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22-12-18

셰이프 오브 워터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 다음영화

제목을 많이 들었는데 뒤늦게 보게 된 영화입니다. 간만에 극장이 아닌 집에서 스트리밍으로 본 영화라서인지 집중도가 떨어져 끝까지 보는데 시간이 좀 걸렸네요.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다운 환타지스러운 설정과 색감, 그리고 인물간의 구도가 돋보이는 수작이었네요. 배경은 냉전 당시의 미국, 우주 경쟁이 치열한 와중에 브라질에서 수신으로 추앙받는 생물이 말을 못하는 여성 엘라이저가 청소부로 일하는 연구소에 옮겨져 옵니다. 거칠게 다뤄지는 생물에게 애틋함을 느낀 그녀는 먹을 것(달걀)을 가져다주고, 음악을 들려주고, 춤을 보여주는 등 조금씩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게 되지요. 하지만 차별주의자면서 백인우월주의자인 스트릭랜드가 연구소로 부임해 이 생물을 거칠게 다루다가 손을 다치게 되고, 이 생물을 죽여 해부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생물을 탈출시키려는 엘라이저와 동료들 vs. 죽이려는 스트릭랜드의 구도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일단 영화를 관통하는 테마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네요.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유색인, 하층노동자에 대한 공격이 영화에 그대로 드러나고, 스트릭랜드로 대표되는 지배권력은 그들을 무시하지만 그들의 저항에 꼼짝 못하고 당하는 구도. 게다가 신도 그들의 편이라는 설정까지 더해지면서 과연 권력자들은 무엇을 믿고 그리 나대는가라는 메시지까지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2년이라는 현재를 고려하면 상당히 많이 다뤄져서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이지만 2017년은 좀더 진보적인 입장이었으려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어쨌거나, 탈출한 두 사람이 행복하기를, 남겨진 친구들 – 화가와 청소부 동료 – 또한 나름대로의 행복을 찾기를, 그리고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배려하고 생각해주는 사회가 되기를 바래 봅니다. 이 영화가 제작될 때 미국이 트럼프 치하였다니, 우리나라도 이럴 때 희망을 주는 작품이 하나쯤 나와주기를 기대해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