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본 김에, 원작보다 더 낫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해서 모처럼 영화를 보았습니다. 새로 지은 극장치고는 좌석 규모가 조금 작은 것 같기는 했지만, 깔끔하고 화면도 시원하고 음향도 풍부해서 영화를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더군요. 꼭 수많은 사람들이 복작복작하면서 끼어앉아 볼 필요는 없으니 말이죠.
로렌 와이스버거의 원작은 퇴사한 직원이 전 상사를 까대는(?) 내용이 메인 스토리라서인지 상당히 일방적인 비판이라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영화는 조금 더 공정하다고나 할까요?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 다른 한쪽을 뭉개(?)버리기보다는, 양쪽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적절하게 균형을 맞춰주고 있습니다. 앤디는 앤디대로, 미란다는 미란다대로 자신의 정의가 있는 것이고, 둘이 헤어지는 것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요구가 아니라 단자 양쪽의 정의가 맞지 않아서일 뿐이죠. 그래서 마지막의 조금은 흐뭇한 장면도 나올 수 있는 것이구요.
영화를 본 사람들이 다들 이야기하듯이, 이 영화를 주목하게 만든 1등 공신은 패션입니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 백화점 쇼윈도와 잡지를 장식하는 – 수많은 옷과 구두, 각종 액세서리들이 쉴새없이 펼쳐집니다. 말 그대로 눈 한번 깜짝하면 그새 모든 것이 바뀌어 있어요. 데이빗 프랭클 감독은 정말 관객의 눈을 잡아두는 방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를 주목하게 만든 또 다른 한가지, 메릴 스트립이죠. 헐리웃의 메인 이슈에서 조금 멀어져 있던 이 배우가 화려한 연기와 카리스마로 다시 돌아온 겁니다. 앤 헤더웨이도 메릴 스트립 못잖게 앤디의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구요. 일방적인 카리스마를 날리면서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품위를 더해가는 미란다. 그리고 약간은 부산스러우면서도 할 때는 스마트하고 깔끔하게 일을 해내는 앤디. 멋진 콤비였다고 생각합니다.
화려하면서도 스피디한 패션의 향연,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확실히, 원작보다 나은 영화도 있다구요.
덧,
1.앤 헤더웨이가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그 아가씨였군요. 여기서도 헤어스타일 변화로 변신을~
2.에밀리와의 관계도 더 재미있게 표현했어요. 둘 사이의 미묘한 감정의 흐름이라니~
*링크
– 타인의 취향에 대해 – 올드독님
– 악마는 프라다를 입을까? – 니야 님
– This Season’s Must-See Film: The Devil Wears Prada – milkwood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