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보관물: philia

부서진 대지 1: 다섯 번째 계절

다섯 번째 계절8점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황금가지

상당히 강렬한 설정으로 펼쳐지는 SF 3부작입니다. 휴고상 수상작을 찾아 읽는 와중에 최근 3년간 상을 휩쓴 시리즈라 기억하고 있는중 출간 소식을 듣고 읽기 시작했어요. 생각보다 한참 걸렸는데 리뷰를 쓰느라 찾아보니 어느새 2부가 출간되어 있네요. 1부 끝이 ‘어라, 이게 끝이야?’ 였는데 구매하는대로 이어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명 시대가 한참 지나고 사람들이 십여 차례에 걸쳐 ‘다섯 번째 계절’이라고 부르는 혹독한 환경변화기를 겪는 시대가 배경입니다. 이 계절을 버티기 위해 사람들은 ‘향’이란 곳에 모여서 물자를 비축하면서 살고, 가장 큰 환경 요인인 땅의 변화를 두려워하며 살고 있죠. 대륙을 지배하는 산제 제국은 힘을 잃었지만 여전히 권위를 가지고 있는 수도 레메네스에서 땅을 컨트롤하는 힘을 가진 오로진들을 이용해 영향력을 끼치고 있어요. 오로진들은 이 능력을 펄크럼이라는 능력자 양성기관에서 갈고 닦으면서 대륙 곳곳 능력이 필요한 곳으로 파견되어 힘을 발휘하죠. 이들을 제어하기 위해 지배층은 능력을 무력화시키는 힘을 가진 수호자들을 거느리고 대륙에서 태어나는 오로진 어린아이들을 모아들이고 관리합니다.

이야기는 세 가지 시점에서 펼쳐집니다. 티리모라는 향에서 능력을 숨기고 아이들 둘을 키우며 살아가던 에쑨이라는 여성, 힘을 들켜 마을에서 쫓겨나 수호자와 펄크럼으로 향하는 다마야라는 아이, 펄크럼에서 교육받고 해안 마을의 항구를 정비하는 임무를 받아 열 반지 – 최고의 능력을 가진 오로진 – 알리배스터와  함께하게 된 시에나이트. 이 세 가지 이야기의 줄기가 하나씩 하나씩 합쳐지면서 오로진과 수호자,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든 스톤이터라는 존재가 얽힌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설정만으로 흥미롭지만 그런 재미를 느끼기까지 한참동안 펼쳐지는 행로를 따라가는게 – 게다가 그 행로가 세 갈래라니 –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막판이 되면서 그 가지가 하나로 모이면서 갑작스레 책이 끝나버려 ‘어라 이게 끝이야?’ 싶은 느낌이 갑자기 들어 아쉬움이 몰려드네요. 더더욱 다음 권이 기다려질 정도로 후반 흡입력도, 인물의 묘사도, 설정도 차곡차곡 잘 쌓아올린 느낌입니다. 이제 겨우 이야기를 시작한 만큼, 종합적인 느낌은 3부작을 다 읽어봐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로마의 휴일

로마의 휴일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오드리 헵번, 그레고리 펙 주연의 고전 영화. 옛날옛적부터 TV에서 방영해주는걸 여러 번 보긴 했지만, 다 부분부분이어서 한번 맘먹고 정주행을 해봤습니다. 의외로 앞뒤중간에 걸쳐서 못 본 부분이 많이 있었네요. 공주가 숙소에서 탈출하고 어떻게 조 브래들리와 만나게 되었는지, 어떤 연유로 시내를 헤매다니면서 데이트를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마지막에 어떤 경로로 숙소로 돌아가게 되었는지 등등을 구체적으로 보게 되니 ‘아, 이런 이야기였구나’ 싶더군요.

50년이 넘은 작품인데도 지금 봐도 너무나 즐겁고 흐뭇하게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의 교과서같은 느낌의 작품이었습니다. 헵번 여사도 정말 풋풋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마지막에서는 한계단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조 브래들리 / 그리고 사진기자인 어빙 또한 한탕 벌고자 하는 모습에서 정을 쌓고 간직하려는 모습으로 변화되는 것도 좋았네요.

종종 기회될 때마다 고전도 한편씩 보면 현대의 급박함에 쫓기는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 드네요. 다음번에도 생각하고 있는 작품이 있는데, 종종 하나씩 감상하고 느낌을 올려볼까 합니다.

식물의 책

식물의 책8점
이소영 지음/책읽는수요일

세밀화로 그리는 우리나라의 식물 그림을 테마로 해서 자근자근 그와 연관된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입니다. 민들레, 라벤더, 고사리 등의 풀이나 복수초, 튤립, 수선화 등의 꽃들, 감귤, 사과, 토마토 등의 과일과 참나무 등의 나무까지 정말 다양한 꽃나무들을 주제로 편안하게 이야기해주는 힐링물같은 한권이여요.

작은 책임에도 많은 정성이 들어간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건, 책에 쓰인 종이도 부드럽게 식물이 물든 듯한 느낌이 들고, 그림 한장한장도 때로는 흑백의 연필같은 터치로, 컬러도 과하지 않은 부드러운 색감으로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 자체도 식물의 학명이나 영명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롭게 쓰여져 있어서 새로운 것을 부담없이 듣는 기분으로 기억하게 되었네요.

한번 읽고 넘어가기는 하지만, 주위에서 꽃나무들을 보게 되면 한번 다시 되새겨보고 생각해볼 수 있게 될 것 같네요. 산책하면서 혹은 여행하면서 조금 더 주위를 둘러보고 그 사이에 숨겨진 식물 이야기들을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겨울왕국2

frozen 2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상당히 늦게 보았습니다. 역시나 겨울왕국 세대인 아이도 예~전부터 보고 싶어했습니다만, 아이들 일정도 왜그리 바쁜지, 영화 한편 볼 시간도 내기가 힘들더군요. 게다가 보고 난 뒤에도 딱 그날 독감 확진이 나는 바람에 간병하느라 한동안 정신없었네요.

이번 편은, 엘사의 마법의 힘 – 그렇게 큰 힘이 주어진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엘사/안나의 부모님은 무엇 때문에 여행을 떠났는지, 아이들을 놔두고 가야 할 정도로 그렇게 중요한 일은 무엇있는지 등등 큰 사실들이 좀더 디테일하게 이어집니다. 그 모든 것들이 엘사를 부르는 어떤 멜로디로 형상화되고, 엘사는 ‘Into the Unknown’ – 어딘지 모를 곳을 향해 수수께끼를 풀고자 여행을 떠납니다.

엘사를 혼자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 안나와 크리스토프, 올라프가 그 여행을 함께합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여러가지 의문이 숨겨진 비밀의 숲을 통과해 이들이 맞닥뜨린 곳은 아렌델과 교류하다가 싸움이 벌어져 4대 원소의 영혼들이 지배하는 노덜드라였고, 그곳에서 예전 아렌델의 신하들과 노덜드라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죠. 이곳에서 찾아낸 부모님의 배와 그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엘사는 바람, 불, 물의 힘을 손에 넣어 모든 비밀이 숨겨진 곳 – 아토할란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비밀과 음모는 엘사를 얼려버리지만 안나는 그 비밀을 (자매의 감으로?) 엘사에게서 전해듣고 노덜드라와의 화해를 막고 있는 댐을 바위의 정령의 힘을 빌어 깨뜨리고 엘사도 구해내면서 아렌델까지 수몰의 위기에서 구원합니다. 그래서 밝혀진건 엘사 역시 얼음의 정령이었다는 사실 – 그래서 엘사는 왕위를 내려놓고 노덜드라와 아토할란을 다스리게 되며, 아렌델은 안나라는 새로운 여왕을 맞이합니다.

스토리라인은 상당히 고심한 느낌이라 꽤나 완성도도 있고, 그래픽도 한수 진보되어 의상이나 캐릭터, 배경의 디테일은 정말 엄청난 발전을 보여줍니다. 다만 음악은 1편처럼 많은 히트곡을 내지는 못한 것 같네요. 앞에서 말한 Into the unknown이 엘사의 곡으로는 원픽이고, 상당히 코믹하게 그려진 크리스토프의 고백 Lost in the woods가 90년대 감성으로 즐거움을 주는 정도네요.

어쨌든, 재미있게 본 한 편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1편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이 많이 해결된 느낌이라 가능하면 후속편이 더 나오지는 않고 이 정도에서 마무리되면 좋겠네요.

그랑크레스트 전기

그랑크레스트 전기 106점
미즈노 료 지음, 미유 그림, 주승현 옮김/㈜소미미디어

로도스도 전기의 미즈노 료가 간만에 내놓은 환타지입니다. 어쩌다 접한 뒤 너무 재미있게 읽은 전작의 그림자가 너무 커서인지 만족도는 떨어지는 느낌이 많이 들었네요. 디드리트와 판 만큼이나 멋진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주인공들인 테오와 시르카였지만 이야기 전개가 너무 안일해서인지 맥빠지는 전개가 자주 발생해서 아쉽습니다.

이야기는 혼돈이라는 이상현상이 대륙 곳곳에서 발생하는 어느 세계, 여러 국가들이 연합과 동맹으로 나누어져 패권을 다투고 있는 와중 혼돈을 제압하고 성인이라는 증표를 얻게 된 테오가 마법사로서 섬길 군주를 찾던 시르카를 만나게 되면서 대륙을 안정시키고자 세력을 모으고 전투를 치르는 이야기입니다. 세계에 대한 설정이나 혼돈과 성인, 그리고 마법에 대한 설정 등이 꽤나 매력적이었고 주인공들 외에도 알렉시스와 마리네라는 양대 군주, 어빈/아이셰라/라시크로 이어지는 동료들, 빌라르와 밀더 같은 경쟁자들의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네요.

하지만 분량을 미리 정해놓았는지, 마음이 급했는지, 사건이나 전투가 일어날 때마다 너무나 단순한 해법을 제시하고 거의 그대로 진행되는 묘사가 긴장감을 상당히 떨어뜨립니다. 게다가 초반에는 매우 강력한 경쟁자였음에도 중반에 너무 쉽게 탈락해버린 밀더라던지, 경쟁자 위치에서 너무나 쉽게 물러나버린 알렉시스와 마리네도 많이 아쉬웠네요. 좀더 분량을 늘리더라도 더 스토리라인이 좀더 탄탄해졌다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아쉽게 마무리되었지만 애니메이션은 어떨른지? 한번 평을 살펴보고 볼지 말지 결정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