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보관물: philia

레트로 오키나와

레트로 오키나와8점
남원상 지음/따비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오키나와의 면모를 지방의 역사와 연관된 먹거리와 현지의 오래된 식당을 통해 엿보는 독특한 기획의 책입니다. 일단은 여행책자이면서도 약간 에세이같은 느낌도 드네요.

오키나와는 현재는 일본령이지만 역사적으로는 중국에 조공을 바치던 일본과 동등한 (혹은 오히려 더 우위에 있는) 류쿠 왕국이라는 독립국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임진왜란 이후 군사적으로 강력했던 (하지만 중국과의 교류가 끊긴) 일본이 평화에 취해 비무장 정책의 무역국이었던 류쿠를 중국과의 교류 통로로 삼기 위해 침략합니다. 이후 류쿠는 중국과 일본, 양국에 조공을 바치게 되고 훗날 일본과 합병되죠. 하지만 2차대전 이후 미군이 진주하면서 오키나와를 점령, 군사기지를 설치하면서 미국령으로 통치하다가 일본에 반환하면서 현재는 일본의 최남단 현으로 남게 됩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음식들은 류쿠의 전통, 미국의 영향, 일본의 먹거리가 짬뽕된 독특한 구성을 하게 되네요. 일단 류쿠의 전통음식이라면 야채샐러드 격의 참푸르와 전통주인 아와모리가 있고, 미국의 영향으로 퍼진 스테이크와 타코라이스, 패스트푸드인 A&W가 소개됩니다. 그리고 일본의 영향이 반영된 오키나와 소바(실제로는 돼지고기 우동인데 소바라고..)가 이야기되고, 사탕수수 재배로 유명해진 설탕을 활용한 사타안다기나 돼지고기 기름을 베이스로 한 친스코, 자색고구마나 시콰사 레몬 등의 디저트/오미야게류도 잠깐 언급됩니다.

마지막에 가볼만한 여행지도 잠깐 언급되긴 하지만 작가분들이 들렀던 곳의 나열같은 느낌이라 음식이 확실히 기억에 남는 책이네요. 그래서 먹으러 다니는 여행 컨텐츠를 보는 느낌으로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런 다양한 식당을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82년생 김지영

82년생 김지영6점
조남주 지음/민음사

그동안 그렇게도 많이 이야기되던 작품을 이제서야 볼 수 있었습니다. 익히 들어오던대로 80년대 태어난 여성들이 어릴적부터 현재까지 자라오면서 겪어왔고, 현재 순간순간마다 겪고있고, 앞으로도 한동안 겪을 가능성이 높은 주변에 뿌리박힌 차별들,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낸 소설인데 이렇게 여파가 큰 작품이 되었다는게 참 씁쓸하기만 합니다. 이런 사회에서 살아오면서 좀 더 나은 쪽으로 바꾸고자 하는 분들이 더더욱 대단하다는 생각이네요. 세상은 더 나은 쪽으로 발전할거라 기대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힘을 보탤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로는 어떤 모습일지, 작품을 읽어보면 단순한 한줄기의 성장사라 그렇게 그려질것 같지만 영화 또한 건조하게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묘사하더라도 상당히 힘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지.. 기대해 봅니다.

스페이스 오디세이 4부작

스페이스 오디세이 완전판 세트 – 전4권8점
아서 C. 클라크 지음, 김승욱 외 옮김/황금가지

영화로도 유명한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이 4부작이라는 사실은 이 세트를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한번 더 놀란건 2001이 쓰여진 것도 영화와 함께 진행하면서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것, 그리고 후속편들이 쓰여진 것도 원작이 아닌 영화를 고려해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는 것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매체를 넘나드는 스토리라인이란 것이 예전 한동안 이야기되었던 ‘원소스 멀티유즈’ 이전에 이런 작품에서 먼저 이상적인 형태로 전개되었던 것 같네요.

영화화되서 익히 알고 있던 2001의 프랭크 풀의 사고사와 데이비드 보먼의 의심, HAL의 반란, 그리고 보먼의 다른 존재로의 진화라는 이야기였죠. 2010에서는 새로운 인물인 플로이드 박사가 데이비드 보먼이 남기고 간 우주선을 탐사하기 위해 목성으로 가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이야기합니다. 중국과의 경쟁과 새로운 모노리스의 발견, 그리고 목성의 점화로 태어난 제2의 태양까지요. 그리고 3편인 2061, 보먼의 영혼을 통해 인류에게 금지된 에우로파에 아들이 탄 우주선이 불시착하면서 혜성을 탐사하고 있던 플로이드 박사가 에우로파로 향합니다. 그 와중에 보먼과 접촉한 박사는 영혼으로서, 본인으로서 이중의 존재가 되어 아들과 접촉하고 구출해내게 되지요. 마지막 3001은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모노리스에 맞서 천년만에 구출된(!) 프랭크 풀과 보먼의 정신이 연합해 인류를 구해내는 스토리로 발전됩니다.

첫 편이 1968년에 쓰여지고 마지막 편이 1997년에 출간되는 동안 사회도, 기술도 엄청나게 바뀌었고 그에 맞춰 스토리라인도 상당히 도약이 심하지만 그래도 꽤 읽을만 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동안 이야기되었던 것이 상상이 아니라 실제 기술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다시 말해 고리타분하지 않다는 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구요. SF계의 원로답게,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도를 넘지 않고 차분하게 적절히 시리즈를 마무리해주신 것에 감사하네요.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땡큐 에디션)8점
박막례.김유라 지음/위즈덤하우스

유튜버로 유명해진 박막례 할머니와 손녀 김유라 양의 ‘유튜브로 뜬 뒤의’ 후일담입니다. 유튜브를 즐겨보지는 않기에 이름만 들어봤는데, 워낙 재미있다고 해서 책을 먼저 찾아보게 된 엉뚱한 경로로 집어든 책이에요. 덕분에 이제서야 채널을 찾아봐야지 하고 있는데, 책 자체도 박막례 할머니와 손녀 김유라 양의 두 사람의 목소리가 교차편집되며 독특한 버디형식을 보여주고 있어 재미있습니다. 처음은 막례 할머니의 지나간 시절에 대한 고생담으로 시작하지만, 70이 되어 맞이하게 된 손녀와의 호주여행을 기폭제로 ‘이제와서 못할게 뭐야’라는 마인드로 생전 처음가는 나라와 여행지에서 별별 도전을 다 해보는 두 사람의 경험담이 펼쳐지네요.

사실 유튜버가 아니면 생각도 못할 유튜브 ceo와의 만남이나 구글i/o 방문, 그리고 구글 ceo와의 만남도 독특한 경험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생전 처음 가보고 너무나 좋아하시는 모습의 스위스 방문, 크루즈 탑승, 외국인들과의 스스럼없는 만남이 더더욱 대단하고 가슴찡한 모습이었네요. 나이드신 후에도 과감하게 도전하는 모습이, 그리고 끝없이 새로운 것이나 배움을 갈구하는 모습이 더 대단해 보였습니다.

이제 슬슬 책에서 언급된 에피소드를 하나 둘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찾을 수 있을지, 혹은 유튜브를 조금 더 가까이할 수 있을지 한번 도전해 봅니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10점
김초엽 지음/허블

간만에 읽은 SF 단편집입니다. 김초엽 작가님을 추천하는 이야기는 익히 많이 들었는데, 역시 명불허전, 감성과 이성을 모두 건드리는, 그러면서도 규모있고 잘 짜여진 스토리를 놓치지 않는 좋은 작품을 모아주셨어요.

유전자 개조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동시에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연결하는 끈을 놓치 않는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난파한 주인공이 기록을 통해 감정을 계승하는 외계인과 감응하는 이야기를 다룬 ‘스펙트럼’, 누구나 잃어버리는 어린 시절 기억과 외계의 존재를 결합시킨 ‘공생 가설’, 그리고 표제작이면서 기술의 발전과 경제성이라는 미명 하에 가족을 만나는 길이 꼬여버린 한 과학자의 기다림을 다룬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이라는 것을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이 될 때 여러 감정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혹은 심상을 다룬 ‘감정의 물성’, 그리고 가장 유명한 작품이면서 죽은 사람을 조문하는 기술로서의 뇌 스캐닝을 다룬 ‘관내분실’, 언론과 대중이 기대하는 모습과 개인의 극복이란 것을 당사자의 마음과 비교하여 묘사한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제목만 들어도 바로 스토리가 떠오르는 단편들을 차곡차곡 모아놓은 보석같은 SF 단편집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공생 가설이었어요. 외계의 존재이면서 우리 눈에 띄지 않는, 그러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과 사회성 형성이라는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설명하는 컨셉이 정말 매력적이었네요. 앞으로도 많은 작품을 써 주시고 언젠가 더 멋진 장편 이야기를 들려주시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