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23년 9월월

나의 사적인 도시

나의 사적인 도시10점
박상미 지음/난다

번역가이자 갤러리스트인 박상미 님의 에세이입니다. 내용을 보니 블로그에 모아놓았던 글을 주변의 권유로 다시 하나하나 손봐서 내놓은 한권인듯 한데, 원래 번역가이셨던만큼 글 하나하나 배치 하나하나를 신경써서 본 느낌이 들어 정말 소중하게 한장한장 넘기며 봤네요. 원래 글을 이런 스타일로 쓰시는지 모르겠지만, 오래 전에나 느꼈던 ‘어른의 문장’ 같은 느낌이라 참 포근했어요. 마치 시를 읽는 것처럼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를 음미하면서 읽었고, 그래서 더욱 좋았답니다.

작가님이 뉴욕에 거주하면서 여행이라기보다는 일을 보러, 휴식을 가지러, 지인을 만나러, 혹은 영감을 얻으러 걷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미국 이야기라고는 느끼기 힘들 정도로 자신의 발로 걷거나 앉아서 주변을 살피는 이야기가 많아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분류는 여행서적으로 되어있던데, 이 책을 보고 여행을 한다는건 어불성설이겠지만, 이런 감성으로 낯선 지역에서 살아본다면 어렴풋한 지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평소에 관심을 갖고 눈여겨 본 작품들, 작가들, 그리고 지인을 통해 알고 소개받은 인연들, 그리고 특정 장소에 매겨진 기억들. 하나하나가 지나가는게 아니라 언어로 표현되고 기록된다는 것이 나중에는사진보다 더 생생한 감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 이런걸 느낄 수 있는 멋진 한 권이어서 정말 소중하게 아껴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

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 - 나무위키

간만에 본 건담 시리즈네요. 물론 기존 세계관과의 연결점은 없는 독립 작품입니다만, 단순한 메카닉간의 싸움 구도가 아니면서도 지구와 우주권간의 갈등을 잘 표현해내고, 기존과는 반대 구도로 우주 세력이 지구권을 억압하는 구도에다가 어른들간의 사정보다는 그런 사상을 이어받은 2세대들간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작품이라는 것이 독특한 매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아, 물론 주인공들이 히로인+히로인 구조가 되었다는 것 또한 특기할만한 점이었지요 ^^

하지만 하려는 이야기는 25화라는 구성에서 모두 다루기는 좀 힘들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들긴 했어요. 슬레타와 미오리네의 이야기는 스토리의 중심인만큼 슬레타의 엄마바라기에서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는 인물로의 성장과 극복, 미오리네의 수동적→적극적 행보로의 변화, 프로스페라의 에리크트에 대한 집착과 화해라는 스토리 속에서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지만, 구엘과 라우더와 아버지의 관계라던지 엘란과 샤디크, 니카 등의 주역들의 심경의 변화와 사건 해결을 향한 동기 등은 아쉬운 면이 상당히 많았다는 생각이에요. 덕분에 이들이 탑승하는 메카닉의 매력도 그만큼 반감한 것 같기도 했네요.

그래서 마무리가 되고 나서 남는 기억은 에어리얼이 박살난 것, 미오리네의 토마토, 뭔가 최종병기가 있었던 것, 뜬금없는 구엘과 슬레타의 펜싱 장면 정도일까요? 이런 부분을 좀더 많이 그려내고 싶었을 것 같은데 그놈의 화수 제한이 뭔지 이래저래 아쉬운 마무리였습니다. 그래도 꽤나 각본 면에서, 설정 면에서 생각을 많이 하고 제작한 작품이었답니다.

나중에 극장판에서 주인공을 달리 한 시점의 스토리라인이 펼쳐지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볼만한 작품을 접할 수 있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