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문학동네 |
3대에 걸친 데 레온 가의 저주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이어졌는지, 그리고 보잘 것 없는 오스카가 그 ‘푸쿠’의 강력한 저주에 대항하는 힘이 되었는지를 환상적이고 애처로운 묘사를 통해 이야기해 줍니다. 처음 읽으면서는 같은 남미의 ‘백년동안의 고독(마르케스 저)’이 떠올랐지만, 조금 더 적극적인 저항의 힘을 보여준다는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느낌입니다. 다른 면으로 본다면 도미니카판 전차남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전차남을 못봤기 때문에 그저 설정상 비슷하다는 이야기밖에 못하겠군요.
남매인 오스카와 롤라, 어머니인 벨리시아 카브랄, 그리고 할아버지 아벨라르의 이야기가 다시 오스카로 돌아오면서 시간의 역순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그 이야기 하나하나가 더욱더 독자를 끌어들입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 뉴저지와 도미니카의 독특한 색채를 느낄 수도 있지요. 우리가 아는 미국과 중남미가 속으로 들어가면 이런 느낌인가 하는 어렴풋한 느낌이랄까요.
모든 저주를 푸는 것은 사랑의 힘이라는 것은 (동화 속에서의) 보편적 진리이지만, 이런 소설 속에서 나타나는 모습은 또다른 느낌을 줍니다. 과연 게토 꼴통 오스카 와오가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꿈을 이루는지, 소설을 끝까지 잡고 있으면 그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