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덕분에 간만에 오페라를 보았습니다. 익히 알고 있는 그림동화의 이야기인데, 오페라 버전도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네요. 독일어로 진행되는 노래이지만 정말 오랜만에 들어가본 오페라극장에는 좌측, 우측, 중앙 상단에 대형 LED스크린이 있어서 자막을 띄워줘 편안한 마음으로 독일어로 된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남매가 꿈꾸는 내용으로 진행됩니다. 전체 3막 중 1, 2막은 아이들이 자신과 닮은 가난한 집의 남매 헨젤과 그레텔이 집안일을 돕지 않고 놀기만 하다가 숲에 먹을거리를 구하러 나가고, 뒤늦게 귀가한 아빠가 숲이 위험하다면서 아이들을 찾으러 엄마와 함께 나가는 내용으로 기존 우리가 알던 동화 스토리의 이전 이야기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인지 긴장감이 좀 떨어지지만 후반에 등장한 아빠가 상당히 코믹해서 재미있었습니다. 3막이 우리가 알던 이야기로, 숲에 간 아이들은 모래요정 (바람돌이? 샌드맨!)과 천사들의 도움으로 편안한 밤을 보내고 아침에 이슬공주의 덕에 깨어나 과자로 만든 탑?!을 발견하는 익숙한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마녀는 가발도 바꿔쓰고 마술봉도 휘두르고 (호커스포커스!) 유머도 보여주는 멋진 연기로 인기를 한몸에 모으더군요. 과자의 탑과 일체화된 화로와 무대가 인상깊었고 마녀의 죽음과 함께 과자에서 아이들로 돌아온 합창단의 노래, 그리고 엄마아빠와 만남으로 이어지는 마무리도 즐거웠습니다.
두시간이 넘는 이야기였지만 꽤나 즐거운 구성이어서 후반은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었네요. 익숙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것을 보게 되면 이런 즐거움이 있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