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想念)


나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내가 아니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어떤 글을 보고서는 내 상태를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전율했다. 감정이란 것이 개개인의 고유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느새 나도 여러 사람 중 하나가 되어 그 분석 속의 하나의 데이터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한참동안을 곰곰 모니터가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것은 나를 하나의 데이터에 불과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렇다면 무엇이 나를 나이게 할 수 있을까. 여러가지를 둘러보아도 나를 나이게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 그 총합일 것이다. 그 중심에서 나를 움직이는 것은 굳이 데카르트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나의 생각 그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생각은 흔들리는 법. 작은 사진 한 장에도, 작은 소리 하나에도 변해버리는 게 사람의 심상이다. 중심이 필요한 것을. 내 안에 흔들리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면 흔들리지 않고 내가 나로 설 수 있을 것을. 지금 문득 떠오른 것은 그분이었다. 이제까지 감정적으로 믿고 있던 그런 것들이 이성적으로 연결이 된 느낌.

무엇 하나를 하더라도 그 의미를 생각하고, 그 안에 담긴 그분의 뜻을 되새겨보고 행동해야겠다는 마음. 나의 나됨은 변함없는 그분의 중심 아래 선 생각으로 굳건히 설 수 있음을 느낀 지금, 감사함을 느끼며 생각을 정리한다.

데이터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서 설 수 있기 위한 새로운 일보. 이제 한발씩 딛고 걸어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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