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휴일인 관계로 간만의 평일 미술관 나들이를 했습니다. 원래 무하의 작품과 아르누보 풍의 디자인/장식을 좋아했는데, 우연히 전시회를 한다는 이야기를 봤거든요. 좋아하는 화가임에도 개인사나 시대적 배경을 알지 못했던터라 마음먹고 마이아트뮤지엄으로 향했습니다.
뜻밖에도 무하는 화가로 화려하게 데뷔한 작가가 아니었더라구요. 미술 교육을 받았지만 후원이 끊어져 삽화가로 인쇄소에서 일하던 중, 우연히 다른 작가들이 휴가였던 연말 유명한 연극배우의 작품 포스터 의뢰에 대타로 들어가 대히트를 친 덕분에 그 배우를 뮤즈로 삼아 따라다니며 포스터와 홍보물 일러스트를 제작해 인기반열에 올랐더랍니다. 포스터를 고려한 세로로 긴 판형과, 캔버스보다는 원화 작업을 바탕으로 한 인쇄작을 메인으로 내놓았기에 전시된 작품들도 인쇄물이 많았어요. 그래서 큰 작품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동시에, 원화 스케치가 얼마나 정밀하고 아름답게 그려졌는지를 옆에 있는 작은 시험작들로 확인할 수 있기도 했네요.
처음에는 프랑스에서 인기를 얻고 레종 도뇌르 훈장도 받았으나, 원래는 보헤미아 출신이기에 1차대전 후 독립한 조국에 돌아가 민족 행사를 위한 포스터 작업과 정부의 지폐/우표 디자인 등에 재능기부를 하는 한편, 슬라브 서사시라는 이름의 슬라브 민족국가를 위한 대형 작업도 진행했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슬라브 서사시는 화면으로만 볼 수 있었네요. 이 와중에 프라하 성당의 유명한 스테인드 글라스 작업도 했다고 하네요. 게다가 마지막은 2차대전 중 게슈타포에게 체포되어 옥고를 치르다가 석방 후 곧 눈을 감았다니, 오래 살았지만 체코의 독립 와중에 힘든 경험도 많이 하셨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기대 이상으로 볼 거리가 많아 즐거웠던 관람이었고, 무하의 삶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흥미로웠습니다. 물론 평일이라 여유로운 전시관에서 마음껏 시간을 쓰며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