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맛집 산책 – 박현수 지음/한겨레출판 |
예전 재미있게 읽었던 식탁 위의 한국사와 비슷한 감각으로 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해서 도서관에 눈에 띈 김에 바로 빌려보았습니다. 식탁 위의 한국사가 조선 말기의 느낌이 강하다면 이 경성 맛집 산책은 일제시대, 특히 당시 서울 시내의 주요 식당 중심으로 1920~30년대 유행했던 메뉴들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당시 사료와 소설, 삽화 등을 배경으로 당시의 외식 문화를 살펴보는 형태라 특이하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일개 식당의 모습이 얼마나 달라질줄 알고 그 자료를 남겨놨겠어요. 나중에 관심있는 사람이 근근이 자료를 추적해 나갈 수밖에 없었을듯 합니다.
일제 시대인만큼 서구의 식탁 문화가 일본을 통해서 들어왔다는 느낌도 많이 들고, 그래서인지 이야기는 한식보다는 서양의 코스요리가 고급 요리로 들어오게 된 과정 (조선호텔 식당, 청목당), 돈카츠나 카레라이스처럼 일본화된 서양 식당들 (미스코시백화점, 화신백화점), 그 외 대표적인 일본/한국/중국식당들 (화월, 이문식당, 아서원 등)이 소개됩니다. 당시 식사 문화뿐만 아니라 물가, 그리고 특히 시내의 모습이 현재와 어떻게 달랐는지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말로만 듣던 화신백화점이 한국 자본을 바탕으로 세워진것이고 현재의 종로타워 자리라는것. 조선호텔은 굳건하게 자리를 잡고 있고 예전부터 식당이 유명했다는것, 옆의 낙랑파라라는 카페가 현재 플라자호텔 자리이고 미스코시백화점이 신세계가 되었으며, 아서원은 땅을 옆의 반도호텔에게 넘겼는데 현재 롯데호텔/백화점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 등등이 신기했네요.
그러면서도 식당들의 자취를 찾기 위해 참조해서 소개하던 소설들이 참 지저분해서 이런게 한국 문학으로 남아있다는게 참 씁쓸하기도 했어요. 생각해보면 신문에 연재하면서 잘리지 않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를 남발하긴 했던듯. 뭐 다들 첩질에 불륜에 강제추행에.. 하긴 막장드라마가 괜히 나온게 아니라 저런 미디어가 현재는 TV로 옮겨진것 같기도 하네요. 그 가운데도 나름 기억에 남는건 심훈. 상록수의 계몽소설작가로만 알려져있던 그가 사실은 이수일과 심순애가 영화화되었을 때 주연배우로 연기도 했다는 것. 게다가 다른 작품에서는 감독으로 영화를 직접 찍기도 했다니 정말 다방면의 재주꾼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거나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만한 책이었던것 같아요. 점차 잊혀지는 당시의 생활상을 살펴볼 만한 책이어서 재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