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요즘은 극장이 코앞에 있으면서도 영화와는 저만~치 떨어진 채 살고 있었네요. 우생순과 Sex and the City 극장판 이후로는 아이언맨도, 인디4편도, 캐스피언왕자도 놓친 채로 출장길에 기내에서 보여주는 영화나 그럭저럭 보게 된지도 한참 된듯.
그런 와중에 영화라면 꺼뻑하는 모 님께서 쌀나라에서 잠시 귀국하셔서 영화 두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선은 미쿡에서 그 보기 힘들다는 한국영화를 한편 봐주시었네요 – 그 유명한 놈놈놈.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가 이리치고 저리맞고 요리뛰고 엎어지는 천방지축 만주판 벌판극이라 할만한 유쾌한 영화였습니다. 이병헌이야 눈에 힘주면서 째려보는 모습이 참 애처롭기도 하고 그럭저럭. 하지만 정우성은.. 이뭥미. 줄타고 날아다니며 라이플을 쏴대고, 말타고 달리며 라이플을 빙글빙글 돌리는게 이건 타잔인지 레골라스인지 앨런 쿼터메인인지 터미네이터인지.. 그래요 팍팍 밀어주세요. 정우성님 폼잡으니 여자분들 주르르 넘어가시어 영화 대박나길 기대합니당.
그렇더라도 결국 영화는 송강호 것이 아닐까 싶군요. 뭐니뭐니해도 최강자도 그였고, 마지막까지 살아남기도 했고, 모든 웃음을 도맡아 만들어내기도 했으니 말임다. 김지운감독도 어찌보면 뻔하기 그지없는 코믹코드들을 송강호가 있다는 이유 하나로 집어넣은게 아닐지.. 어쨌든간에 정우성과 송강호를 살리는 와중에 이리저리 커트되어버린 이병헌과 엄지원씨, 송이양에게 애도를. 참, 지네님도.. ^^ (참고: 박도원 캐릭터 설정 + 촬영 뒷이야기 – 가민님)
그리고 며칠 뒤 본 영화는 놀란님의 다크나이트. 7시반 시작이라 10시면 넉넉잡고 나올줄 알았는데 10시반 가까와서야 극장에서 나올정도의 러닝타임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저야 배트맨을 주욱 봐왔으니 괜찮았지만, 배트맨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 봤더라면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만큼 액션이나 화면빨보다는 심리의 싸움에 중심을 둔 싸이코스릴러에 가까운 SF라고나 할까 -_-;
그럼에도 모든 캐릭터가 넘넘 맘에 들어 어쩔수 없는건 나름 배트맨 오타쿠…는 아니고, 어쨌거나 지금까지 봐온 애정 덕분이 아닐지. 팀버튼님의 1편도 좋았지만, 그건 나름대로 현실보다는 환타지로 재창조한 고담시와 배트맨&조커의 이미지 덕분이 아니었을지. 반면에 놀란 감독의 배트맨은 엄청 현실적인 설정의 뉴욕시(아무리 고담이라 이름붙여도 이건 뉴욕-_-)와 범죄를 소탕하는 정의의 정신병자(?) 배트맨, 그리고 배트맨 덕분에 발붙일수 없게 된 범죄자들 틈에서 나타난 미친놈 조커라는 실제 일어난 일이라도 믿을지 모르는 생생한 모습이 매력이었음둥..
지못미 히스 레저의 조커는 정말 패주고 싶을정도로 기분내키는대로 사람을 죽이고 사건을 일으키는 악의 화신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자기가 저런 괴물이 고담에 나타나도록 만든게 아닐까 브루스 웨인이 고민할 정도로 말이죠. 강한 힘은 또다른 강한 힘을 불러들인다나요.. 게다가 지나친 선은 지나친 악과 한꺼풀 차이임을 보여주는 투페이스의 등장 또한 브루스 웨인을 절망속에 빠뜨리는게 아닐지 모르겠군요. 아우, 내가 써놓고도 암울해라.
하지만 이런 갈등 속에서 배트맨은 마음을 강하게 키워나가겠지요. 배트맨 비긴즈가 배트맨의 외적 환경과 겉모습을 만들어낸 한편이었다면 이번 다크나이트는 배트맨의 내적인 강함을 만들어내기 위한 심리적 가시밭길을 보여준게 아닐까 싶어요. 그렇기에 그 모든 상실감 – 선의 추구, 사람들의 곡해, 약한 마음, 등돌린 여론, 실연 – 을 겪어낸 배트맨이 남은 고든 반장을 자신의 의지로 뒤로 하고 스스로 쫓기는 역을 자처하며 달려가는 모습이 오히려 든든하게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간만의 영화관 나들이, 즐거웠습니다. 못본 영화는 담에 볼 기회가 있겠죠~ 언제 또 출장이 있으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