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출장은 독일항공이라 볼 영화가 별로 없을줄 알았는데, 의외로 괜찮은 작품을 많이 구비해 놓았더군요.
1. 킹스 스피치
콜린 퍼스의 어딘지 맹하면서도 고집스런 모습이 영국왕 조지6세와 잘 어울립니다. 제프리 러쉬 역시 나름 강단있으면서도 능구렁이같은 언어교정사 라이오넬 로그 역에 딱이구요. 의외였던건 조지6세의 와이프로 나오는 (그러니까 나중의 왕비님) 헬레나 본햄 카터. 아, 왕족이면서 튕기기도 하고 다정하기도 한 양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해리포터의 벨라트릭스 레스트렌지의 모습과 비교해보니 전혀 다른듯 하면서 묘하게 겹쳐요.
왕족과 평민, 의사와 환자, 영국인과 호주인, 젊은이와 노인이라는 차이가 두 사람을 대비시키지만, 그 차이로 인해 서로를 다르다고 인식하고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친구로 인정하게 되는 과정,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말더듬이 치료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렇기에 아카데미도 두 사람을 인정해 준것이겠지요 🙂
2. 나니아 연대기: 새벽 출정호의 항해
영화화된 세번째 나니아 이야기입니다. 처음에 이 이야기가 영화화된다고 들었을때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이야기가 하나로 죽 이어진다기보다는 옴니버스식으로 각각의 이야기가 연결되는 형식이라 늘어질것 같다고 생각해서였는데, 의외로 탄탄하게 잘 엮어놓았습니다. 오히려 캐스피언 왕자보다 더 재미있게 봤네요.
유스터스도 책으로 볼때는 상당히 짜증나는 캐릭터였는데, 생쥐 기사 리피칩과 엮이면서 나름 괜찮은 캐릭터로 재탄생했군요. 루시와 에드워드, 캐스피언의 갈등이라든지 유스터스의 실수가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게 되는 에피소드도 좋았어요. 특히 마지막 바다뱀과의 일전은 상당히 실감나게 잘 표현했네요.
아마도 나니아 이야기가 더 영화화되기는 힘들거 같아 아쉽네요. 그래도 수작으로 마무리한것 같아 만족합니다 🙂
3. 트론: 새로운 시작
1982년에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미래사회를 묘사한 ‘트론’의 리메이크작입니다. 그래픽이 볼만하다는 이야기만 많이 들어 별 기대없이 봤는데, 역시 설정과 그래픽은 볼만하더군요. 이야기 자체야 스타워즈에 매트릭스를 섞어놓은 듯한 이야기라 (이제와서는) 진부했지만, 그것도 나름 패러디라고 생각하고 보면 슬쩍슬쩍 웃음을 흘리며 볼만합니다.
디지털 세계로 사라져버린 아버지를 찾겠다고 나선 아들이라든지, 아버지가 사이버세계의 영주(혹은 도사)가 되어있다든지, 잔인한 게임을 보고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든지, 전자인간 오토맨같은 탈것들이 사용된다든지, 거기에도 예쁜 여자애가 있어 사랑에 빠진다든지,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다든지 하는 전형적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래도 즐겁게 볼수 있는 한편입니다. 너무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
4.스위치
제니퍼 애니스톤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싱글맘을 꿈꾸며 정자제공자를 통해 아이를 갖고자 하는 캐시와, 캐시를 오랜동안 옆에서 봐온 ‘친구일 뿐인’ 순정남 웨일리가 주인공입니다. 여기에 정자제공남 올리버가 끼어들면서 7년 뒤 아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프닝이 펼쳐집니다. 뭐, 설정도 설정이지만 그냥 생각없이 봐야하는 영화인듯. 나름 웃긴 장면도 있고, 로맨틱 코미디다운 전형적인 전개이지만 설정이 계속 발목을 잡아요. 나중에 ‘그런 영화도 있었지’ 하고 지나갈만한 이야기. 제니퍼 애니스톤이 작품보는 눈이 없는건지, 이런 시나리오만 들어오는건지 모르겠네요. 더 좋은 연기를 보고싶은데 아쉽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