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화가 반 고흐 展

불멸의 화가 반 고흐 - 인터파크

지난 주말 사람이 많아 관람을 포기하고, 아이는 엄마와 함께 주중에 일찍 다녀와서 평일 오전은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기에 하루 오전휴가를 다른 일로 낸 김에 전시도 다녀왔습니다. 원래 예전 암스테르담에서 고흐미술관에서 상당히 많은 대작들을 여유롭게 본 일이 있어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건 아니었지만서도, 한국까지 온 작품들을 볼 기회가 있으니 봐도 괜찮겠다 싶기도 했구요.

역시나 그리 큰 작품이 오지는 않았습니다만, 나름 고흐의 생생한 붓 터치와 빛이 나는 것 같은 화면을 보는 느낌은 좋더군요.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점묘법의 영향을 많이 받은듯한 작품들이 기억에 많이 남더라구요. 가장 익숙하기도 했고 좋았던 씨 뿌리는 사람도 그랬고, 가게 안쪽 의자와 테이블이 가득한 그림이라던지, 꽃이 있는 정물들도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씨 뿌리는 사람은 많이 본 작품임에도 그 앞에 다가가면서 뒤편의 태양이 정말 밝게 빛나는 듯한 느낌이 너무 좋았네요. 몇번씩 다시 보고 나중에 나가기 전에도 다시 돌아와 보고서야 갈 정도로 좋았습니다. 정물은 파란 꽃병의 장미와 야생화도 좋았지만 그 옆에 있는 빨간 꽃이 있는 정물도 개인적으로는 맘에 들었고요. 저런 작품 하나 집에 놓으면 좋을텐데 싶었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울듯요 ^^

예전 고흐박물관에서 찍은 작품들을 한번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다시 찾아서 괜찮은 사진들 한번 앨범으로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일단 몇년도인지 기억부터 해야 찾을텐데, 시간날때 백업 하드를 열심히 뒤져봐야겠습니다.

OAK 국가리포지터리 - OA 학술지 - Association Culturelle Franco-Coreenne - L'Analyse  de l'inter-texte d'Hugo, de Millet et de Gogh

파란 화병의 꽃(Flowers in a Blue Vase) by 빈센트 반 고흐 via DailyArt mobile app

사랑과 영혼

GHOST (1990) Original Authentic Movie Poster - 27x41 One Sheet -  Single-Sided - FOLDED - Patrick Swayze - Demi Moore - Tony Goldwyn - Whoopi  Goldberg

1990년작. 꽤 오래된 영화이고 본적도 있지만 굳이 다시 보게 된 이유는 오스카 때문이었네요. 서브스턴스가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주인공은 아니지만 주인공에 가까운 데미 무어의 열연이 이야기되고, OCN에서 아카데미 중계를 하면서 데미 무어 수상을 예상하고 바로 뒤에 사랑과 영혼을 편성했는데 수상은 불발되었다는 이야기를 보았거든요. 생각난 김에 영화 찾아서 감상.

샘과 몰리의 사랑 이야기라는 것과 여기에 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오다 메이라는 점쟁이가 중간 역할을 해주는 것은 기억나는데, 샘이 죽게 된 사건과 그 흑막인 칼 (샘의 친구)은 새삼 처음 보는 것인양 기억이 안나더군요. 덕분에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봤어요. 기억에 남는 언체인드 멜로디로 대표되는 사운드트랙도 반가왔고, 샘의 말버릇인 디토(Ditto!)도 새록새록 짠한 감정이 들었네요. 가장 강렬했던건 선인과 악인의 마지막. 선인은 죽으면 늘에서 비치는 빛을 타고 사라지고, 악인은 주변의 그림자들이 수근대며 일어나 영혼을 붙들고 나락으로 사라져가는 장면을 보며 내란 수괴들도 저렇게 빨리 처리되어야 할텐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점점 옛 영화만 찾아보게 되는것 같아 나이들어가는 느낌이라 좀 그렇네요. 그런김에 다음 영화는 파묘. 원래 오컬트는 좋아하지 않는지라 안보고 있었는데 한번 봐야겠다 싶어서 집어들었습니다. 다 보고나서 감상 올리죠.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

네이버 예약 ::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

간만의 미술관 나들이. 원래는 고흐전을 보러 갔습니다만 너무나 많은 사람의 물결 때문에 위층으로 올라가 카라바조 전시를 보았습니다. 이쪽은 라인업이 덜 화려해서인지 한가해서 여유롭게 볼 수 있었어요. 사실 가장 유명한 도마뱀한테 물린 소년은 어디서 최근에 봤는데 하고 생각해보니 재작년 영국 내셔널갤러리전에서 본 작품이더라구요. 물론 버전은 틀리겠지만 신선한 느낌은 덜했네요. 반면에 카라바조라는 인물의 성격과 행로가 참 거친 사람이었구나 싶어서 작가에 대한 이해는 조금 더 깊어진 느낌이었습니다. 뭔가 그림은 잘 그리지만 성격은 개차반이랄까요. 술마시다 사람 패고 도망다니는 대가라니 말이죠.

그럼에도 감정을 담은 인물의 표정과 사물을 묘사하는 솜씨는 탁월해서 개인적으로는 예수님에게 입을 맞추며 체포를 유도하는 가롯유다라던지, 십자군전쟁 탄크레디의 부상을 걱정하는 에르메니아의 모습을 담은 작품도 인상적이었어요. 나름 인상적인 작품들이라 보는 재미가 있었네요. 십자군 이야기를 재미있게 본 터라 더 그랬었는지도요. 그래도 입장료를 생각하면 좀더 대작이 와주었다면 좋았을텐데 싶기도요. 아무래도 한산한 이유가 있는듯 하네요.

پرونده:The Taking of Christ-Caravaggio (c.1602).jpg - ویکی‌پدیا، دانشنامهٔ آزاد

Erminia Finds the Wounded Tancred by GUERCINO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

Wallace & Gromit Vengeance Most Fowl 2024 Movie Poster Teaser Poster A5 A4 A3

간만의 월레스와 그로밋. 상당한 기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생생하고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시간이 지난만큼 이번에는 넷플릭세에서 공개되었네요. 초기에 나왔던 전자바지 사건의 빌런인 펭귄 – 페더스 맥그로우 – 그 사건에서 탈취하지 못했던 다이아몬드를 되찾고자 월레스의 최신작인 노봇을 이용해 탈주 및 보석 확보를 하고자 하는 음모, 그리고 동시에 자동화되는 일상에 거부감을 갖는 그로밋과 최신 기능을 보여주고자 하는 노봇의 갈등 등의 좌충우돌이 펼쳐집니다.

여전히 다양한 패러디와 순간순간 들어간 유머 덕에 한번도 쉬지않고 시청하게 만드는군요. 여기에 자기 감만 믿고 은퇴하기 좋은 멋진 자리만 만들고자 하는 경찰서장과 신입 경찰의 밀고 당기기도 재미를 더하고, 형사 가제트같은 독특한 발명품을 선보이는 월레스와 치밀하고 악당스럽게 해킹과 사악함을 보여주는 펭귄의 백vs흑 과학자의 구도도 재미있고 말이죠.

덕분에 기대하지 않았던 즐거운 시간 +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네요. 이번 작품으로 펭귄은 시리즈 내에서 나름 탄탄한 자리를 마련한것 같기도 하구요. 현지에서 펭귄 동상도 월레스&그로밋 동상에 이어 만들어졌다는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가보고 싶기도 합니다. 워낙 런던에서 먼 터라 실현되기는 힘든 희망이겠지만 말이죠 🙂

Wallace and Gromit Statue - Visit PrestonWallace and Gromit creator unveils Feathers McGraw statue - BBC News

물질의 세계

물질의 세계10점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인플루엔셜(주)

선물받아서 읽어보게 된 책인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의외로 아주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었습니다. 현대 문명을 구성하고 있는 주요 물질들 – 모래, 소금, 철, 구리, 석유, 리튬을 하나씩 다루면서 그 생산과 소비에 관련해 우리가 무심결에 모르고 사용하던 것들이 얼마나 이 물질들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함께 이야기해주는 책이에요. 그리고 덤으로(?) 이런 물질을 채취하기 위해 인류가 얼마나 심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 e.g. 산을 깎다 못해 골짜기로 동굴로 만든다고요 – 그리고 얼마나 이런 행동이 알려지지 않고 진행되는지 등등도 이야기합니다.

우선 모래라고 하면 반도체 정도까지는 떠올리겠지만, 우선 시작은 유리. 그리고 콘크리트도 함께 이야기합니다. 현대 문명의 프레임을 이루는 건축과 토목을 위해서 빼놓을 수 있는 두 가지이죠. 여기에 반도체란 것도 그냥 모래를 가지고 가공하면 되는게 아니라 어떤 모래가 더 높게 쳐지는지, 그리고 이를 가공하기 위해 얼마나 먼 거리를 이동하며 만들어지는지가 함께 드러나요. 소금은 말 그대로의 소금뿐만 아니라 초석 등 무기결합물들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교과서에서 비료용이라고만 배웠던 구아노가 화약의 재료이기 때문에 이를 확보하고자 칠레-페루에서 전쟁까지 일어났다는 사실도 드러나구요. 그리고 비료란 것도 식량과 이어지는 중요한 자원이기에 하버의 질소고정법이 농업 생산성을 얼마나 향상시켰는지도 이야기합니다.

농업이라고 하니 바로 다음에 나오는 강철도 빼놓을 수 없네요. 철강에 탄소를 어떻게 주입하고 만드는지, 그리고 철강을 만드는 과정도 그냥 탄광에서 석탄 캐듯이 하는게 아니라 아예 산을 폭파시켜 철광석을 쓸어담고, 이를 용광로에서 고철과 함께 녹여 추출하는 과정이 정말 대규모 산업이구나 싶어서 놀라왔습니다. 여기에 탄소를 어떻게 주입하느냐에 따라 강철의 강도가 달라지고 이 강철 품질 향상이 또 한번 농업 생산 규모를 대폭 향상시켰다는 것도 놀라왔구요.

그리고 산업혁명 이야기도 새로왔어요. 그냥 증기기관이 발명되어 뿅 하고 산업화가 이루어진게 아니라, 석탄을 구워 고순도 연료인 코크스를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고, 이 코크스를 이용해 강철을 생산해내는 기술이 발전되면서 증기압을 버티는 구조와 기관을 돌릴 수 있는 화력이 함께 공급되었기 때문에 증기기관이 실용화될 수 있다는게 놀라왔습니다. 그냥 석탄 대신 그 전까지 주력으로 쓰이던 목재였다면 영국의 대부분의 삼림이 사라졌을 거라구요.

그 뒤에 이어지는 구리도 비슷한 이야기. 현대의 전기전자 역시 전기를 보낼 수 있는 구리선이라는 인프라가 중요한데, 이 구리를 공급하는 대규모 광산은 세계적으로 몇 군데 없다는 것. 그리고 이 구리선을 절연하는 기술은 기존 고무에 의존하던 것을 석유산업의 발전으로 폴리에틸렌이 대치하면서 2차대전 때 고무 수급에 따른 영향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도 새로왔어요. 1차대전 당시애도 독일이 연료인 석유만 충분했다면 제철 등의 기술 면에서 연합군을 압도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이런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한편, 환경적으로는 현대의 광산은 굴에 들어가서 광석을 캐는게 아니라, 굴을 파고 발파시켜 무너진 암석을 싣고나와 추출/용해액으로 원하는 성분을 뽑아내는 형태라는게 쇼킹했네요. 그렇기에 물이 많이 사용되고 환경오염의 가능성도 높다고요. 사람들이 구시대 산업이라고 생각해 신경을 쓰지 않기에 많이 알려지지 않지만, 그 규모는 정말 대단해서 오염의 정도도 상당히 심한 것 같습니다. 정말 인간은 지구를 망가뜨리며 쓰는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

앞으로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가며 뉴스나 정보를 더 걸러서 봐야겠더라구요. 생각을 새롭게 해주는 좋은 한 권이었습니다. 정말 마음에 들어 한번 또 봐야겠다고 생각중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