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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세계 –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인플루엔셜(주) |
선물받아서 읽어보게 된 책인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의외로 아주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었습니다. 현대 문명을 구성하고 있는 주요 물질들 – 모래, 소금, 철, 구리, 석유, 리튬을 하나씩 다루면서 그 생산과 소비에 관련해 우리가 무심결에 모르고 사용하던 것들이 얼마나 이 물질들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함께 이야기해주는 책이에요. 그리고 덤으로(?) 이런 물질을 채취하기 위해 인류가 얼마나 심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 e.g. 산을 깎다 못해 골짜기로 동굴로 만든다고요 – 그리고 얼마나 이런 행동이 알려지지 않고 진행되는지 등등도 이야기합니다.
우선 모래라고 하면 반도체 정도까지는 떠올리겠지만, 우선 시작은 유리. 그리고 콘크리트도 함께 이야기합니다. 현대 문명의 프레임을 이루는 건축과 토목을 위해서 빼놓을 수 있는 두 가지이죠. 여기에 반도체란 것도 그냥 모래를 가지고 가공하면 되는게 아니라 어떤 모래가 더 높게 쳐지는지, 그리고 이를 가공하기 위해 얼마나 먼 거리를 이동하며 만들어지는지가 함께 드러나요. 소금은 말 그대로의 소금뿐만 아니라 초석 등 무기결합물들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교과서에서 비료용이라고만 배웠던 구아노가 화약의 재료이기 때문에 이를 확보하고자 칠레-페루에서 전쟁까지 일어났다는 사실도 드러나구요. 그리고 비료란 것도 식량과 이어지는 중요한 자원이기에 하버의 질소고정법이 농업 생산성을 얼마나 향상시켰는지도 이야기합니다.
농업이라고 하니 바로 다음에 나오는 강철도 빼놓을 수 없네요. 철강에 탄소를 어떻게 주입하고 만드는지, 그리고 철강을 만드는 과정도 그냥 탄광에서 석탄 캐듯이 하는게 아니라 아예 산을 폭파시켜 철광석을 쓸어담고, 이를 용광로에서 고철과 함께 녹여 추출하는 과정이 정말 대규모 산업이구나 싶어서 놀라왔습니다. 여기에 탄소를 어떻게 주입하느냐에 따라 강철의 강도가 달라지고 이 강철 품질 향상이 또 한번 농업 생산 규모를 대폭 향상시켰다는 것도 놀라왔구요.
그리고 산업혁명 이야기도 새로왔어요. 그냥 증기기관이 발명되어 뿅 하고 산업화가 이루어진게 아니라, 석탄을 구워 고순도 연료인 코크스를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고, 이 코크스를 이용해 강철을 생산해내는 기술이 발전되면서 증기압을 버티는 구조와 기관을 돌릴 수 있는 화력이 함께 공급되었기 때문에 증기기관이 실용화될 수 있다는게 놀라왔습니다. 그냥 석탄 대신 그 전까지 주력으로 쓰이던 목재였다면 영국의 대부분의 삼림이 사라졌을 거라구요.
그 뒤에 이어지는 구리도 비슷한 이야기. 현대의 전기전자 역시 전기를 보낼 수 있는 구리선이라는 인프라가 중요한데, 이 구리를 공급하는 대규모 광산은 세계적으로 몇 군데 없다는 것. 그리고 이 구리선을 절연하는 기술은 기존 고무에 의존하던 것을 석유산업의 발전으로 폴리에틸렌이 대치하면서 2차대전 때 고무 수급에 따른 영향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도 새로왔어요. 1차대전 당시애도 독일이 연료인 석유만 충분했다면 제철 등의 기술 면에서 연합군을 압도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이런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한편, 환경적으로는 현대의 광산은 굴에 들어가서 광석을 캐는게 아니라, 굴을 파고 발파시켜 무너진 암석을 싣고나와 추출/용해액으로 원하는 성분을 뽑아내는 형태라는게 쇼킹했네요. 그렇기에 물이 많이 사용되고 환경오염의 가능성도 높다고요. 사람들이 구시대 산업이라고 생각해 신경을 쓰지 않기에 많이 알려지지 않지만, 그 규모는 정말 대단해서 오염의 정도도 상당히 심한 것 같습니다. 정말 인간은 지구를 망가뜨리며 쓰는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
앞으로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가며 뉴스나 정보를 더 걸러서 봐야겠더라구요. 생각을 새롭게 해주는 좋은 한 권이었습니다. 정말 마음에 들어 한번 또 봐야겠다고 생각중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