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26-06-01

바이바이 블랙버드

바이바이, 블랙버드6점
이사카 고타로 지음/민경욱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호시노라는 한 남자가 (아마도) 거액을 빚을 지게 되어 어떤 곳으로인가 팔려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신이 만났던 다섯 명의 여성들을 찾아다니며 이별을 고하는 과정을 담은 소설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일본 소설은 뭔가 현실적이지 않은 내용에 나사가 한두개 빠진 듯한 인물들이 등장해서 꿈속을 거니는듯한 이야기를 펼치고 사라지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 역시 그렇네요.

일단 다섯 명의 여성을 만나면서도 죄책감이나 거리낌이 없는 남자도 그렇고, 그를 호송하는 역할을 맡은 거구의 또다른 여성 마유미의 존재도, 그리고 이런 다섯 명의 여성을 만나는 과정을 따라다니는 것이나 그런 마무리를 허용한다는 것도 그렇고 말이죠. 다섯 명의 여성 또한 초반에 만난 사람은 딸기밭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혹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그래도 정상적으로 보이고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누군가는 줄을 타고 침입하는 걸 좋아하고, 누군가는 모든 것을 숫자로 재단하고, 누군가는 유명한 여배우면서도 이런 남자를 만난다는게 참 그렇더군요.

물론 이야기는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어떤 사연이 있건 여성을 괴롭히는 이상한 사람들에 대항하는 마음가짐은 가지면 좋고요, 마음을 써주면서 도전 라멘 한사발을 원샷하는 패기도 때로는 부릴 수 있지요. 그럼에도 이 상황 자체가 공감이 가지는 않는건 작가가 의도한 것 반, 이런 상황이나 비공감을 의도한 것이 나머지 반 정도일 것 같습니다. 재미가 없는건 아니지만 지지할 수는 없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이끌어내는 구성이라면 맞을지도요.

하루키의 일련의 환상소설스러운 작품 라인업이 일본 문학계에 이런 영향을 끼친 것인지, 아니면 일본 문학이 원래 이런 조류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새롭지는 않다는 느낌이네요. 재미는 있지만 아쉬웠던 한 권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