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25-03-20

전지적 독자 시점

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016점
싱숑 지음/비채

상당히 많은 분량이었는데, 드디어 완독했습니다. 웹소설의 인기를 이끈 작품 중 하나인데 의외로 스토리와 깊이가 있는 작품이라 중간중간 생각해 가면서 읽어야 했네요.

배경은 환타지로 전환된 어느 서울. 별로 인정받지 못하는 회사원 김독자는 지하철 안에서 갑작스레 디스토피아로 변해버린 서울을 마주하게 됩니다. 어떤 도깨비가 지하철 칸에 나타나 생명을 하나 이상 죽여야만 살아남는다는 조건을 건 것. 이건 도깨비를 위한게 아니라 도깨비가 중계하는 채널을 지켜보는 성좌라는 존재들의 여흥을 위한 것이라는거에요. 이런 설정은 다름이 아니라 정말 인기없었지만 김독자가 완결까지 지켜본 멸살법(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웹소설의 내용이었는데, 이런 내용을 알고 있는 김독자는 초반에는 이 지식을 사용해 살아남는 동시에 자신의 세력을 키워나가는데 쓰게 됩니다.

이야기는 처음에는 지하철역과 서울 시내를 다니며 지역을 장악한 세력과 다투며 초반 멸살법의 주인공인 유중혁과 더불어 정희원, 유상아, 이길영, 신유승, 이현성 등의 동료들을 모으는 과정을 거치고, 한반도의 배후성들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계의 성좌들을 만나게 되며, 전투와 머리싸움을 거쳐 성좌, 성운, 성단으로 집단을 키워나가게 됩니다. 처음에는 별볼일 없는 한뭉치 집단이었지만, 나중에는 명계와 무림, 소인과 마계를 넘나드는 김독자컴퍼니라는 신흥 세력으로 급격하게 성장해 나가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버린 어머니, 최애작인 멸살법의 표절판을 썼던 한수영 등의 인물도 만나고, 이들과의 에피소드 등을 통해 책을 읽는다는건 무엇인지, 글을 쓴다는건 어째서인지, 독자는 화자에게 어떤 의미이고 등장인물들은 어떤 존재인지 등을 곱씹어보게 됩니다. 하지만 심각하지만은 않은게 나름의 유머코드도 들어가고 흥미로운 설정이나 이벤트도 있어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느낌도 들더라구요.

결론은 해피엔딩인지는 모르겠지만,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것 뿐만 아니라 사는 법을 배운 느낌? 세계가 멸망하더라도 이야기는 이어지고 사람들의 삶이라는 시나리오는 계속되는 법, 그리고 그 세계에도 계속해서 이야기꾼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기억에 남네요. 독자라는 것은 51%는 현실에서 살아나지만 많은 것을 잊으며 살아가는 반면, 책을 읽으며 49%는 다양한 세계에서 자신의 기억을 남기기도 하고 추가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기도 한다는것도 생각해보게 되네요.

책을 좋아한다면 읽어볼만한 이야기였습니다. 아직 외전이 남았어요. 이건 또 얼마나 걸릴지 예상할수 없지만 한번 읽어보도록 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