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보관물: philia

네스프레소 픽시

2008년도에 구입해서 오랜기간 (거의 12년!) 잘 써온 머신을 이제 보냈습니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판매하기도 전, 파리에서 구입한 머신이라 나름 맛을 선도하는 기분으로 잘 썼네요. 그새 국내는 엄청나게 활성화되어서 웬만한 백화점에는 다 입점하는데다가 직구 파동으로 캡슐 구입가도 많이 다운되어 캡슐커피를 즐기기 좋은 환경이 된것 같습니다.

머신을 교체하게 된건 세월이 세월이니만큼 고장 때문이었네요. 예전 물통 노후로 물이 새어 물통만 교체한 적이 있었고, 전원이 켜지지 않아 한번 수리받은게 다였는데, 이번에는 예열모드가 끝나지 않고 계속 전구가 깜빡거리는 일이 세번 키면 두번씩 일어나는지라.. 커피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히려다가 이게 켜지려나 아니려나 하는 불안감이 오히려 더 커지는 일이 일어나다보니 이번엔 바꿔야겠다 생각이 들더군요. 나이도 나이이니만큼 수리하느니 새로 사는게 낫기도 하구요.

이번에 구입한건 신형 C61 픽시입니다. 좀 된 모델이기는 합니다만, 전자식으로 많이 넘어가고 있는 머신들 중 기계식을 지켜오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고, 든든하게 생긴 외관이 매력적이도 하구요. 색상은 예전 KRUPS 모델 색을 이어서 타이탄 그레이로 정했습니다. 레드는 왠지 질릴것 같아서요.

새 머신을 써보니 예열도 빨라지고 물통에 물채우기도 훨 쉬워졌더라구요. 키고 끄는것도 간단해져서 여러모로 좋습니다. 한가지 단점은 전원선이 넘 짧다는것 – 그래서 위치를 좀 바꿔야 하더군요.

이제 새롭게 장만한만큼 더 맛난 커피 맛나게 즐기겠습니다 🙂

매그넘 인 파리

매그넘 인 파리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한참을 벼르다가 혹 놓칠까 싶어 예술의전당에 간 김에 들렀습니다. 다행히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적어 아주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었네요.

정확히 이름을 기억하는 매그넘 멤버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로버트 카파 뿐이지만, 인상적인 파리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사진들을 볼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전쟁 중이나 전쟁 직후, 시위와 투쟁, 패션과 일상 등 여러 모습을 순간순간 담은 사진들 – 유명한 작품도 있고 몰랐지만 인상적인 작품도 있고, 즐겁게 볼 수 있었네요. 여기에 당시 유명인들의 대표 사진들도 있었고,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특별전에서 인상적인 작품들을 다시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결정적 순간’을 담은 사진들, 또 가고싶은 파리의 곳곳을 담은 사진들, 벨 에포크 시대의 일상 풍경을 담은 사진들, 그리고 불타버린 노트르담 성당을 담은 사진이 기억에 남네요. 아이가 메모에 써서 남긴대로, 가족들과 함께 다시 한 번 방문해보고싶은 마음이 느껴지는 전시였습니다.

매그넘 인 파리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매그넘 인 파리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매그넘 인 파리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가족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헨젤과 그레텔 오페라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아이 덕분에 간만에 오페라를 보았습니다. 익히 알고 있는 그림동화의 이야기인데, 오페라 버전도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네요. 독일어로 진행되는 노래이지만 정말 오랜만에 들어가본 오페라극장에는 좌측, 우측, 중앙 상단에 대형 LED스크린이 있어서 자막을 띄워줘 편안한 마음으로 독일어로 된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남매가 꿈꾸는 내용으로 진행됩니다. 전체 3막 중 1, 2막은 아이들이 자신과 닮은 가난한 집의 남매 헨젤과 그레텔이 집안일을 돕지 않고 놀기만 하다가 숲에 먹을거리를 구하러 나가고, 뒤늦게 귀가한 아빠가 숲이 위험하다면서 아이들을 찾으러 엄마와 함께 나가는 내용으로 기존 우리가 알던 동화 스토리의 이전 이야기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인지 긴장감이 좀 떨어지지만 후반에 등장한 아빠가 상당히 코믹해서 재미있었습니다. 3막이 우리가 알던 이야기로, 숲에 간 아이들은 모래요정 (바람돌이? 샌드맨!)과 천사들의 도움으로 편안한 밤을 보내고 아침에 이슬공주의 덕에 깨어나 과자로 만든 탑?!을 발견하는 익숙한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마녀는 가발도 바꿔쓰고 마술봉도 휘두르고 (호커스포커스!) 유머도 보여주는 멋진 연기로 인기를 한몸에 모으더군요. 과자의 탑과 일체화된 화로와 무대가 인상깊었고 마녀의 죽음과 함께 과자에서 아이들로 돌아온 합창단의 노래, 그리고 엄마아빠와 만남으로 이어지는 마무리도 즐거웠습니다.

헨젤과 그레텔 오페라 무대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두시간이 넘는 이야기였지만 꽤나 즐거운 구성이어서 후반은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었네요. 익숙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것을 보게 되면 이런 즐거움이 있나봅니다.

헨젤과 그레텔 오페라 무대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얼음과 불의 노래: 4부 까마귀의 향연

[세트] 까마귀의 향연 1~2 – 전2권10점
조지 R. R. 마틴 지음, 이수현 옮김/은행나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읽었습니다. 2015년에 한창 HBO에서 왕좌의 게임 5부를 재미있게 봤는데, 그 당시의 스토리가 바로 이 4부에서 6부까지 이어지는 부분이었네요. 당시에는 피의 결혼식 이후 중간 스토리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모르는 채로 시청했는데, 이제 다 읽고 나니 이야기가 이어지는 느낌입니다.

이번 4부에서는 웨스테로스 본토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산사는 리틀핑거의 손에 이끌려 이어리로 들어가 순진한 스타크가의 소녀에서 표정을 숨기고 연기할 줄 아는 서녀 알레인으로 적응해 갑니다. 아리아는 피의 결혼식을 목격하고 탈출해 브라보스로 흘러들어가 표정이 없는 신의 신전에서 봉사하면서 각종 정보를 모으고 있는 와중, 모종의 사건으로 시력을 잃게 되고요, 샘웰은 아에몬 학사를 데리고 남쪽으로 내려와 브라보스를 거쳐 올드타운으로 흘러갑니다. 시타델에서 아에몬의 유언을 한 학사에게 전하게 되는데 과연 그 후에 어떻게 될지..

라니스터 쪽에서는 세르세이가 토멘의 섭정이 되어 여러가지 실정을 이어가고, 그 곁을 떠난 제이미는 좀더 성숙한 킹스가드 단장으로 현명한 판단을 하고 있지만, 이를 막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브리엔느는 산사를 만나 보호하고자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여행하던 중 스톤 레이디를 만나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네요.

다음 권이 너무너무 궁금해지는 스토리 전개의 중간에서 책은 끝이 납니다. 존 스노우는? 대너리스는? 그리고 앞으로의 산사와 아리아, 샘웰과 브리엔느는 어떻게 될지, 티리온은 어떤 길을 걷게 될지 점점 흥미진진해지네요.

나인폭스 갬빗

나인폭스 갬빗8점
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허블

작년 휴고상 노미네이트된 작품 목록이 올라왔을 때, 문득 ‘이 사람은 누구지?’ 싶었던 작가가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한국 이름같은 작가와 작품이 함께 놓여있어 궁금했는데, 어느새 번역본이 나오고 작가소개가 들어갔네요. 한국계 미국인으로 SF를 집필하는 이윤하 씨는 그런 점을 살려 구미호나 김치 같은 이야기를 우주에서의 권력다툼과 버무려 독특하고 즐거운 작품을 써냈습니다.

6개의 종족(켈․슈오스․니라이․안단․비도나․라할․리오즈)이 연합해 제국을 다스리는 육두정부는 역법이라는 논리에 의해 이단이라 부르는 다른 역법 (혹은 변형된 역법)을 사용하는 적과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6개의 종족은 각자의 능력이 있어 수학이나 심리, 전략, 능력, 전투 등을 수행하죠. 전투를 지휘하는 슈오스 산하에 계산을 하는 니라이와 전투를 수행하는 켈이 있는 등 각 종족이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는 형태입니다.

어떤 소규모 전투에서 켈 소속의 체리스 대위는 수학적 재능을 발휘해 전투 목표를 달성하지만, 정해진 역법을 따르지 않은 문제로 재판에 회부되어 다른 인격이 그 몸에 빙의(?)되는 형벌을 받습니다. 그 인격은 하필이면 악명높은 토벌전을 지휘하고 수많은 사람을 학살한 것으로 유명한 슈오스 제다오 장군. 그 후에 따른 것은 이단에게 정복된 기지를 이 다른 인격과 협력해 탈환하는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일곱 번째 종족이었던 리오즈와 그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제다오의 기억 파편에서 순간순간 맞닥뜨리게 되면서 체리스는 조금씩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독특한 전투 묘사와 수학으로 가득하면서 긴박하고 스릴넘치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스페이스 오페라, ‘제국의 기계 3부작’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만큼 남은 두 권도 빨리 번역되어 들어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