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감정사가 보는 눈이 남달라

초보 감정사가 보는 눈이 남달라8점
오베오 지음/KW북스

요즘 웹소설은 다양한 소재를 다뤄서 읽는 재미가 있어요. 이 작품 역시 새로운 소재인 ‘경매’라는 직업을 대상으로 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영국에 입양되어 어릴적부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다가 학교에서 탐방을 간 경매회사에서 진행하는 옥션을 보고 경매사라는 직업에 꽂힌 로완이라는 청년이 주인공입니다.

미술사 뿐만 아니라 시계수리나 스포츠선수 포카수집, 악세사리와 유물발굴, 수수께끼 탐색 등 다양한 사건과 이벤트가 펼쳐지면서 때로는 입사한 경매회사 허스트 내의 정치싸움에 휘말리기도, 때로는 기연으로 주어진 마법의 책 소피아의 도움을 받아 힌트를 풀어나가며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주인공과 주위의 다양한 인물상, 여기에 덤으로 런던을 비롯한 영국의 다양한 풍물을 살펴보는 재미까지 제공해주는 재미있는 이야기였네요. 미술사와 박물관에 관심이 있다면 더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강추에요!

Christian Dior: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

서울에서 개최되는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전시회 | DIOR

아이가 보고싶어해서 갔던 전시입니다. DDP였구요,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상당히 밀도있고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공간에 다양한 작품들이 구성되어 있어 한시간 예상하고 갔다가 두시간 넘게 잘 구경하고 왔네요.

파리의 디올 본사의 역사와 어떤 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졌는지를 돌아보는 공간을 시작으로, 디올 본인과 이브 생 로랑, 존 갈리아노, 지안프랑코 페레, 라프 시몬스와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의 작업들이 다양한 형태로 전시되어 있네요. 기억에 남는건 하얀 돔 형태의 공간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테마로 꽃과 식물 중심의 의상들이 있던 공간과 까만 배경에 빨강 파랑 초록 주황 블랙과 골드 등 색상을 주제로 토털패션을 전시한 공간, 그리고 마지막의 웨딩드레스가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듯한 공간이 기억에 남아요. 그 외에도 레이디 디올 향수와 백, 자도르 향수를 테마로 구성한 코너도 인상적이었네요.

그리고 좋았던건 각각의 디올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의 스케치나 작업북이었네요. 본인의 스타일로 슥슥 색연필 색칠하거나 소재 자투리를 꽂아놓은 그림이 옆에 전시된 의상으로 완성된다는 것이 신기하더군요. 그걸 보면서 예전에 보았던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영화가 생각나서 다시 찾아보기도 했어요. 영화 끝에 나오는 디올의 스케치, 배경이 되는 디올 본사, 그리고 오트 꾸튀르의 작업 방식과 당시 디자인이 그대로 연결되더군요. 전시를 보고 나서 영화를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

아이는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나중에 한번 더 가보고 싶다고 하네요. 넓은 공간에서 편안히 볼 수 있는 전시라 추천합니다.

패션비즈 | 크리스찬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 日 전시 개최 여성을 향한 꿈을 직조해온 시간,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 전시전체일정보기,프로그램 > DDP(KOR)

2025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개막 공연

2025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폐막 공연 | NOL 티켓

동생님이 초대해준 덕에 간만의 실내악 잘 들었네요. 예전부터 많이 듣던 모차르트 오보에 트리오가 있어 좋았고, 플루트 연주가 너무 좋기도 했네요. 오늘의 픽은 모차르트 두 곡인듯. 인터미션 후 후반은 슈만 두번째 로망스가 좋았으나 비오는 날씨탓인지 연주자님이 리드와 관 상태를 많이 신경쓰셔서 집중도가 떨어진 감이 있었어요. 그래도 IBK연주홀이라는 공간을 잘 살린 따스한 연주회라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연주회였습니다. 플루티스트 마티어 고시-앙슬랭 님은 처음 들어봤는데 스탠다드한 멋진 자세와 너무나 부드러운 고음 연주가 인상적이라 꼭 다시 찾아봐야겠다 생각중이네요. 언제 연주회 있으면 꼭 다시 보고 싶습니다!

« Concertante »

W. A. Mozart : Quartet for Flute, Violin, Viola and Cello in D Major, K. 285
모차르트 : 플루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위한 4중주 D장조, K. 285
마티어 고시-앙슬랭 Matthieu Gauci-Ancelin (Fl.) / 송지원Ji Won Song (Vn.) / 이수민 Soo-Min Lee (Va.) / 김민지 Min-Ji Kim (Vc.)

R. Vaughan-Williams : for Violin and Piano
본 윌리암스 :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날아오르는 종달새
강동석 Dong-Suk Kang (Vn.) / 김영호 Youngho Kim (Pf.)

J. Demersseman : Fantaisie Concertante for Flute, Oboe and Piano, Op. 36
드메르스망 : 플루트, 오보에, 피아노를 위한 판타지 콘체르탄테, Op. 36
마티어 고시-앙슬랭 Matthieu Gauci-Ancelin (Fl.) / 올리비에 두아즈 Olivier Doise (Ob.) / 박상욱 Samuel Sangwook (Pf.)

– Intermission –

R. Schumann : 3 Romances for Oboe and Piano, Op. 94
슈만 : 오보에와 피아노를 위한 3개의 로망스, Op. 94
올리비에 두아즈 Olivier Doise (Ob.) / 김규연 Kyu Yeon Kim (Pf.)

A. Dvořák : String Quintet in E♭ Major, Op. 97
드보르작 : 현악 5중주 E♭장조, Op. 97
강동석 Dong-Suk Kang (Vn.) / 조가현 Ga-Hyun Cho (Vn.) / 신연 황 Hsin-Yun Huang (Va.) / 이화윤 Hwayoon Lee (Va.) / 조영창 Young-Chang Cho (Vc.)

보랏빛 퀄리아

보랏빛 퀄리아6점
우에오 히사미츠 지음, 츠나시마 시로우 그림, 구자용 옮김/코믹 레인

설정이 꽤나 흥미로운 라노벨입니다. SNS에서 누군가 퀄리아가 에에올과 유사한 세계관이라고 해 궁금해져서 집어들게 되었는데, 펼쳐보니 처음에는 백합이랄까요. 사람들이 모두 로봇으로 보이는 귀여운 여자아이 마리와, 그녀를 보호해주고 싶어하는 친구(텐죠; 이야기의 화자), 그리고 예전에는 친했으나 그녀를 적대시하는 텐죠의 갈등이 그려진 첫 단편을 시작으로, 모종의 사건으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텐죠를 로봇을 수리하는 것처럼 고쳐주는 마리, 그리고 그런 능력을 탐내는 미지의 조직과 그로 인한 마리의 죽음으로 상황이 급변합니다.

텐죠는 이렇게 된 상황이 자신이 마리를 미국에 가도록 설득했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과감하게도 마리가 수리(?) 과정에서 부여해준 능력을 이용해 시간을 되돌려요. 그리고 수많은 회귀를 통해 마리를 구원해냅니다.그렇지만 어떤 상황은 절대 변경할 수 없기도 하고, 나중에는 마리도 그런 상황을 눈치채고 텐죠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결말로 달려가게 되네요. 어찌보면 마마마의 호무라의 회귀와 연결되는 컨셉이기도 한데, 이쪽은 소설이기에 훨씬 담백하긴 한듯요.

개념적으로는 상당히 재미있는 이야기였으나 문체가 워낙 부담스러운지라 (소녀틱한 고전적 라노벨이라고나 할까요) 두번 읽기는 저어되는 작품이네요. 언제 다시한번 스토리를 참고하러 볼 수는 있겠습니다만.. 누군가 이어받아 이야기를 한번 리노베이션해줬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르누보의 꽃: 알폰스 무하 원화전

따스한 봄의 시작을 알리는 원화로 만나는 알폰스 무하

회사 휴일인 관계로 간만의 평일 미술관 나들이를 했습니다. 원래 무하의 작품과 아르누보 풍의 디자인/장식을 좋아했는데, 우연히 전시회를 한다는 이야기를 봤거든요. 좋아하는 화가임에도 개인사나 시대적 배경을 알지 못했던터라 마음먹고 마이아트뮤지엄으로 향했습니다.

뜻밖에도 무하는 화가로 화려하게 데뷔한 작가가 아니었더라구요. 미술 교육을 받았지만 후원이 끊어져 삽화가로 인쇄소에서 일하던 중, 우연히 다른 작가들이 휴가였던 연말 유명한 연극배우의 작품 포스터 의뢰에 대타로 들어가 대히트를 친 덕분에 그 배우를 뮤즈로 삼아 따라다니며 포스터와 홍보물 일러스트를 제작해 인기반열에 올랐더랍니다. 포스터를 고려한 세로로 긴 판형과, 캔버스보다는 원화 작업을 바탕으로 한 인쇄작을 메인으로 내놓았기에 전시된 작품들도 인쇄물이 많았어요. 그래서 큰 작품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동시에, 원화 스케치가 얼마나 정밀하고 아름답게 그려졌는지를 옆에 있는 작은 시험작들로 확인할 수 있기도 했네요.

처음에는 프랑스에서 인기를 얻고 레종 도뇌르 훈장도 받았으나, 원래는 보헤미아 출신이기에 1차대전 후 독립한 조국에 돌아가 민족 행사를 위한 포스터 작업과 정부의 지폐/우표 디자인 등에 재능기부를 하는 한편, 슬라브 서사시라는 이름의 슬라브 민족국가를 위한 대형 작업도 진행했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슬라브 서사시는 화면으로만 볼 수 있었네요. 이 와중에 프라하 성당의 유명한 스테인드 글라스 작업도 했다고 하네요. 게다가 마지막은 2차대전 중 게슈타포에게 체포되어 옥고를 치르다가 석방 후 곧 눈을 감았다니, 오래 살았지만 체코의 독립 와중에 힘든 경험도 많이 하셨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기대 이상으로 볼 거리가 많아 즐거웠던 관람이었고, 무하의 삶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흥미로웠습니다. 물론 평일이라 여유로운 전시관에서 마음껏 시간을 쓰며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네요.

알폰스 무하: 아르누보와 유토피아 展' 지역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