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보고싶어해서 갔던 전시입니다. DDP였구요,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상당히 밀도있고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공간에 다양한 작품들이 구성되어 있어 한시간 예상하고 갔다가 두시간 넘게 잘 구경하고 왔네요.
파리의 디올 본사의 역사와 어떤 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졌는지를 돌아보는 공간을 시작으로, 디올 본인과 이브 생 로랑, 존 갈리아노, 지안프랑코 페레, 라프 시몬스와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의 작업들이 다양한 형태로 전시되어 있네요. 기억에 남는건 하얀 돔 형태의 공간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테마로 꽃과 식물 중심의 의상들이 있던 공간과 까만 배경에 빨강 파랑 초록 주황 블랙과 골드 등 색상을 주제로 토털패션을 전시한 공간, 그리고 마지막의 웨딩드레스가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듯한 공간이 기억에 남아요. 그 외에도 레이디 디올 향수와 백, 자도르 향수를 테마로 구성한 코너도 인상적이었네요.
그리고 좋았던건 각각의 디올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의 스케치나 작업북이었네요. 본인의 스타일로 슥슥 색연필 색칠하거나 소재 자투리를 꽂아놓은 그림이 옆에 전시된 의상으로 완성된다는 것이 신기하더군요. 그걸 보면서 예전에 보았던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영화가 생각나서 다시 찾아보기도 했어요. 영화 끝에 나오는 디올의 스케치, 배경이 되는 디올 본사, 그리고 오트 꾸튀르의 작업 방식과 당시 디자인이 그대로 연결되더군요. 전시를 보고 나서 영화를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
아이는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나중에 한번 더 가보고 싶다고 하네요. 넓은 공간에서 편안히 볼 수 있는 전시라 추천합니다.
DDP에 뜬 12미터 달항아리 – 디올이 전시를 만드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