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26년 6월월

웰링턴 2가 495번지

웰링턴 2가 495번지8점
스캠퍼/조아라

풋풋하고 흐뭇한 미스테리 추리로판입니다. 백작가의 영애인 루시 하틀랜드는 갑작스럽게 절친한 사촌오빠가 죽었다는 이야기에 현장에 가지만 그곳에서 타살의 흔적을 찾아 범인을 찾아나서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젊은 경무관 이아텔로스와 알게 되고 그의 초청에 의해 왕국의 경찰청에 해당하는 시트라터의 치안 자문관으로 초빙받아 출근하게 되지요. 물론 둘의 협력으로 사건의 진상은 밝혀지고요.

그런데 사실 이아텔 경무관은 왕국의 공작이자 경찰총장인 그랑펠 공작의 아들이었고,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는 가운데 두 사람은 점점 가까와집니다. 물론 시트라터 내의 다양한 국장이나 검시의들과 친분도 쌓아가며 그들과 관계된 사건에 엮이기도 하고요. 그 가운데 그랑펠 공작의 아픈 기억이었던 에스퀼린의 부엉이 사건이 다시 발생하며 그 흔적을 쫓아가 해결하는 과정이 1부의 클라이막스입니다. 이후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하게 되죠.

2부에 들어가며 두 사람은 조금 더 가까와지지만 또다시 여러 사건에 얽히게 되고, 심지어는 휴양지에서나 약혼식 당일날에도 사건이 발생해 약혼식이 열린 그랑펠가의 마을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사태가 벌어지기도요. 그래서인지 마지막 결혼식을 앞둔 며칠간은 역시 사건이 발생하지만, 두 사람 대신 뛰어다니는 수도 전역의 시트라터 대원들과 국장들, 그리고 총장까지 난리를 피우고 마침내 결혼식 당일날 아침에서야 해결되고 암것도 모르는 두 사람은 행복하게 결혼했다는 이야기입니다 🙂

(각종 사건과 피가 난무하지만) 흐뭇하고 즐거운 스토리와 코믹한 대화들, 특히 먹거리와 관련된 찰진 비유가 너무 맛깔스러운 루시의 대사와, 진중하지만 숨기지 않는 애정을 표현하는 이아텔 경무관, 그리고 아기토끼가 발을 팡팡 구르는 듯한 아기호박의 동작과 주변 사람들의 웃음이 너무나 유쾌한 분위기가 너무 좋은 이야기여요. 시트라터 뿐만 아니라 루시의 사촌오빠 군단 등 주변인물에 대한 묘사도 너무 좋고요. 본격적인 추리소설로 읽기에는 장치 설정이라던지 독자가 직접 수수께끼를 풀어낼 단서는 잘 주지 않아 아쉬운 면이 있지만, 기분좋은 추리소설을 보고싶다면 추천 1순위가 될것 같네요. 재밌습니다!

드블리와 힐링합니다

드블리와 힐링합니다8점
fides/문피아

드디어 완독입니다. 다이어트와 건강, 식집사와 연예계, 오컬트까지 고루고루 비벼놓은 포케같은 힐링물이라고 하면 될까요? 다양한 스토리가 힐링으로 버무려진 괜찮은 웹소설이었어요.

강시현은 초고도 비만으로 생명이 꺼지는 위기를 겪고 병원에서 깨어납니다. 마지막 기억은 언덕에서 달려내려오는 스쿠터를 탄 아이를 구해준 것이었는데, 그걸 마지막으로 본체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먼 옛날 브리튼의 드루이드였던 테오필로의 영혼이 빙의하게 되지요. 너무나 미약한 본체 자연력에 기함한 테오는 시현의 몸을 살만하게 되돌리기 위해 의사의 가이드에 따라 ‘충.실.히’ 운동과 식이를 병행하며 살을 빼고 산을 오릅니다. 집도 내놓고 건강한 공기와 자연의 기운을 확보할 수 있는 경기도 어딘가의 동운리라는 마을로 내려가 헌집을 고쳐 살기로 하죠.

그곳에서 만난 마을 이장님과 헌집을 개축하도록 도와주는 마을 사람들, 어릴적 친구였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한 소꿉친구 수호, 시현이 보호하고자 했으나 이젠 더 커버린 동생이자 아이돌 멤버인 시우, 연이 닿아 마을 산에서 만나게 된 고라니 방울이 등의 인연을 늘려나가며 시현은 건강을 되찾으려는 추진력 보강을 위해 유튜브도 시작하게 되구요. 여기서부터 다이어트 유튜브 팬덤을 만들어나가고 동생의 아이돌 멤버들의 몸상태도 살펴주면서 조금씩 조금씩 드루이드로서의 힘도 되찾아나가고 본체와 동생을 괴롭힌 악연도 정리하는 등 이야기가 슬슬 진행됩니다.

초반은 초반대로 환경을 셋업하는 내용이면서 중후반으로 가면서는 다양한 인연과 자연보호 활동, 그리고 오컬트에 이어지는 인연의 완성 등이 매우 자연스럽게 펼쳐지는게 좋아요. 다만 어릴적부터의 악연에 대해서는 악인이긴 하지만 사적제제라는게 좀 부담스럽게 다가오긴 했는데, 그 부분만 잘 넘기면 마지막까지 주욱 부담없이 볼 수 있는 힐링 완결판이라는 생각입니다.

재밌었는데 다 읽고 보니 연재판으로 읽었던 앞부분이 리디와의 계약 종료로 싹 사라져서 구매하려면 다른 플랫폼에서 봐야하게 생겼더군요. 재발매라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쉬운대로 뒷부분이나 재독해봐야겠네요.

 

사랑의 블랙홀

GROUNDHOG DAY AND THE JEWISH EXPERIENCE - Rabbi Pini Dunner

원제는 북미권 2월의 토속 기념일인 Groundhog Day. 우리로 치면 경칩에 해당한다고는 하는데 개구리 대신 커다란 설치류 동물이 마멋이 집에서 내다보다가 밖으로 나오느냐 다시 안으로 들어가느냐가 관건인 모양입니다.

영화는 지역 방송국의 인기 캐스터인 필이 Groundhog Day 현지 중계를 위해 펑서토니라는 마을로 외근을 나가면서 시작됩니다. 워낙 불평이 많고 시니컬한 필과 함께 촬영기사인 래리, PD인 리타가 함께 가는데, 거리가 좀 있어서인지 현지에서 1박을 하고 당일 취재를 하기로 하죠. 다음날 아침 마멋이 나오는 장면을 촬영하고 바로 마을을 떠나려 하지만 폭설 등으로 길이 막혀 필은 1박을 더 하게 되는데 일어나 보니 다시 Groundhog Day 당일날. 이 루프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가 영화의 소재입니다.

초반에는 당황해서 온갖 사고를 치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여성을 꼬시기도 하며 (하지만 PD인 리타는 철벽), 자동차로 폭주를 하거나 하면서 지내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네요. 나중에는 온갖 방법으로 자살을 해보지만 깨어나 보면 여전히 다음날 아침. 그 가운데 어떤 노숙자 노인을 돕고 살려보려고 하지만 그 노인의 수명은 거기까지였는지 아무리 잘 대해줘도 다음날 돌아가시는걸 보고 허무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후 필은 동네의 온갖 사소하거나 위험한 일을 미리미리 알아차리고 도와주며 매일이 반복된다는걸 이용해 피아노를 연습하는가 하면 모두가 함께 하는 파티에서 연주하고 찬사를 받는 정도까지 변화합니다. 그 가운데 리타와 친해지고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죠.

두 사람만 있는 자리에서 필은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지만 리타는 반신반의하면서도 밤을 새면서 함께 해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그런 날은 꼭 수마가 찾아오는 법, 리타를 먼저 재우고 자신도 깜박 잠들었음에도 깨어나 보니..

시간 루프물의 시초격인 작품이라고 하는데 정말 처음 보는지라 정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는 Groundhog Day라는게 없으니 오히려 눈오고 추운 겨울 크리스마스 영화에 맞는 작품이 아닌가 싶더라구요. 빌 머레이는 조금 밉상이긴 하지만 앤디 맥도웰의 풋풋한 모습이 꽤나 매력적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코미디와 로맨스가 어우러진 멋진 작품이네요.

Groundhog Day' movie: The Buddhist lifehacker film | CNN

인벤타리오 2026 문구페어

인벤타리오 2026 문구페어 총정리! 일정, 예약, 티켓, 후기, 코엑스 - 팬플러스 커뮤니티

미리미리 4월에 수퍼얼리버드 티켓을 구해주신 덕에 그렇게 치열하다는 인벤타리오에 아이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정말 사람이 많더군요.

예전에는 문구라고 하면 거의 모닝글로리와 알파, 약간 트렌디한 제품은 아트박스 정도가 다였다고 생각하는데 어느새 일본 문구들이 많이 들어온 상황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근데 이번 전시에 가보니 정말 다양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각종 포장과 노트, 캐릭터, 북커버나 펜, 심지어는 종이와 물감같은 재료까지도 커버하는 상당한 규모가 되어 있더라구요. 덕분에 매우 흥미롭게 볼 수 있었네요.

정말 많은 업체가 들어와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건 몇 가지 디자인 패턴을 중심으로 포장지와 노트, 선물박스나 편지지, 봉투 등까지 확장해서 활용하던 KAWI, 아기자기한 북커버나 책갈피 등 소품들을 매력적으로 어필하던 오이뮤, 좋은 연필과 만년필 뿐만 아니라 디자인 재료도 판매하던 파버카스텔, 종이 묶음을 과감하게 박스로 판매하던 삼원페이퍼, 다양한 색상을 써볼 수 있는 세일러 등이었네요. 저는 여기에 부탁받은 블랙윙 연필과 미도리 무지노트+북커버를 구입했구요. 아이는 풀물에서 스티커와 마스킹테이프를 소소하게 골라 샀네요.

담에는 좀더 취향에 맞는 제품들을 천천히 볼 수 있게 평일에 가봐야겠다 생각해봅니다. 엄청 붐볐고 힘들었지만 재밌었어요.

맥스 시덴토프 개인전: Seriously Not Serious

인터뷰] 맥스 시덴토프가 말하는 이번 전시 놓치면 안 되는 이유

일상에 활력소가 될까 해서 새로운 공간에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작가의 전시회를 찾아가 봤네요. 그라운드시소는 많이 들어본 공간이었는데, 성수 말고 센트럴점이 있는건 처음 알았어요. 1~2층이 모두 다양한 먹거리 공간으로 되어있었고, 3층이 전시관이더라구요.

맥스 시덴토프는 나미비아에서 태어난 독일 현대미술가로 실사 조각과 사진, 영상, 광고와 설치미술 등을 넘나들며 현실을 비트는 유머를 소재로 하고 있더군요. 실제 전시에서도 너도나도 물에 빠져 Thumbs up을 하고 있다던지, 투표장 부스에서 바지를 내린 모습, 친환경 비건을 했다는 문구를 남긴 비석 등으로 현실을 꼬집는 작품들이 있었고, 그 외에도 가수가 항공사정으로 오지 못하자 자신이 가수 대신 출연해서 찍은 뮤직비디오, 제니가 출연한 장 폴 고티에와 다양한 브랜드의 협업 광고 등이 인상적이었네요.

아쉬운건 전체적인 작품들이 너무 스팟성이라고나 할까요? 한번 소비되고 지나가면 계속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느낌이라 원래 그런걸 의도했다고 해도 뒷맛이 좀 씁쓸하긴 했습니다. 현대미술이란 트렌드와 기업들이 바라는 것이 그런 팟 하는 느낌이라고는 하지만 작품을 두고두고 보고 싶어하는 일반 관람객 중 하나의 바램으로는 좀더 호흡이 길고 다시 돌아보는 느낌을 바라게 되는 모양이에요. 그런 면에서 퐁피두의 큐비즘 전이 더 인상적이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네요.

개인적인 감상은 그정도. 이런 작가도 있고 재미도 나름대로 있었고 상업적으로 성공도 하고 있으니 그런 니즈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시도와 흐름이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죠. 다음 기대를~

젠틀몬스터·제니와 협업한 바로 그 작가, 맥스 시덴토프 | Design+

에너미 앳 더 게이트

Enemy at the Gates (2001)

너무나 잘 알려진 영화인데 이제껏 못 봐서 뒤늦게 감상해 보았습니다. 실화 기반이면 보통 재미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상당히 잘 만든 것 같아요. 2차대전 당시 스탈린그라드를 두고 대치하던 독일군과 소련군 사이에서 장병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한층 더 홍보된 저격병 바실리 자이체프(주드 로)의 스토리입니다.

바실리는 원래 독일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방패처럼 투입된 목동 출신의 병사였으나, 전투 중 쓰러졌다가 깨어나 적군 장교를 저격하려던 홍보장교 다닐로프(조지프 파인즈) 대신 총을 받아들고 장교뿐 아니라 다섯 명을 차례로 저격하면서 사기를 올리기 위해 기사화되고 양 측에서 모두 주목할 병사로 떠오릅니다. 계속해서 스탈린그라드를 지키며 실적을 늘리기 원하는 흐루시초프, 이를 끊기 위해 투입된 상대측의 베테랑 저격교관 쾨니히 소령(에드 해리스), 양측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정보를 흘리는 러시아인 소년 샤샤, 다닐로프가 짝사랑해서 2선으로 빼내려 하지만 가족의 복수를 위해, 그리고 일선에서 전투를 계속하는 바실리를 좋아하기에 계속 전선에 머무르는 여자병사 타냐 모두가 전형적이지만 탄탄한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나가요.

바실리가 정말 뛰어나고 상당한 실적을 올렸지만, 본인도 쾨니히에 비해 실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느끼고 있었고,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대결을 당당하게 나섰으며 마지막에도 혼자만의 힘이라기보다는 자신을 지지해주는 한사람 한사람의 희생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그게 비록 연적이자 절친이었던 사람이었고 애증의 관계였다 해도 말이죠.

미이라의 여주인공이었던 레이첼 바이스가 이 작품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고 하더군요. 그럴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매력적으로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생각입니다. 입소문이 난 작품은 그만큼의 임팩트가 있네요. 좋았습니다.

양치기 마법사

양치기 마법사8점
수박복숭아/문피아

마법이 계급을 결정하는 세계를 상당히 진지하게 접근해서 스토리를 전개해나간 환타지 소설입니다. 꽤 재미있게 읽었어요.

투란은 마을 밖에서 양을 치는 목동입니다. 마법과 돌팔매를 이용해 늑대나 마물을 쫓고 양들을 보호하지만 어머니의 유언으로 인해 마법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살아가고 있으며, 마을에서는 위험한 곳에서 사는 고아라는 이유로 경원시되고 있죠. 어느 날 케오른이란 이름의 기사가 찾아와 마물을 사냥하고자 왔지만 자신이 마물을 죽였다는 것을 숨겼기에 마수의 사령이 되살아나 강함 힘으로 습격해오고 이를 퇴치하는 과정에서 마력을 흡수하는 기술을 배우게 됩니다.

케오른의 영향으로 마법을 배우기 시작한 투란은 마을을 떠나 여행을 하면서 아라비온과 자하르라는 두 대가문의 피를 이어받은 것을 알게 되고, 다양한 사건을 통해 메이사 아라비온, 솔리프 바라하 등 절친을 만나 우정과 사랑을 쌓아가게 되고 출생의 비밀과 가문들간의 숨겨진 신화에 대해 점차 깊이 들어가게 됩니다. 왜 가문마다 특정 마법이 강한지, 가주나 특정 인물들이 사용하는 영혼의 힘은 무엇인지, 세계를 창조한 프레야 신족이라 불리는 그들은 어디로 갔는지 등이 꽉 짜여진 이야기 속에서 차근차근 펼쳐지는걸 보는 맛이 즐거웠어요. 여기에 더해 투란의 반려마수 독수리 비제 또한 감초 역할로 즐거움을 더해주고요.

전체 스토리가 늘어지지 않고 250화로 깔끔하게 떨어지기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나중에 먼치킨화되기는 하지만 너무 과하지는 않아 끝까지 즐겁게 볼 수 있는 소설이었네요. 재밌었습니다!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Glass Onion (2022) - IMDb

추리소설 작가의 유산을 둘러싼 군상극이었던 전편에 이어 이번에는 IT시대의 사업기회를 둘러싼 군상극이었네요. 탐정 브누아 블랑은 독특한 형태의 퍼즐을 풀어서 획득한 초대장을 들고 초대형IT기업 알파의 창립자 마일스 브론이 소유한 그리스의 한 섬으로 가게 됩니다. 그와 함께 초대된 인물들은 마일스와 관련있는 주지사 클레어와 과학자 라이오넬, 모델 사업가 버디, 인플루언서 듀크 등이 초청되고, 무엇보다 마일스와 함께 알파를 이끌었지만 이들에게 배신당한 앤디가 뜻밖에 나타나서 동행합니다.

초대 이벤트로 글래스 어니언이라 불리는 섬 중앙의 유리로 된 홀에 모여 파티를 하던 중, 술잔을 기울이던 듀크가 쓰러져 숨지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어서 갑작스레 정전이 되면서 파티장은 혼란에 싸이고 앤디가 총에 맞아 쓰러지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구요. 그리고 블랑의 추리가 펼쳐지는데, 이 비극은 모두 기업 알파의 성장을 둘러싸고 전략을 제시한 앤디와 이를 훔친 마일스, 그리고 마일스의 협박이나 도움을 받아 앤디를 배신한 다른 사람들의 관계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었어요. 뜻밖의 사실은 앤디가 사실은 앤디가 아니라는 것이었고.. 여기에 화려한 건물과 잠입, 추적 등이 섬이란 좁은 공간에서 긴박감 있게 펼쳐지는건 꽤나 재밌었어요.

다만 너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좀 붕 떠있는 느낌이긴 했고, 블랑이 1편과는 다르게 너무 촐싹대는 느낌이라 위화감이 좀 느껴졌달까요?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나 숨겨진 진실 등은 상당히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3편이 매우 좋았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어 다음에 볼 웨이크업 데드맨 많이 기대하고 있어요 🙂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 퐁피두센터 한화

선나림의 프리뷰] 황홀하게 해체되는 빛과 큐비즘,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전 - 더프리뷰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전인 큐비스트 전시에 다녀왔습니다. 꽤 멋진 공간에 신경써서 만든 전시공간이라 감동했네요. 접근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시민아파트를 건너서 바로 보이는 공간에 들어서면 널찍하면서도 안정감있는 공간에 놓인 한 점의 조각이 가져다주는 편안함이 좋았습니다.

전시는 2층의 두 전시관을 사용하는데, 큐비즘의 역사적 순서에 따라 작품들이 배열되어 있어요. 피카소의 여성 초상을 시작으로 브라크, 파리스, 로랑생 등 익숙한 화가들과 미처 몰랐던 화가들의 작품이 큐비즘의 시작과 분석기를 거쳐 살롱-오르픽-종합으로 발전해나가다가 전쟁을 거치고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이후 모던 아방가르드로 이어지는 흐름이 잘 느껴져서 좋았네요. 특히 유명한 작품은 없었지만 그래서 더 화가들의 특징이 잘 보였고, 피카소가 왜 그렇게 높게 평가받는지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네요. 색은 색대로, 드로잉은 드로잉대로, 그렇지만 둘이 어우러져 새로운 가능성을 열면서 이를 무대와 같은 종합예술과 결합한다는건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3층에는 국내 작가들이 큐비즘의 영향을 받아 나름대로 해석하고 적용하며 활동했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 작품들이 또 너무 좋았습니다. 김환기, 한묵, 유영국의 작품이 가장 앞서 보여졌는데 색채 뿐만 아니라 색감과 질감이 너무 독특하고 예뻤고요, 뜻밖에 동양화면서 큐비즘의 영향이 보이는 박래현 님의 노점과 고양이 두 점도 좋았고, 마치 유화 구성 작품인가 했지만 섬유에술인걸 알고서는 깜짝 놀란 이신자 님의 작품이 매우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네요. 별도 전시가 있다면 꼭 가봐야겠다 생각했어요.

좋은 공간이 생긴데다가 너무나 널찍하게 편안한 감상 환경을 제공하기에 차기 전시가 있으면 하나하나 꼭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일 오후 즐겁게 잘 볼 수 있었네요.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퐁피두센터 컬렉션으로 읽는 입체주의 < 비평&리뷰 < 기사본문 - 컬처램프

호퍼스

Hoppers Posters - Buy Hoppers Poster Online - Movieposters.com

픽사의 올해 신작.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어릴적부터 사나운 성격으로 인해 주위와 어울리지 못하던 메이블은 할머니 덕분에 주변 연못에서 자연을 느기며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며 성장해 나갑니다. 하지만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연못가도 도시 재개발로 인해 없어질 위기에 처하자 이를 막기 위해 좌충우돌하던 와중 찾아간 동물 연구가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동물 형태의 로봇으로 정신을 전이시킬 수 있는 장치를 발견하고 비버의 속으로 들어가게 되죠.

그리고 찾아간 동물들의 피난처에서 비버인 조지 왕을 만나게 되어 좁은 공간에서 동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규칙을 만들고 복작복작하게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어 인간들이 빼앗은 영역을 되찾자고 설득하게 됩니다 (동물 로봇에 들어가면 동물들과 이야기도 가능하더라!). 조지 왕은 자신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런 큰 일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포유류 뿐만 아니라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와 곤충의 왕까지 소집해서 회의를 해야 하는 건이라고 하면서 회의를 소집하죠.

그곳에서 메이블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곤충을 충동질하는 바람에, 단순히 땅만 빼앗는 것을 넘어 개발을 주도하는 제리 시장을 제거하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져 버립니다. 메이블과 조지 왕은 이를 막고자 했으나 엉뚱하게 곤충의 왕을 Squeeze해버리게 되어버리고 그보다 더 극단적인 애벌레 타이터스가 곤충왕에 등극하게 되어 타이터스는 시장으로 변장해 모든 인간을 제거하는 계획을 시작합니다. 이를 막기 위한 메이블과 제리 시장, 그리고 동물들과 연구원들의 노력이 볼만하네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과 흥미로운 스토리, 그리고 캐릭터들 간의 티키타카하는 재미가 잘 어우러진 픽사의 또 하나의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메이블의 앞날에도, 그리고 조지왕을 비롯한 동물들도 모두 해피해피한 결말도 푸근하고요. 아이 어른 할거 없이 모두 재미있게 볼 수 있을것 같아요.

How Many Hoppers Cookies? Review, Plot, and Ending Complete Summary -  Fanplus Community

인사이드 아웃 2

Inside Out 2 - Disney+, DVD, Blu-Ray & Digital Download | Disney

라일리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어린시절의 단순했던 감정이 다양해지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로 접어듭니다. 약간의 자극에도 극도로 화내거나 슬퍼하거나 우울해하거나 확 좋아지거나 하는 감정의 파도가 몰아치는 시기가 너무나 잘 표현되는 이야기에요.

고교 입학을 앞두고 절친들과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라일리. 고교 팀의 추천으로 하키 캠프에 입소하게 되는데 고교에 대한 두려움과 좋은 팀에 들어가고 싶다는 갈망, 자신의 눈에 보이는 이상형의 선배와 어릴적부터 함께한 친구들에 대한 양자택일의 감정과 죄책감, 과연 고교팀에 선발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 등이 자신을 지금까지 만들어온 감정들과 새롭게 확장되고 다양해진 감정들간의 갈등으로 그려져요.

기존의 5개 감정 – 기쁨, 슬픔, 까칠, 버럭, 소심 – 간의 갈등이 1편의 주제였던데 비해 기존의 단순한 ‘좋은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부서지고 자신을 돌아보며 여러 감정과 자아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감정들 – 불안, 부럽, 따분, 당황, 추억(?) – 이 끼어들면서 감정 제어판과 공간 전체가 확장된다는 점이 참 잘 표현된것 같아요. 절친이었던 친구들과 때로 갈등하고, 누군가를 부러워한 나머지 따라하기만 해서 웃음거리가 되기도 하고, 뜻밖의 상황에 당황하며 부끄러워하기도, 혹은 심지어 잘못인줄 알면서 욕망에 져서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는 상황 속에서 중요한 하키캠프의 마지막날 경기에서 친구를 다치게 하며 라일리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한단계 성장합니다. 물론 그 가운데에서 기쁨과 슬픔이를 비롯한 친구들의 활약과 당황이의 도움, 불안이의 폭주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따라온건 물론이구요.

흥행은 1편만큼은 못했다고 알고 있지만 분명 잘 표현하고 잘 만든 작품이라는 점은 분명한 것 같아요. 마지막에서 불안이 꽃피운 정체성도, 기쁨이네가 만들어온 좋은 사람이라는 정체성도 다 리셋하고 모든 감정을 포용하는 자아를 인정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이 기억에 남네요. 재밌었습니다.

우리의 감정에는 죄가 없다…'인사이드 아웃 2'에 공감하는 이유

스플래쉬

Posters USA - Tom Hanks Splash Movie Poster GLOSSY FINISH - FIL168 (24" x  36" (61cm x 91.5cm)) : Amazon.ca: Home

고전인데 제대로 감상해보지 못한 유명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였어요. 예전 TV에서 방영해주는걸 중간중간 본 기억은 있는데 전체 스토리를 본건 이번이 처음. 톰 행크스가 주인공이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어릴적 가족끼리 놀러간 케이프코드에서 탔던 배에서 무언가를 보고 뛰어내렸던 기억이 있는 주인공 앨런. 난봉꾼 기질이 있는 형과 함께 식품/과일 도매상을 운영하는 그는 어느날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케이프코드로 갑니다. 그곳에서 어떤 섬으로 이동하다 다시 물에 빠진 그를 어떤 여성이 구해주고 사라지죠. 이건 인어공주 구도 그대로네요.

뉴욕에 돌아간 그에게 그 여성이 찾아옵니다. 자유의 여신상 앞에 알몸으로 나타난 그녀는 앨런이 물에 빠졌을때 잃어버린 지갑을 들고 그에게로 찾아가게 되고, 앨런은 그녀를 메디슨이란 이름으로 부르기로 합니다. 일주일 후 그녀는 돌아가야 한다고 하지만 함께 지내는 사이 둘은 사랑에 빠져들고요, 앨런의 청혼을 놓고 진실을 말하려는 그녀는 자신이 인어라는 사실을 고백하기 전 인어를 추적하던 과학자에 의해 비밀이 드러나버리고 맙니다.

실험실에 갇혀버린 그녀를 놓고 앨런은 형과 마음을 돌린 과학자와 함께 인어 구출에 나서고, 맨하탄 곳곳을 내달리는 추격전 끝에 부두에 다다릅니다. 이 곳에서 헤어질 것인가 함께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서 앨런과 메디슨은 선택을 하게 되구요.

고전적인 스토리이지만 옛 맨하탄의 모습과 명배우들의 풋풋한 모습을 보는 느낌이 색다르고 즐거웠습니다. 지금 봐도 재밌는 부분이 있는 반면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장면도 있고요. 그럼에도 당시의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동이빌딩이나 자유의 여신상 투어, 월스트리트의 모습, 브루클린브리지 및 부둣가, 옐로캡 등이 새삼스럽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플러스 알파의 느낌이 좋네요.

바이바이 블랙버드

바이바이, 블랙버드6점
이사카 고타로 지음/민경욱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호시노라는 한 남자가 (아마도) 거액을 빚을 지게 되어 어떤 곳으로인가 팔려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신이 만났던 다섯 명의 여성들을 찾아다니며 이별을 고하는 과정을 담은 소설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일본 소설은 뭔가 현실적이지 않은 내용에 나사가 한두개 빠진 듯한 인물들이 등장해서 꿈속을 거니는듯한 이야기를 펼치고 사라지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 역시 그렇네요.

일단 다섯 명의 여성을 만나면서도 죄책감이나 거리낌이 없는 남자도 그렇고, 그를 호송하는 역할을 맡은 거구의 또다른 여성 마유미의 존재도, 그리고 이런 다섯 명의 여성을 만나는 과정을 따라다니는 것이나 그런 마무리를 허용한다는 것도 그렇고 말이죠. 다섯 명의 여성 또한 초반에 만난 사람은 딸기밭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혹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그래도 정상적으로 보이고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누군가는 줄을 타고 침입하는 걸 좋아하고, 누군가는 모든 것을 숫자로 재단하고, 누군가는 유명한 여배우면서도 이런 남자를 만난다는게 참 그렇더군요.

물론 이야기는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어떤 사연이 있건 여성을 괴롭히는 이상한 사람들에 대항하는 마음가짐은 가지면 좋고요, 마음을 써주면서 도전 라멘 한사발을 원샷하는 패기도 때로는 부릴 수 있지요. 그럼에도 이 상황 자체가 공감이 가지는 않는건 작가가 의도한 것 반, 이런 상황이나 비공감을 의도한 것이 나머지 반 정도일 것 같습니다. 재미가 없는건 아니지만 지지할 수는 없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이끌어내는 구성이라면 맞을지도요.

하루키의 일련의 환상소설스러운 작품 라인업이 일본 문학계에 이런 영향을 끼친 것인지, 아니면 일본 문학이 원래 이런 조류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새롭지는 않다는 느낌이네요. 재미는 있지만 아쉬웠던 한 권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