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과 불의 노래: 4부 까마귀의 향연

[세트] 까마귀의 향연 1~2 – 전2권10점
조지 R. R. 마틴 지음, 이수현 옮김/은행나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읽었습니다. 2015년에 한창 HBO에서 왕좌의 게임 5부를 재미있게 봤는데, 그 당시의 스토리가 바로 이 4부에서 6부까지 이어지는 부분이었네요. 당시에는 피의 결혼식 이후 중간 스토리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모르는 채로 시청했는데, 이제 다 읽고 나니 이야기가 이어지는 느낌입니다.

이번 4부에서는 웨스테로스 본토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산사는 리틀핑거의 손에 이끌려 이어리로 들어가 순진한 스타크가의 소녀에서 표정을 숨기고 연기할 줄 아는 서녀 알레인으로 적응해 갑니다. 아리아는 피의 결혼식을 목격하고 탈출해 브라보스로 흘러들어가 표정이 없는 신의 신전에서 봉사하면서 각종 정보를 모으고 있는 와중, 모종의 사건으로 시력을 잃게 되고요, 샘웰은 아에몬 학사를 데리고 남쪽으로 내려와 브라보스를 거쳐 올드타운으로 흘러갑니다. 시타델에서 아에몬의 유언을 한 학사에게 전하게 되는데 과연 그 후에 어떻게 될지..

라니스터 쪽에서는 세르세이가 토멘의 섭정이 되어 여러가지 실정을 이어가고, 그 곁을 떠난 제이미는 좀더 성숙한 킹스가드 단장으로 현명한 판단을 하고 있지만, 이를 막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브리엔느는 산사를 만나 보호하고자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여행하던 중 스톤 레이디를 만나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네요.

다음 권이 너무너무 궁금해지는 스토리 전개의 중간에서 책은 끝이 납니다. 존 스노우는? 대너리스는? 그리고 앞으로의 산사와 아리아, 샘웰과 브리엔느는 어떻게 될지, 티리온은 어떤 길을 걷게 될지 점점 흥미진진해지네요.

나인폭스 갬빗

나인폭스 갬빗8점
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허블

작년 휴고상 노미네이트된 작품 목록이 올라왔을 때, 문득 ‘이 사람은 누구지?’ 싶었던 작가가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한국 이름같은 작가와 작품이 함께 놓여있어 궁금했는데, 어느새 번역본이 나오고 작가소개가 들어갔네요. 한국계 미국인으로 SF를 집필하는 이윤하 씨는 그런 점을 살려 구미호나 김치 같은 이야기를 우주에서의 권력다툼과 버무려 독특하고 즐거운 작품을 써냈습니다.

6개의 종족(켈․슈오스․니라이․안단․비도나․라할․리오즈)이 연합해 제국을 다스리는 육두정부는 역법이라는 논리에 의해 이단이라 부르는 다른 역법 (혹은 변형된 역법)을 사용하는 적과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6개의 종족은 각자의 능력이 있어 수학이나 심리, 전략, 능력, 전투 등을 수행하죠. 전투를 지휘하는 슈오스 산하에 계산을 하는 니라이와 전투를 수행하는 켈이 있는 등 각 종족이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는 형태입니다.

어떤 소규모 전투에서 켈 소속의 체리스 대위는 수학적 재능을 발휘해 전투 목표를 달성하지만, 정해진 역법을 따르지 않은 문제로 재판에 회부되어 다른 인격이 그 몸에 빙의(?)되는 형벌을 받습니다. 그 인격은 하필이면 악명높은 토벌전을 지휘하고 수많은 사람을 학살한 것으로 유명한 슈오스 제다오 장군. 그 후에 따른 것은 이단에게 정복된 기지를 이 다른 인격과 협력해 탈환하는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일곱 번째 종족이었던 리오즈와 그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제다오의 기억 파편에서 순간순간 맞닥뜨리게 되면서 체리스는 조금씩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독특한 전투 묘사와 수학으로 가득하면서 긴박하고 스릴넘치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스페이스 오페라, ‘제국의 기계 3부작’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만큼 남은 두 권도 빨리 번역되어 들어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요리하는 조선 남자

요리하는 조선 남자8점
이한 지음/청아출판사

SNS에서 조선시대 사람들은 참외를 우적우적 즐겨먹었다는 이야기에  간만에 흥미가 생겨 집어든 역사서입니다. 국사나 세계사를 학창시절에 배우기는 했지만, 실제 그 시대에 살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생활상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겠죠. 그래서 옷의 역사를 따지는 복식사 같은 분야도 있고, 각종 의례나 의식을 연구하는 분야도, 국악으로 대표되는 음악의 역사를 따지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옛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요리해서 먹고 살았는가 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실제 현대의 우리는 고추가루로 대표되는 매운맛의 김치/마라탕/불닭볶음면을 이야기하고,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의 육류 또한 풍성하게 누리면서 각종 외국에서 수입된 먹거리를 탐험하듯 즐기고 있죠. 하지만 단지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고기를 먹는 것은 쉽지 않았고, 조선시대 중기만 하더라도 고추가루가 없어 산초가 매운맛의 주 원료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각종 고기류의 현재와는 다른 요리법과 어떨때 먹었는지로 이야기를 시작해서 게장 등의 보존식, 냉면과 떡국처럼 오늘날에도 많이 먹지만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던 요리들을 이야기합니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참외였구요 (중국에서 참외사기당한 북학파의 거두 박지원..), 육수가 아니라 오미자로 낸 국물에 면을 말아 잣 고명과 먹었다는 옛 냉면도 궁금해집니다. 또한 국수가 옛날에는 만들기 어려운 요리였다는 이야기, 그리고 떡을 썰 때도 예전에는 어슷썬게 아니라 동전처럼 동그랗게 썰어넣었다는 것까지도 신기하기만 하네요.

가끔씩 이런 이야기를 읽다 보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모습이 몇백년 후 사람들에게는 신기한 모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후세에 전해질지.. 궁금하네요 🙂

레트로 오키나와

레트로 오키나와8점
남원상 지음/따비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오키나와의 면모를 지방의 역사와 연관된 먹거리와 현지의 오래된 식당을 통해 엿보는 독특한 기획의 책입니다. 일단은 여행책자이면서도 약간 에세이같은 느낌도 드네요.

오키나와는 현재는 일본령이지만 역사적으로는 중국에 조공을 바치던 일본과 동등한 (혹은 오히려 더 우위에 있는) 류쿠 왕국이라는 독립국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임진왜란 이후 군사적으로 강력했던 (하지만 중국과의 교류가 끊긴) 일본이 평화에 취해 비무장 정책의 무역국이었던 류쿠를 중국과의 교류 통로로 삼기 위해 침략합니다. 이후 류쿠는 중국과 일본, 양국에 조공을 바치게 되고 훗날 일본과 합병되죠. 하지만 2차대전 이후 미군이 진주하면서 오키나와를 점령, 군사기지를 설치하면서 미국령으로 통치하다가 일본에 반환하면서 현재는 일본의 최남단 현으로 남게 됩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음식들은 류쿠의 전통, 미국의 영향, 일본의 먹거리가 짬뽕된 독특한 구성을 하게 되네요. 일단 류쿠의 전통음식이라면 야채샐러드 격의 참푸르와 전통주인 아와모리가 있고, 미국의 영향으로 퍼진 스테이크와 타코라이스, 패스트푸드인 A&W가 소개됩니다. 그리고 일본의 영향이 반영된 오키나와 소바(실제로는 돼지고기 우동인데 소바라고..)가 이야기되고, 사탕수수 재배로 유명해진 설탕을 활용한 사타안다기나 돼지고기 기름을 베이스로 한 친스코, 자색고구마나 시콰사 레몬 등의 디저트/오미야게류도 잠깐 언급됩니다.

마지막에 가볼만한 여행지도 잠깐 언급되긴 하지만 작가분들이 들렀던 곳의 나열같은 느낌이라 음식이 확실히 기억에 남는 책이네요. 그래서 먹으러 다니는 여행 컨텐츠를 보는 느낌으로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런 다양한 식당을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82년생 김지영

82년생 김지영6점
조남주 지음/민음사

그동안 그렇게도 많이 이야기되던 작품을 이제서야 볼 수 있었습니다. 익히 들어오던대로 80년대 태어난 여성들이 어릴적부터 현재까지 자라오면서 겪어왔고, 현재 순간순간마다 겪고있고, 앞으로도 한동안 겪을 가능성이 높은 주변에 뿌리박힌 차별들,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낸 소설인데 이렇게 여파가 큰 작품이 되었다는게 참 씁쓸하기만 합니다. 이런 사회에서 살아오면서 좀 더 나은 쪽으로 바꾸고자 하는 분들이 더더욱 대단하다는 생각이네요. 세상은 더 나은 쪽으로 발전할거라 기대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힘을 보탤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로는 어떤 모습일지, 작품을 읽어보면 단순한 한줄기의 성장사라 그렇게 그려질것 같지만 영화 또한 건조하게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묘사하더라도 상당히 힘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지..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