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25-03-05

하이베른가의 대공자

하이베른가의 대공자6점
청루연 지음/조은세상

루인은 검가로 이름높은 하이베른가의 장자인 대공자였으나 마신의 저주를 받아 검기를 쓸 수 없어 마법사로 자라납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었을 때 전 세계가 악제와의 전쟁을 겪으며 세상이 멸망하지만 루인은 마신과의 계약을 통해 살아남아 어린 시절로 회귀하면서 다시한번 주어진 기회를 통해 악제를 제거하고자 일찍부터 활동해나가게 되지요. 그 과정에 회귀 전 수많은 시간을 무한 공간에서 보내며 닦아놓은 마력과 전투 경험이 그가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게 됩니다.

이 작품의 매력은 절대악인 악제를 제외하고는 정말 악한 상대가 없다는 것입니다. 검왕이었던 아버지의 무뚝뚝하지만 애정어린 속마음을 이해하고 교류하게 되는 것, 그리고 가문을 멸망시켰던 고모의 음모를 깨부수지만,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 능력을 가문의 운영에 쓰게 하는 것, 그리고 왕국 내의 강력한 경쟁자인 하이렌시아를 조기에 누르고 마탑을 자신의 마법 능력으로 조기에 편입시키는 한편, 공급이 제한된 마정석을 대폭 풀어서 인류의 마법 발전을 촉진하는 등 가문이나 국가의 관점보다는 인류의 위기 극복이란 명제 하에 모두의 힘을 끌어올리는 접근이 그 바탕에 깔려 있지요.

결국 이전 생에서의 마지막 싸움의 동료들도 다시 모으는 한편, 그들 마음의 어두운 부분을 미리 살펴주고, 그동안 발전한 인류의 힘을 합쳐 악제와 대치하게 됩니다. 아쉬움이라면 이 마지막 싸움이 너무 허무하게 종료된다는 점인데, 먼치킨물이긴 하지만 그동안 쌓아놓은 설정들이 너무 허무하게 지나가버린 것 같아 아깝더라구요.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풀어놓은 복선을 후반에서 차례차례 써먹으며 마지막 전투에 간당간당하게 밀당을 해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래도 새로운 설정이나 편안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볼만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재미있게 봤네요.

중경삼림 리마스터링

중경삼림 리마스터링', 28일부터 메가박스 개봉…30주년 특별 기념 - 뉴스1

94년에 보고서 한참동안 왕가위 감독 영화에 빠져들게 만들었던 작품입니다. 작은 상영관에서 보았지만 그당시 감정상태와 공간 덕분에 완전히 푹 빠져 보고서 마음 한켠에 계속 남아있던 작품이기도 하지요. 개인적으로 시네마천국과 함께 인생영화로 꼽는 작품이기도 하구요.

전반부는 금성무와 임청하의 형사 x 마약밀수범의 우연한 하루와 기억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30년 전 보았을때는 좀 어둡다는 느낌이 강한 이야기였는데, 금성무는 헤어진 연인의 기억을 마무리하며 (매일같이 같은 날짜의 통조림을 사는 집착 -_-), 임청하는 마약 밀수를 세팅하다가 하수인으로 쓰려던 인도인들에게 뒤통수를 맞아서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우연히 바에서 마주치게 되죠. 둘은 한 방에서 하루밤을 보내며 (말 그대로 임청하는 쓰러져 죽은듯이 자고, 금성무는 밤을 새 옆을 지키고), 다음 날 둘은 각자의 일에 대한 해결을 마치고 한 번의 삐삐 연락을 통해 다시 만날 가능성을 남깁니다. 물론, 그 미래가 밝지는 않겠지만요.

후반부는 왕페이가 알바로 일하는 가게에 샌드위치를 사러 오는 경찰 양조위의 이야기입니다. 양조위는 CA인 연인과 사귀다가 헤어지고, 그 CA는 비행을 나서며 양조위 집의 키가 담긴 편지를 왕페이가 일하는 가게에 맡깁니다. 평소 양조위에게 마음이 있던 왕페이는 열쇠를 이용해 양조위 집에 들어가 우렁각시처럼 청소하고 식량을 채워놓고 하다가 어느날 불시에 들이닥친 양조위와 마주치게 되어 결국 데이터 약속을 잡기까지 가지만.. 약속장소에 왕페이는 나타나지 않고 가게 주인이 왕페이의 편지를 전해주죠. 그리고 1년 후 가게를 인수해 장사를 준비하는 양조위 앞에 CA가 된 왕페이가 나타납니다. 전반부와 달리 이 쪽은 잘 될 가능성이 많이 보이네요. 밝은 이야기라 보는게 즐거웠습니다.

예전에 볼때는 이야기의 재미나 분위기를 주로 보았는데, 이번에 보면서는 군데군데 숨은 복선과 사물의 의미, 그리고 감정선의 변화, 중간중간 등장하는 조연의 대사가 더 잘 보이더군요. 그 사이 홍콩도 변했고, 그당시 배우들이나 감독의 마음도 짐작해볼 수 있는 등 배경 지식이 늘었다는것 또한 다른 점일거 같아요. 그래서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보니 화양연화를 아직 못봤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찾아보니 본 기록이 있네요. 어찌 기억력이 이런지.. 나중에 다시 보면 생각이 날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