 마음에는 일을 별려 놓은 사람이 끝을 맺게 하고 싶긴 하지만 그러자니 불안하고.. 신관이라고 해도 구관이 벌려놓은 일을 잘 마무리 할지..
    또 새로운일들(이를테면 한국문제!!!)을 어떤 식으로 벌리려 하는지..
    미국에서 티비를 보면서 느낀점은..
    부시는 자기가 했던일에 대한 확신과 그로인한 미래상이 확고한 반면.. 케리는 다르식으로 하겠다 이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미래상이 부족한것 같다.
    이를테면 부시가 망쳐놓은 경제 내가 살리겠다 정도.

    또 젊은 사람들의 표가 케리에게 몰리는 이유는 Draft (징집제)를 피하고 싶어하는 면이 있어서 일것이며
    두 후보 다 그걸 아는지 Draft는 없다고 강조하지만.. 글쎄.. 앞으로 닥칠 병력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케리가 당선된다하더라고 북한을 공격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절대 없다. (이라크에 없는 WMD가 북한에는 확실히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들은 역시 다 미국인이다. 그렇다고 나쁜 놈들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두 후보가 내세우는건 역시 미국의 이익우선이라는 문제인 것이다.
    다른 나라들과의 보조를 맞추과 협력하겠다는 말들을 둘다 하지만.. 과연.. 가능하고 실현할 것인지..

    이래저래 힘없는 나라들만 힘든것이다. (요즘은 힘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뿐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난 기도할뿐이다.
    하니님의 뜻대로 되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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