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보관물: philia

변두리 화과자점 구리마루당

변두리 화과자점 구리마루당 58점
니토리 고이치 지음, 이소담 옮김/은행나무

화과자를 소재로 아사쿠사의 곳곳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화과자를 맛보기도 하고 맛보여주기도 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어릴적부터 화과자를 접하며 자라난 화과자점 청년 구리타. 학생시절 반항하면서 동네 주먹계를 주름잡기도 했지만 부모님 사후 마음을 다잡고 예전의 맛을 살리고자 직원들과 구리마루당이라는 화과자점을 성실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아사쿠사의 한 커피점 마스터에게서 사연이 있어보이는 아오이라는 여성을 만나게 되고, 그녀가 가져온 사건을 화과자의 힘(?)으로 해결하게 됩니다. 아오이는 아사쿠사의 다양한 풍물에 관심이 많아 종종 다양한 장소를 안내해주기도 하면서 친해지고 그 가운데 구리타는 어릴적부터의 친구, 라이벌, 지인 등과 새로운 사건을 마주치게 되지요. 이런 식으로 둘은 서로의 인간관계를 알게 되고 아오이가 어떻게 화과자에 대한 지식을 그리 많이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왜 지금은 화과자 일을 하고 있지 않은지 등등의 메인 스토리가 흘러가지요.

잔잔하지만 메인 스토리가 확실하고, 곁길로 새지 않아 탄탄한 구성 덕분에 안심하고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더불어 여기저기서 보고 몇몇가지는 먹어보기도 했지만 자세히 알지는 못했던 화과자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도 약간이나마 더 늘릴 수 있기도 했고,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드는 소설이었어요. 특히나 여름에 먹는 시원한 화과자들은 한번 맛보고 싶더군요.

다섯 권의 자그마한 책이지만 따뜻하게 마음을 다스려주는 이야기였습니다. 좋았어요.

폐교생활백서: 아주 많이 부족한 희망찬 하루

폐교생활백서, 아주 많이 부족한 희망찬 하루6점
프로개 지음/드루이드아일랜드

식집사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개님 – 블로그 우리 강산 프로개 프로개, 카페 모두가 초록에 진심 운영 – 이 5년간의 안식년(?) 생활을 마무리하며 폐교에서 동물도 키우며 식물 연구도 하며 지냈던 순간 순간을 한 권으로 묶어낸 이야기입니다.

꽉 짜여진 일상에서 벗어나, 농촌에서 자란 생활력을 바탕으로 원래 관심있었던 식집사적 연구를 하고자 + 안식년을 보낼 수 있도록 마나님께 예산승인을 받고 적절한 장소를 찾다보니, 그게 교육청에서 임대하는 폐교였던 것. 막상 들어와 보니 수도도 지하수를 끌어들여야 했고, 뒤뜰을 사용하기 위해 나무를 수없이 잘라야 했으며, 운동장에서 실험하기 위해 비닐하우스를 세우기도, 보안을 위해 레트리버(현무)와 거위(?!; 주작)를 기르기도 하면서 상상도 못한 스토리를 만들어나갑니다.

그 와중에도 원래 목적이었던 식물의 생육에 대한 연구 – 모두의 pH – 와 다양한 관상용 식물에 대한 재배 관리법을 다룬 ‘드루이드가 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를 출간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나서 그간의 생활을 회고하면서 내놓은 책이 이 ‘폐교생활백서’ 입니다.

사실 5년이라는 상당한 기간이라 글밥이 많을 줄 알았으나, 그간 블로그에서 본 내용이 훨씬 풍성하고 이 책에서는 그 기간을 주로 약간의 단어와 온라인에서는 보지 못했던 생생한 사진들로 대신합니다. 폐교의 모습, 다양한 사계절의 날씨, 직접 공사하고 농사짓고 수확하고 시설을 손보는 모습, 그곳에서 재배하고 채집한 먹거리들 등이 생생하게 이미지로 보이니 더 좋더라구요.

짝을 이루며 나온 로서하님 버전의 폐교생활백서도 보고 싶지만, 이쪽은 아직 도서관에 안들어와있어 좀 아쉽네요. 한번 신청해봐야겠습니다.

너는 방과 후 인섬니아

너는 방과 후 인섬니아 146점
오지로 마코토 지음, 오경화 옮김/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간만에 보던 만화 하나가 완결되었어요. nyxity님이 추천해준 작품인데 항상 어떤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돋보이던 이야기를 추천하던 분이 갑작스레 남녀학생의 알콩달콩한 연애 이야기를 추천한지라 왜??? 란 생각이 많이 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그렇게 강렬한 액션이나 폭소 등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잔잔하고 풋풋한, 그러면서도 서로에 대한 배려와 별에 대한 사랑, 잠못 이루는 밤에 대한 에피소드가 하나씩 하나씩 이어지는 잔잔한 연애담이었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스토리였네요.

살아가다 일하다 만들다

살아가다 일하다 만들다 (리커버)6점
미나가와 아키라 지음, 김지영 옮김/퍼블리온

패션 브랜드인 미나 페르호넨을 창립한 미나가와 아키라의 자서전같은 에세이입니다. DDP에서 마나 페르호넨 전시회를 한다는 디자인 블로그 포스팅을 보고, 창립자가 쓴 책이 도서관에 있는것을 알게 되어 빌려봤어요. 어릴적 육상선수 지망이었던 소년이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두고 여행을 유럽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알바를 하다가 만나계 된 패션 전시 준비하는 자리. 그곳의 인연으로 조금씩 자신의 손으로 만들수 있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하나씩 하나씩 실행해가며 10여년동안 작은 옷가게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나가는 과정을 들여다볼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있네요.

어떻게 보면 디자이너 자신의 자랑같고, 어떻게 보면 성공한 꼰대 아저씨의 설교같은 느낌도 들지만 그럼에도 울림을 주는 부분은 잘 못하더라도 하나씩 자신의 손으로 하다보면 익숙해진다는 것, 그리고 좀 잘나간다고 일을 손에서 놓지 말것, 그리고 사람을 소중히 여길 것 등의 삶이 담긴 발언들인것 같네요. 단순히 돈을 많이 벌겠다는 브랜드가 아니라, 책에서 몇 번씩 강조하듯 100년을 이어갈 수 있는 옷을 만들기 위해 평생 A/S도 제공하고 거래선도 함부로 늘리지 않는 것. 그리고 협력업체를 가격으로 후려치는게 아니라 좀더 나은 재료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상의하고 그에 대해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협력자’로서의 자세를 갖는 것. 국내 업체와 주로 거래하는 것은 신뢰 관계와 더불어 항상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믿음을 쌓아올리고 좀더 나은 방향을 찾는 동반자라는 이유 때문이란 것 등 현재의 대기업 제조업과는 다른 마인드는 한번 짚어볼 만한 사항이라는 생각도 했어요.

언제 시간날때 DDP의 전시도 살펴보고 싶어졌습니다. 사진을 보니 옷만 한가득 들어찬 공간이 대표 이미지던데 거기서 미나 페르호넨의 마인드를 느낄 수 있을지 함 봐야겠네요. 참, 처음 브랜드명을 들었을 때는 여성 디자이너라고 생각했는데, 저보다 나이많은 아저씨였다는게 충격이었어요. 그게 미나가와라는 성에서 따온 미나, 대표 패턴인 나비를 핀란드어로 말한게 페르호넨이라 그런 이름이 되었다고.. 뜻밖이었습니다. ㅎㅎ

두 개의 이야기 : 한국 문화를 빛낸 거장들을 조명하며

마나님 덕분에 간만에 한남동 전시장 나들이를 했습니다. 그 전 주말이었나 갑자기 제 폰을 가져가서 끄적끄적 뭔가를 하는데 나중에 보니 전시 예약을 한거였더라구요. 관람시간 예약을 해야하는데 급해서 해놓은거라고 하면서 아이가 외부 일정이 있어 나가니 그때 갔다 오자고.. 덕분에 즐겁게 오후 나들이를 할 수 있었네요.

근 10여년만에 가본 한남동 거리는 많이 달라져 있더군요. 예전 리움 생겼을때 가보고 거의 발길을 하지 못했는데 구찌 매장도 처음 봤습니다. 지하 전시장에 내려가니 거대한 흑백 인물 사진들이 바로 보여요. 행위예술가 김수자님과 연꽃, 그리고 손짓. 영화감독 박찬욱 님과 그의 노트. 그리고 한 층을 더 내려가니 눈에 들어오는 조성진과 연주하는 손. 안은미님의 화려한 색상과 몸짓, 그리고 백남준이 살던 뉴욕의 풍경까지. 크지는 않은 전시 규모였지만 가장 젊은 피사체인 조성진의 모습과 그의 손짓이 가장 눈에 잘 들어오더군요. 긴 손가락과 유려한 움직임이 한 컷에 표현된 모습이 멋졌습니다. 나중에 3층에 올라가 본 영상에도 그 모습이 가장 잘 표현되어 있더라구요.

끝나고 한남동을 내려오면서 매거진B 건물에 위치한 퍼센트아라비카에도 들를 수 있었어요. 교토에서 가보고 서울에서 다시 마주치니 신기한 느낌. 카페라떼와 교토라떼 한잔씩 맛보며 간만의 여유로운 주말 저녁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즐거웠어요.

구찌, 사진전 '두 개의 이야기: 한국 문화를 빛낸 거장들을 조명하며' 개최 - 매일일보

sojinnkim on X: "점심시간에 구찌 두 개의 이야기 다녀왔고 조성진 사진 열심히 찍어옴ㅋㅋㅋ  https://t.co/PKiOhyCenj" /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