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와 칸타의 장

시하와 칸타의 장6점
이영도 지음/현대문학

이영도 님이 가뭄에 콩나듯이 발표하는 작품이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소설이네요. 그럼에도 역시나 드래곤이 등장하고 장르는 환타지입니다. 전작인 오버 더 초이스처럼 관념적인 대화가 너무 많이 들어가지 않도록 이번에는 사건과 스토리 쪽도 좀더 신경을 써주신 것 같아요. 그럼에도 시하와 칸타 모두 나이에 비해서 너무 조숙하고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를 하는 작가의 페르소나에 가까운 주인공들이기에 술술 읽히지는 않습니다.

헨리 동물원에서 살아가는 두 아이들 시하와 칸타는 어쩌다가 모든 걸 말아먹은 부모 세대 덕분에 세상이 끝날 것만을 생각하며 재미 없이 희망 없이 살고 있는 중. 하필 동물원에서 살고 있는 이유는 그곳이 ‘동물을 보호하는’ 곳이기에 관리자인 헨리 – 아헨라이즈 – 가 인간 또한 지켜야 할 동물로서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여요. 대부분의 인간들은 – 마트에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져왔기에 – 마트라고 불리는 대형 스타디움에서 외부의 적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벽을 설치하고 다시 삶을 일구고 있으며, 어딘가에서 나타나 공중을 날아다니며 구원을 기다리는 간다르바들과 물의 힘으로 외적을 배제하는 갓파들은 호시탐탐 다른 종족을 청소하고자 합니다. 이 상황에서 갑자기 시하가 설치한 쥐덫에 걸린 요정(?!)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왜 하필이면 이런 세기말에 드래곤이나 요정같은 환상종들이 나타나게 되었는지, 드래곤은 왜 시하와 칸타를 보호하고 왜 시를 암송하게 하는지, 왜 강요하기보다는 요청하고 가부를 판단하는지, 간다르바가 고대하는 최후의 여왕은 누구이고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등등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많은 의문이 생겨나고 그 의문이 군데군데서 풀리기도 하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시하는 마트를 방문하고 마트퀸의 초청을 받고 칸타는 동물원을 떠나 마트로 가고 간다르바는 마트를 공격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하는 어떻게 하는지, 유일한 마음붙이인 칸타를 붙잡을 수 있을지, 과연 그래야 할 이유나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지, 드래곤은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등등의 질문과 답변이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술술 떠오르고 답을 생각하게 되네요.

짧지만 나름 완결형으로 쓰여진 이야기이고, 그렇기에 찝찝한 마음은 들지 않는 콤팩트한 느낌의 한 권이었습니다. 예전처럼 대작을 기대하는 마음이 있지만, 새로운 구도와 새로운 방향으로 쓰여지는 작품은 나름 신선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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