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9년 10월월

요리하는 조선 남자

요리하는 조선 남자8점
이한 지음/청아출판사

SNS에서 조선시대 사람들은 참외를 우적우적 즐겨먹었다는 이야기에  간만에 흥미가 생겨 집어든 역사서입니다. 국사나 세계사를 학창시절에 배우기는 했지만, 실제 그 시대에 살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생활상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겠죠. 그래서 옷의 역사를 따지는 복식사 같은 분야도 있고, 각종 의례나 의식을 연구하는 분야도, 국악으로 대표되는 음악의 역사를 따지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옛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요리해서 먹고 살았는가 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실제 현대의 우리는 고추가루로 대표되는 매운맛의 김치/마라탕/불닭볶음면을 이야기하고,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의 육류 또한 풍성하게 누리면서 각종 외국에서 수입된 먹거리를 탐험하듯 즐기고 있죠. 하지만 단지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고기를 먹는 것은 쉽지 않았고, 조선시대 중기만 하더라도 고추가루가 없어 산초가 매운맛의 주 원료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각종 고기류의 현재와는 다른 요리법과 어떨때 먹었는지로 이야기를 시작해서 게장 등의 보존식, 냉면과 떡국처럼 오늘날에도 많이 먹지만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던 요리들을 이야기합니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참외였구요 (중국에서 참외사기당한 북학파의 거두 박지원..), 육수가 아니라 오미자로 낸 국물에 면을 말아 잣 고명과 먹었다는 옛 냉면도 궁금해집니다. 또한 국수가 옛날에는 만들기 어려운 요리였다는 이야기, 그리고 떡을 썰 때도 예전에는 어슷썬게 아니라 동전처럼 동그랗게 썰어넣었다는 것까지도 신기하기만 하네요.

가끔씩 이런 이야기를 읽다 보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모습이 몇백년 후 사람들에게는 신기한 모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후세에 전해질지.. 궁금하네요 🙂

레트로 오키나와

레트로 오키나와8점
남원상 지음/따비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오키나와의 면모를 지방의 역사와 연관된 먹거리와 현지의 오래된 식당을 통해 엿보는 독특한 기획의 책입니다. 일단은 여행책자이면서도 약간 에세이같은 느낌도 드네요.

오키나와는 현재는 일본령이지만 역사적으로는 중국에 조공을 바치던 일본과 동등한 (혹은 오히려 더 우위에 있는) 류쿠 왕국이라는 독립국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임진왜란 이후 군사적으로 강력했던 (하지만 중국과의 교류가 끊긴) 일본이 평화에 취해 비무장 정책의 무역국이었던 류쿠를 중국과의 교류 통로로 삼기 위해 침략합니다. 이후 류쿠는 중국과 일본, 양국에 조공을 바치게 되고 훗날 일본과 합병되죠. 하지만 2차대전 이후 미군이 진주하면서 오키나와를 점령, 군사기지를 설치하면서 미국령으로 통치하다가 일본에 반환하면서 현재는 일본의 최남단 현으로 남게 됩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음식들은 류쿠의 전통, 미국의 영향, 일본의 먹거리가 짬뽕된 독특한 구성을 하게 되네요. 일단 류쿠의 전통음식이라면 야채샐러드 격의 참푸르와 전통주인 아와모리가 있고, 미국의 영향으로 퍼진 스테이크와 타코라이스, 패스트푸드인 A&W가 소개됩니다. 그리고 일본의 영향이 반영된 오키나와 소바(실제로는 돼지고기 우동인데 소바라고..)가 이야기되고, 사탕수수 재배로 유명해진 설탕을 활용한 사타안다기나 돼지고기 기름을 베이스로 한 친스코, 자색고구마나 시콰사 레몬 등의 디저트/오미야게류도 잠깐 언급됩니다.

마지막에 가볼만한 여행지도 잠깐 언급되긴 하지만 작가분들이 들렀던 곳의 나열같은 느낌이라 음식이 확실히 기억에 남는 책이네요. 그래서 먹으러 다니는 여행 컨텐츠를 보는 느낌으로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런 다양한 식당을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82년생 김지영

82년생 김지영6점
조남주 지음/민음사

그동안 그렇게도 많이 이야기되던 작품을 이제서야 볼 수 있었습니다. 익히 들어오던대로 80년대 태어난 여성들이 어릴적부터 현재까지 자라오면서 겪어왔고, 현재 순간순간마다 겪고있고, 앞으로도 한동안 겪을 가능성이 높은 주변에 뿌리박힌 차별들,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낸 소설인데 이렇게 여파가 큰 작품이 되었다는게 참 씁쓸하기만 합니다. 이런 사회에서 살아오면서 좀 더 나은 쪽으로 바꾸고자 하는 분들이 더더욱 대단하다는 생각이네요. 세상은 더 나은 쪽으로 발전할거라 기대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힘을 보탤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로는 어떤 모습일지, 작품을 읽어보면 단순한 한줄기의 성장사라 그렇게 그려질것 같지만 영화 또한 건조하게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묘사하더라도 상당히 힘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지.. 기대해 봅니다.

스페이스 오디세이 4부작

스페이스 오디세이 완전판 세트 – 전4권8점
아서 C. 클라크 지음, 김승욱 외 옮김/황금가지

영화로도 유명한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이 4부작이라는 사실은 이 세트를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한번 더 놀란건 2001이 쓰여진 것도 영화와 함께 진행하면서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것, 그리고 후속편들이 쓰여진 것도 원작이 아닌 영화를 고려해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는 것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매체를 넘나드는 스토리라인이란 것이 예전 한동안 이야기되었던 ‘원소스 멀티유즈’ 이전에 이런 작품에서 먼저 이상적인 형태로 전개되었던 것 같네요.

영화화되서 익히 알고 있던 2001의 프랭크 풀의 사고사와 데이비드 보먼의 의심, HAL의 반란, 그리고 보먼의 다른 존재로의 진화라는 이야기였죠. 2010에서는 새로운 인물인 플로이드 박사가 데이비드 보먼이 남기고 간 우주선을 탐사하기 위해 목성으로 가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이야기합니다. 중국과의 경쟁과 새로운 모노리스의 발견, 그리고 목성의 점화로 태어난 제2의 태양까지요. 그리고 3편인 2061, 보먼의 영혼을 통해 인류에게 금지된 에우로파에 아들이 탄 우주선이 불시착하면서 혜성을 탐사하고 있던 플로이드 박사가 에우로파로 향합니다. 그 와중에 보먼과 접촉한 박사는 영혼으로서, 본인으로서 이중의 존재가 되어 아들과 접촉하고 구출해내게 되지요. 마지막 3001은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모노리스에 맞서 천년만에 구출된(!) 프랭크 풀과 보먼의 정신이 연합해 인류를 구해내는 스토리로 발전됩니다.

첫 편이 1968년에 쓰여지고 마지막 편이 1997년에 출간되는 동안 사회도, 기술도 엄청나게 바뀌었고 그에 맞춰 스토리라인도 상당히 도약이 심하지만 그래도 꽤 읽을만 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동안 이야기되었던 것이 상상이 아니라 실제 기술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다시 말해 고리타분하지 않다는 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구요. SF계의 원로답게,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도를 넘지 않고 차분하게 적절히 시리즈를 마무리해주신 것에 감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