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25년 10월월

어쩌다 내가 쟤 같은 애를

어쩌다 내가 쟤 같은 애를10점
유폴히 지음, 동아

옷장속의 윌리엄읽씹왕자의 작가 유폴히님의 학원물입니다. 어쩌다보니 반에서 겉도는 (나이 한살 많은) 여자아이에게 신경이 쓰이고, 그 아이의 머리에 풍선껌 모양의 머리핀이 보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여요.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을 보여주는 남자아이와 귀찮아하면서도 그걸 받아주면서 애정을 느끼는 여자아이의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그 사이에 얽힌 풍선껌과 솜사탕같은 이야기도 자칫 뻔할 것 같은 이야기를 확 매력적으로 펼쳐지게 만드는 마법같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결핍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혜택같기도 한 능력을 깨달은 두 아이들은 각자의 부모님이나 할아버지와의 관계에 아파하기도 하고, 어릴적 기억을 떠올리며 인연을 느끼기도 합니다. 각자가 음악이란 재능을 타고났지만 그 재능을 미처 보여주기도 전에 포기해야 한 경험도 공유하고 있고, 나중에 만났지만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안타까움도 독자가 느끼게 만들기도 하구요.

처음 몇장은 뻔한 이야기인가 하다가도 조금 책장을 넘기다 보면 끝까지 완독하지 않고서는 견딜수 없는 흡입력을 보여주는 정말 즐거운 로맨틱코미디 같은 이야기였어요. 정말 재미있었네요.

맡겨진 소녀

맡겨진 소녀8점
클레어 키 지음, 허진 옮김, 다산책방

아일랜드의 감성을 담뿍 담은 1인칭이면서 관찰자적인 시선과 묘사가 강렬하게 느껴지는 잔잔한 소설입니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는 꽤 긴 이야기가 아닐까 했는데, 뜻밖에 아주 얇은 책 두께에 놀랐네요. 하지만 한장 한장 넘기면서 때로는 하이디같은, 때로는 빨간머리 앤같은 모습이 머리속에 그려지며 주인공의 마음의 성장이 느껴지는 모습을 응원하게 됩니다. 물론, 아이를 맡아준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마음씀씀이와 그들의 상실 또한 소녀를 통해 치유되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구요.

뜻밖에도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이유하닷컴의 포스트모던에 대한 독후감을 통해서였어요. 모던적인 글쓰기가 독자-책-인물과 사건을 이어주는 모습이었다면 포스트모던은 어떤 요소를 극복해서 새로운 방식과 관계를 구축할 것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는 작품의 예로 이 소설을 예로 들었거든요. 덕분에 처음 읽으면서도 약간의 새로운 시각을 머리속에 넣고 읽을 수 있었고, 중간중간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묘사를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해가며 읽어볼 수도 있었네요.

작품의 내용 또한 짧지만 마음을 울리고 여운이 있는 이야기라 더 만족스럽기도 했구요. 내용과 새로운 관점의 해석하는 힘이랄까. 그 조합은 이 얇은 한 편을 통해서도 꽤 강렬한 감정을 전해주는 것 같습니다. 영화판으로 본다면 더 새로운 시각이 열릴 것 같기도 하구요. 기회가 된다면 이 작품을 영상화한 아일랜드 영화도 한번 보고 싶네요.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ダンまち』第5期2024年秋放送予定!原作のどこまでの内容が放送される? | アニメイトタイムズ

심심풀이로 머리를 비우고 보는 애니메이션 시리즈. 던만추도 어느새 5기까지 감상을 끝냈습니다. 신들이 천계를 떠나 인간계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설정으로 각 신을 중심으로 패밀리아를 만들어 대결한다는 설정, 신규 패밀리아인 헤스티아 패밀리아의 첫 멤버인 벨 크라넬이 처음에는 루키로 시작하지만 다양한 모험을 겪으며 포기하지 않는 노력과 긍정적인 마음씨로 다양한 경험을 거쳐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1기는 지향점으로서 아이즈 발렌슈타인과의 만남과 릴리/벨프의 영입 과정을, 2기는 벨을 노리는 아폴로 파밀리아와의 워 게임과 하루히메를 구하기 위한 이슈타르 패밀리아와의 전투를, 3기는 인간의 말을 할 줄 아는 몬스터 제노스와의 인연만들기, 4기는 던전 심층으로 떨어져 류와 힘을 합쳐 탈출하는 스토리, 마지막 5기는 오라리오 주점의 시르, 벨을 노리는 프레이아 패밀리아와의 사건이 진행되지요. 5기까지 제작된걸 보면 꽤나 인기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너무 노리는 그림체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머리를 비우고 보기에는 확실히 재미는 보장하는 성장물이란 느낌이었어요. 어떻게 스토리가 진행될지 떡밥은 상당히 많은데, 굳이 원작을 찾아보기보다는 후속 기수가 더 제작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더 들기는 하네요.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1부 ‘아카자 재래’

劇場版「鬼滅の刃」無限城編 』第一章 猗窩座再来』 公式サイト|2025年7月18日(金)公開

간만의 4D 경험이었습니다. 아이가 보고싶어한 김에 좀더 역동적으로 느끼면 좋을 것 같아 찾아봤더니 아직 메가박스 4DX관에서 상영하더라구요. 좀 늦은 시간이었지만 저녁에 시작해서 11시경에 끝나는 시간표라 괜찮은것 같아 예매했네요.

시점은 합동강화훈련이 끝나고 무한성으로 끌려들어가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남은 주를 중심으로 귀멸대가 함께 돌입하는데, 상현과의 전투는 아무래도 주를 중심으로 이루어지죠. 하지만 첫 전투는 젠이츠 vs. 사형이자 상현6인 카이가쿠의 전투. 번개의 호흡을 1형만 쓸수 있는 젠이츠와 나머지 6형까지 쓸 수 있으면서 혈귀의 힘을 쓰는 동문간의 전투였네요. 충주 시노부 vs. 상현2 도우마의 대결은 시노부의 언니의 복수전이었고, 이어서 전투의 백미인 수주 기유&탄지로 vs. 상현3 아카자의 대결이 펼쳐집니다.

원작에서는 대략 18~21권 사이에서 두 권 정도의 분량인데 전투가 많은 만큼 두시간 반 넘게 화끈한 액션이 펼쳐지네요. 그와 함께 주요 캐릭터들의 과거 회상도 함께 이어지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원작보다 상세한 설명과 스토리텔링 덕에 푹 빠져서 봤어요. 4D 효과는 좀 과하다 싶었는데 지불한 금액만큼 놀이기구 태워주는 걸로 생각하면 그러려니 할수 있더군요.

아쉽게도 이번에는 네즈코 등장이 거의 없었는데, 다음에 나올 무한성 2부도 잘 모르겠고 3부쯤 되어야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원작으로 추정해보면 2부는 도우마와 카나오&이노스케의 대결이 메인이 되면서 대 무잔 결전이 시작되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빨리 보고 싶네요.

넥서스

넥서스5점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 김영사

전작인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에 이어 세 권째 유발 하라리의 저작을 읽어보네요.

동식물의 가축화와 인간의 사회를 이루는 능력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던 사피엔스, 사회를 이루며 이야기의 힘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단순한 무리 이상으로 대규모 사회를 이루는 방향을 분석한 호모 데우스였다면 이번 넥서스는 이런 ‘개념’을 이야기하고 공유할 수 있는 주체가 인간 외에 AI라는 존재가 추가로 생겨났다는 관점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상상해 봅니다.

인간뿐만 아니라 AI가 목표를 제시하고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 그리고 판단의 기준을 제안해주고 이를 인간 혹은 다른 AI가 승인할 수 있다는 상황이 왜 가능한지를 설명하면서, 이를 미리 고려하여 사회의 안전을 위해 지금까지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한 다양한 정책 및 제약을 AI에 대해서도 (혹은 더 높은 수준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심이 되었던 것 같네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 너무 많은 텍스트를 쏟아낸게 아닌가 싶었어요. 읽으면서 계속 비슷한 이야기가 나열되는 느낌이라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든건 오랜만인듯 하네요. 그래도 끝까지 결론을 보기 위해 꾸역꾸역 읽어낸 느낌. 장하다 나. 단, AI에 대해 미리 정책적 관점으로 인간과 동일한 수준으로는 제약을 검토해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동감입니다.

아마 이렇게 읽는데 오래걸린 이유라면 사피엔스/호모데우스가 과거의 역사를 분석하는 것이라 명확한 관점을 제시할 수 있었는데 비해 넥서스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미래의 일에 대한 지은이의 주관이 담긴 이야기라 이런저런 근거를 잔뜩 가져와서 설명하느라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AI의 발전 속도가 너무나 빠르기에 쓰는 과정에서 계속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니 그때마다 새로운 논거를 가져와서 설명하느라 그랬을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상당히 개인적인 관점이라는 느낌은 많이 듭니다.

한번 생각해볼 만한 주제라는데는 동감. 전체를 완독하는데는 좀 어렵다는 느낌이라 추천하기에는 갸우뚱한 한 권이었던 것 같습니다.

폭군의 셰프

폭군의 셰프 | tvN

추석 연휴를 맞아 간만에 국내 드라마를 정주행했네요. 넷플릭스에서 보았고, 연휴동안 1~10화를, 연휴 끝난 후 이틀동안 퇴근 후 저녁마다 한편씩 봐서 12화까지 정주행했습니다.

주인공은 연지영이라는 이름의 프랑스 요리대회 1위에 빛나는 셰프 (윤아). 요리대회 우승 후 귀국길에 역사학자인 아버지의 부탁을 받아 망운록이라는 이름의 고서를 현지에서 배송받아 비행기에 탑승합니다. 기내에서 망운록을 들춰보면서 요리책이란걸 알게 되는데, 비행중 일식이 일어나면서 연지영은 갑작스런 사고로 기절하게 되고 깨어나보니 조선시대 -_-

깨어난 곳에서 우연히 암살당할 뻔한  연희군(not 연산군 – 아마 역사왜곡 가능성 때문에 약간씩 이름을 바꾼듯)과 만나기도 하고, 후각이 엄청나게 좋은 길금이라는 여자아이와 만나기도 하고, 간신 임서홍의 아들이자 도승지인 임송재의 채홍 대상으로 협약(?)을 맺으며 궁으로 들어가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나서는 계속되는 요리대결. 일단 수라간의 숙수들과 경쟁하기도 하고 명나라에서 온 사신단의 화부들과 대결하면서 프렌치와 한식이 결합된 다양한 요리를 선보입니다. 그와중에 연희군과의 로맨스와 역사적 사건인 갑신사화로 이어지는 음모가 함께 엮이죠.

원작은 웹소설이라 하는데 12화인만큼 빠른 전개와 적절한 코믹, 그리고 꽤 괜찮은 연기가 맞물려 상당히 재미있게 볼 수 있었어요. 주인공 윤아와 이채민이 하드캐리한듯. 다만 11, 12화의 액션씬은 조금 아쉬웠던게 맥락이 중간중간 끊기고 진행하기 급급한 모습이라 아쉬움이 좀 남았네요. 연출진이 그쪽은 전문이 아니라 그런가.

어쨌든 간만에 맘편하고 즐겁게 볼 수 있었던 국내드라마였습니다. 음악도 괜찮았고요. 아, 남들은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데 저는 5화에 나온 대사가 너무 기억에 남더라구요. “내가 배가 고파서 네가 보고 싶은 것인지, 네가 보고싶어 배가 고픈 것인지” 드라마와 찰떡처럼 맞물리는 명언인 것 같네요. 아, 그리고 웹소설 원작 보러도 가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