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보관물: philia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중개합니다 & 도쿄R부동산 이렇게 일합니다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중개합니다 : 도쿄R부동산6점
도쿄R부동산 지음, 정문주 옮김/정예씨

업무 관계로 조사를 하면서 읽게 된 책인데, 의외로 재미있어서 올려봅니다. 도쿄 R 부동산이란 회사는 일본의 부동산 거래를 중개하는 회사로, 우리나라의 공인중개사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트렌디한 물건을 중개한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사원들이 각자의 취향이 있고, 본인이 흥미가 있거나 재미있는 활용방법이 떠오르는 공간이 있으면, 이런 주택이나 건물 등을 자신의 해석을 곁들여서 사이트에 올리고, 이것을 보고 관심을 가지는 고객과 연결시켜 주는 회사였어요. 따라서 단순한 맨션이나 가정집을 중개하기보다는 자신의 취향대로 공간을 꾸미고자 하는 고객이나 디자이너, 혹은 직접 카페를 운영하면서 생활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나 가까운 교외에 서핑을 할 수 있는 세컨드 하우스를 원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공간의 형태가 사례로 펼쳐지는 책이라 공간과 전망 등을 보는 재미가 있었네요.

처음에는 도쿄에서 시작했지만, 이후로는 가나가와 같은 교외 통근권, 도쿄 만 쪽의 휴양지, 그리고 후쿠오카 등의 다른 도시까지 컨셉을 확장하고 있는 사이트라 나름대로의 새로움이 있는 중개사라는 생각을 했네요. 독특한 것은 개개인이 자기 취향을 걸고 공간을 소개하고 중개를 하는만큼 급여를 본인의 성과 기여에 비례하여 성과급 형식으로만 받는다는 사실. 하지만 그런 모델에는 100% 공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기업 운영의 형태를 소개한 도쿄R부동산-이렇게 일한다라는 책은 다 봤지만 별로 추천하고 싶은 생각은 잘 들지 않더군요. 참고만 하시길요 🙂

도쿄R부동산 이렇게 일 합니다4점
바바 마사타카.하야시 아쓰미.요시자토 히로야 지음, 정문주 옮김/정예씨

2023 클래식 레볼루션 – 김유빈 협연

티켓링크

성남시향과 함께한 번스타인과 브람스의 곡, 협연자로 바이올린의 에스더 유, 플룻의 김유빈이 함께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김유빈님의 연주를 보러 간거였지만 세 곡이 전부 흥미로왔습니다. 에스더 유의 연주와 번스타인의 세레나데는 처음 들었는데 바이올린으로 들려주는 고음 연주가 정말 화려하더군요. 인터미션 전이라 바로 이어진 앵콜곡은 귀에 익은 미국 민요를 편곡한 곡인듯 했어요. 흥겹고 즐거운 연주였습니다 🙂

김유빈의 플루트로 번스타인의 녹턴도 처음 들으면서 놀란게, 중간중간 마치 호루라기를 불듯 표현하는 걸 보고 저런 발성법도 있나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 장면이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 반복되길래 정말 신기했네요. 앵콜이 없어 좀 아쉬웠네요.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은 가을에 어울리는 곡이었습니다. 도입부에서 갈대밭에 부는 바람처럼 바이올린이 흔들거리면서 보잉을 맞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동안 브람스 교향곡을 즐겨듣진 않았는지라 4번의 기억이 별로 없었는데, 나중에 찾아서 다시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해주는 연주였습니다. 이승원 님의 지휘도 처음이었는데, 명쾌하고 확실한 지휘라 보기도 좋더라구요. 기억해 놔야겠습니다. 앵콜곡은 멋드러진 헝가리 무곡. 누구보다 악장님이 신나서 연주하시는게 인상적이었어요. 🙂

[프로그램]
번스타인 – 바이올린, 현악 오케스트라, 하프와 타악기를 위한 세레나데 (협연 – 에스더 유)
– intermission –
번스타인 – 할릴, 솔로 플루트, 현악 오케스트라와 타악기를 위한 녹턴 (협연 – 김유빈)
브람스 – 교향곡 제4번 e단조, Op.98

[앵콜곡]
– 에스더 유의 바이올린
: 앙리 비외탕 / 아메리카의 추억(양키 두들)
: Henri Vieuxtemps / Yankee doodle
– 성남시향
: 브람스 / 헝가리 무곡 제1번
: J. Brahms / Hungarian Dance No. 1

왓 위민 원트 & 패밀리 맨

What Women Want (2000) - IMDb The Family Man (2000) - IMDb

휴가기간 동안 가족과 함께 편안히 재관람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예전 즐겁게 본 기억이 있는 가족적인(?) 영화로 골라봤네요.

왓 위민 원트는 멜 깁슨은 워낙 특유의 흐뭇한 미소와 즐거운 연기가 좋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헬렌 헌트도 멋진 미소와 함께 조금씩 멜 깁슨에게 빠져드는 연기가 너무 자연스럽고 그윽하고 좋더군요. 딸과의 티격태격도 귀여웠고요. 2000년 개봉작인데 그 당시에 이미 여성의 활동을 주력으로 밀기 위해 광고를 맡기는 기업이 나이키란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이야 말할 것도 없는데 이미 그 당시에 나이키는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는 기업이었다는 이야기가 되네요. 좋았습니다.

패밀리 맨은 회사를 다니면서 워라밸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 영화였어요. 사회에서의 성공과 행복한 가정의 대비. 물론 두 가지 다 가질 수도 있겠지만 현실을 보면 회사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결국 가족적인 무언가를 내려놓고 다니는 것 같아 별로 끌리지는 않더라구요. 물론 그런걸 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말이죠. 니콜라스 케이지가 이런 혼란에 빠진 주인공 역할을 크리스마스 캐롤의 스크루지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해주네요. 여기에 어울리는 히로인인 티아 레오니, 그닥 연기를 보여줄 타이밍이 별로 없긴 했지만 풋풋한 미모가 너무 좋았습니다. 언제 다시 봐도 좋은 영화여요 역시.

시간이 더 있었다면 트루먼 쇼도 즐겁게 봤을 것 같은데 기회가 닿질 않았네요. 넷플릭스 덕분에 이런저런 고전영화도 편안히 틀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

장화신은 고양이: The Last Wish

Puss in Boots: The Last Wish (2022) - IMDb

슈렉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제작된 장화신은 고양이 극장판입니다. 별 기대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재미있어서 끝까지 봐버렸네요.

고양이는 아홉 개의 목숨이 있다는데, 너무 용감한 나머지 여덟 개의 목숨을 써버린 고양이가 갑자기 겁쟁이가 되어 죽음을 피해 숨어들어간 보호소, 그곳에서 만난 강아지 페리토와, 의뢰를 맡기고자 쳐들어온 골디락스와 세 마리의 곰, 그리고 의뢰와 관련하여 경쟁하게 된 옛 연인 말랑손 키티와 쫓고 쫓기는 모험을 통해 마지막 소원을 빌 수 있는 별을 찾아가는 모험이 주요 스토리입니다. 아, 그 가운데 피노키오한테 밀려나 삐뚤어져버린 악당 빅 잭 호너가 있네요.

항상 패러디를 담아 온 슈렉 시리즈답게 여기에도 다양한 패러디가 나옵니다. 골디락스와 곰 세마리부터가 너무나 멋지게 비틀어버린 캐릭터들이고, 빅 잭 호너가 사용하는 물건들 또한 매드맥스 퓨리로드가 결합된 신데렐라 마차, 메리 포핀스의 무엇이든 들어가는 가방, 바위에 꽂힌 엑스칼리버, 앨리스의 Eat me 과자/음료, 마지막 순간의 터미네이터 엄지척까지. 보면서 계속 웃음지을 수 있는 유머가 가득하네요.

관통하는 주제 또한 꽤 괜찮게 묘사되었습니다. 한 줄기만이 아니라 빌런으로 나온 골디락스를 통해서도 진정한 가족애를 깨닫는 과정을 보여주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장화신은 고양이를 통해 그렇게 용기있는 척 하면서 자신의 약점과 사랑을 인정하는 과정을, 정말 약하고 대책없어보이는 강아지 페리토를 통해서도 사랑과 충성의 힘을 보여주기도 해요. 덕분에 가족영화로도 꽤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포스터를 보니 딱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작품이었다는 생각이었네요. 근데 소리소문 없이 쓱 지나가고 넷플릭스에서 보게된건 한국 특성이려나 싶기도 하네요. 어쨌든, 꽤나 볼만한 드림웍스 애니였습니다 🙂

달빛 조각사

달빛 조각사 16점
남희성 지음/인타임

게임 판타지의 대표격인 작품인데 이제서야 찾아보게 되었네요. 온라인 게임의 고수인 주인공 이현(게임캐릭터명 위드)이 로열 로드라는 풀 다이브형 RPG를 시작하면서 고수로 성장해나가는 단순하다면 단순한 스토리의 소설입니다. 색다른 점이라면, 성장에 유리한 전투계, 마법계도 아니고, 요리나 장사 같은 생업계 캐릭터도 아닌 조각사라는 예술계 캐릭터로 시작한다는 점인데요, 일반적으로 게임에서 선택하지 않는 캐릭터에다가 스킬 트리 역시 한곳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이것저것 필요한대로 막 올리는 잡캐로 키워가면서 부족한 레벨은 노가다로 틀어막는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매력있는 스토리였네요.

초반에는 어려운 캐릭터를 선택해서 스킬트리는 올리는 과정과 다양한 퀘스트를 수행하는 과정을, 중반부터는 갖은 고생 끝에 주요 퀘스트를 완료하면서 덤으로 북부대륙 도시 모레타를 발전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대륙을 휩쓰는 어둠의 종교 엠비뉴 교단과의 대결을, 후반에는 중부대륙을 평정해나가는 라이벌 바드레이와의 대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독특하게 시간축을 넘나들면서 사막의 제왕이라든지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운명을 극복하는 스토리도 외전처럼 끼어들기도 하는데 억지스럽기보다는 게임의 한 줄기로 즐겁게 볼 수 있었네요.

물론 너무나 상상속의 게임 이야기로 전개된 터라 구멍은 많고 상당히 가부장적이고 편향된 시선을 보여주긴 합니다만, 의외로 정치경제적인 면에서는 핵심을 찝어내는 구석도 있어서 나름 타협하면서 볼 만한 스토리라인이기도 합니다. 너무 먼치킨같은 최강 캐릭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게임인걸요.. 그러려니 보면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ㅎㅎ

덕분에 몇 가지 연재소설을 내친김에 보고 있습니다만, 이만한 흡입력을 지닌 작품은 잘 없기는 하네요. 나름 즐거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