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보관물: philia

도둑맞은 집중력

도둑맞은 집중력8점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어크로스

23년의 마지막 책은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입니다. 도서관마다 대기줄이 상당히 쌓여있었는데, 의외로 회사 도서코너에서 차례가 빨리 와서 읽어볼 수 있었네요. 마나님이 먼저 읽고 상당히 잘 읽힌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랬네요. 처음에는 디지털 디톡스나 SNS의 무한로딩, 현대사회의 일상화된 수면부족 등 실제로 체감되는 현상으로 시작해서 점차로 집중력을 갉아먹는 산업계의 이익 위주 연구개발이나 사업구조,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야기되어야 하는 사회적 합의와 법률적 제약, 사회 활동에 대한 이야기까지 좀더 심도있는 내용도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서 이야기합니다.

많은 부분이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실제로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현상이 만연한 것을 보면 증명되지는 않았으나 그럴 것이라 여겨지는 사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활동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생각도 많이 드네요. 한번쯤 읽어보고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거나 주변의 사회적 활동들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어떨까 싶습니다.

성화

[세트] 성화 (총20화/완결)8점
한청낙화/만월

정소연님 추천으로 집어든 중국 환타지입니다. 역시나 회귀물이지만 깔끔한 전개, 수많은 캐릭터들의 선명한 묘사 등이 매우 마음에 드는 수작이라는 생각이네요. 주인공은 집안이 당쟁에 휘말려 풍비박산이 나면서 궁에 들어가 궁인으로 시작해 태후가 되어 10년에 걸친 싸움 끝에 권력을 잡는데 성공한 이 태후 (이하). 그녀가 자신의 정신적 지주였던 선황의 태후인 금 태후의 술법으로 다섯 살 시절로 회귀하면서 금 태후의 소원과 자신의 가문을 지켜내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잘 묘사해 냅니다.

처음에는 당쟁에 휘말려 목숨을 잃는 아버지와 그에 휘말리는 가족들을 구해내기 위해 큰오라버니 이문산과 힘을 합쳐 아버지의 배다른 형제인 영녕백부의 힘을 얻어내고, 집안을 좌지우지하는 종 어멈의 횡포를 막아내 가정을 안정적인 궤도에 올리며, 금 태후의 아들인 진왕 및 여러 공자들과 친분을 갖게 되며 군사권을 쥔 백경녕의 목숨을 구해 해상 세력을 평정하는가 하면 오라버니들인 이문산과 이문람의 과거 응시 과정에서 부정에 연루될 뻔한 상황을 모면하기도 합니다.

후반에 가서는 진왕과 더 깊게 엮이며 강 태후를 중심으로 한 태자 진영, 소 귀비를 중심으로 한 2-3왕자 진영과 견제와 방어를 주고받으며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죠. 그 과정에서 이하는 5살 아이에서 성숙한 진왕비로 성장해 나가며 곽승을 중심으로 한 인재를 활용해 중요한 시점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 자신의 진영을 성장시켜 나갑니다. 때로는 잔혹하기도 하지만 그런 면에 구애되지 않는 것은 중국 소설의 특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하네요.

지금 처음부터 재독하고 있는데 이것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네요. 이문산이 어릴 적부터 진왕을 위해 몸을 던진다던지 하는 복선도 보이고, 어릴적 당가와 연이 있던 당가옥이 이문남-이하와 그렇게 친했는데 나중에 서로 대립하는 관계가 되는 안타까움, 그리고 육의의 시종인 승영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가 하는 이야기를 알고 스토리를 따라가는 등 인물들간의 관계를 좀더 알고 보는 재미도 나름 쏠쏠합니다. 이번에도 더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

로맨틱 홀리데이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 The Holiday' 간단 리뷰 / 넷플릭스 : 네이버 블로그

크리스마스를 맞아 영화 한편 볼까 하면서 집어든 작품입니다. 보통은 러브 액츄얼리를 보곤 했지만 너무 많이 보기도 했고, 작년에는 패밀리맨을 꺼내본 기억이 있어 새로운 시도를 한번 해보기로 해서 로맨틱 홀리데이란 이름의 영화를 집어들었네요. 2006년작이라는데 정말 풋풋한 얼굴의 카메룬 디아즈와 주드 로, 케이트 윈슬릿에다가 잭 블랙까지 흐뭇하게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헐리우드에서 워커홀릭으로 살다가 남친과 헤어진 아만다(케이트 윈슬릿)은 한가하고 남들과 떨어질 수 있는 곳을 찾아 역시나 양다리를 걸치던 옛 연인에게서 멀어지고자 하는 영국의 광고회사 직원 아이리스(케이트 윈슬릿)와 2주간 집을 바꿔 살아보기로 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아만다는 아이리스의 자그마한 집에서 우연히(?) 술자리를 마치고 쉬러 온 오빠 그레이엄(주드 로)와 친해지고, 아이리스는 럭셔리하고 거대한 아만다의 집에서 영화음악을 하는 마일즈(잭 블랙)의 연애상담을 하면서 동네의 영화 거장 아서와도 친해져 재활도 도우며 새로운 삶의 힘을 찾아가게 되는 이야기에요.

결국은 해피 엔딩이지만 그래서 더욱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이야기인듯. 산타는 나오지 않지만 흐뭇한 결말이 연말 분위기를 따뜻하게 해주니 말이죠. 여기에 영국 교외의 눈 내리는 풍경도 한몪 하고 말이죠. 그러고 보니 미국 영화임에도 로맨스 운운하면 꼭 영국이 등장하는 일이 많은듯. 헐리우드에서 보기에 영국은 로맨스의 고향이나 지향점인지도 모르겠네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Print Promo Poster "Indiana Jones and the Dial of Destiny" 2023 Film Wall  Decor | eBay

시리즈에 대한 향수를 가득 담은 마무리였네요. 이제는 나이가 들어 은퇴를 맞이한 존스 교수와, 그를 찾아와 아버지가 연구하던 고대 그리스의 시계(안티키테라)를 찾아나선 대녀 헬레나 쇼, 이들을 쫓는 구 나치 출신의 과학자 위르겐 폴러. 쫓고 쫓기는 추적 과정이 모로코와 그리스, 그리고 시칠리아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인디의 모자와 채찍 등의 향수어린 물건들이 활약하는 과정이 펼쳐집니다. 스토리야 뭐, 언제나 그렇듯 발굴품을 찾아나서는 실마리 확보 – 발견 – 적에게 빼앗김 – 탈환 – 그리고 초자연적인 힘이 발굴품을 통해 드러나고 – 인디의 활약을 통해 그 힘이 잘 봉인되기까지의 과정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네요.

평소와는 다르게, 인디는 마지막으로 찾아간 고대 그리스에서 시간을 뛰어넘는 시계를 설계자 아르키메데스에게 넘겨주고 그곳에 남고 싶어합니다. 현재 시간대에서 자신은 더이상 활약할 수 없는 은퇴한 노교수이고 그렇게 삶을 마감할 것 같았던 것이겠죠. 하지만 그런 그를 멱살잡고 (기절시켜) 끌고온 헬레나가 이제 새로운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마무리됩니다. 아마도 아직 할 일이 남았다는 뜻이 아닐까 하네요.

영화 자체로서의 재미는 기존 3부작보다 어쩔수없이 떨어지지만, 기존 이야기의 구조를 잘 이어받은 마무리로는 괜찮았다는 생각입니다. 즐겁게 보았고,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인디!

서머타임 렌더

서머타임 렌더/애니메이션 - 나무위키

디즈니플러스에서 보았습니다. 추천에 뜬걸 보고 어떤건지 검색해봤더니 평이 좋길래 시작했는데, 장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미스테리+호러(?)에 시간루프물일 줄이야. 그래도 추천이 많은만큼 사건의 연결 구성과 캐릭터마다 성격 부여를 참 잘 해서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럽게 봤어요.

고향을 떠나 도쿄로 갔던 아지로 신페이가 주인공. 친구였던 우시오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귀향하고 장례식에 참석하면서 문득 일부 사람들이 실제 그 사람이 아닌 어떤 그림자가 그 사람들의 역할을 한다는걸 눈치채고 이를 막기 위해 우시오의 동생 미오, 친구 소우, 자신보다 먼저 사건을 겪고 섬을 탈출했던 작가 히즈루 등과 힘을 합쳐 섬을 지배하는 신과 같은 존재인 하이네와 그 하수인 시데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하이네의 수족 그림자들의 습격으로 죽기도 하지만 특정 시점으로 다시 루프하게 되어 자신의 재능인 객관적인 시각과 사건 분석력으로 계획을 세워 계속해서 하이네와 시데의 음모 (모든 섬 사람을 잡아먹고 그림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변화하는 것)를 막기 위해 전략을 실행하지요. 그 과정에서 그림자이지만 하이네의 지배를 받지 않고 신페이를 돕고자 하는 우시오의 그림자(!)를 만나게 되고 둘은 힘을 합쳐 한발짝씩 하이네와 시데의 약점을 찾아나섭니다.

주인공 둘도 좋지만 자신이 하이네와 어울리면서 동생 류노스케를 죽게 만들었다는 후회를 정면으로 돌파하고자 하는 히즈루가 가장 마음에 드네요. 한편으로는 냉정한 분석가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류노스케를 품고 있으며 류노스케가 앞에 나서면 멋드러진 액션을 선보이는 이중인격(?)같은 모습도 멋있습니다. 결말이 좋아서 다행이에요 ㅎㅎ

겨우 며칠간의 이야기이지만 몇 번씩 루프하는 바람에 25화에 걸쳐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잔인한 장면도 많지만 결말이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되는 이야기인듯. 마지막 25화가 해피 엔딩이라 그저 끝을 보면 기분좋게 끝낼 수 있다는 점은 좋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