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冷靜と情熱のあいだ (2001)
감독: 나카에 이사무
주연: 다케노우치 유타카, 진혜림(陳慧琳)
원작: 에쿠니 카오리, 츠지 히토나리
음악: 엔야
“나는 과거를 뒤돌아볼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해 기대만 할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지 않으면 안 돼.”
– 준세이 –
…가슴을 후벼파는군요… -_-
일본 사람과 우리나라 사람의 감정은 참 비슷한 것 같습니다. 감독이나 저나 같은 남자라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자체가 준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군요. 하긴, 남자 입장에서는 여자의 마음만큼 알기 어려운 것도 없다고 하고, 영화화하는 입장에서도 무언가 미스테리스러운(?) 것이 필요하니까 남자 입장에서 서술하는 것이 편했을지도요.
영화를 보면서 내내 아팠습니다. 첫사랑인 아오이를 잊지 못하면서도, 또한 용서하지도 못하는 (그러면서도 아오이의 진심을 알지 못하는) 준세. 자신도 모르게 조반나의 마음을 다치게 한 준세. 사랑하는줄 알면서도 예전의 기억 때문에 메미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는 준세. 여자의 입장에서는.. 죽일놈..인가요. -_-
한결같은 모습, 재능있어보이고 냉정해보이는 모습은 사실은 살아가는게 서툰 모습이라는 대사를 듣고 뜨끔했습니다. 그런 경우를 많이 당하거든요. 그나마 타카시처럼 말은 대충대충 하지만 마음 따뜻한 친구가 없다면 정말.. 타카시는 영화의 유일한 코믹 캐릭터이면서도 마음에 드는 인물입니다. 말은 필요없고.. 직접 보시길! (역시나 다른 의미로 죽일놈..)
피렌체와 일본. 가본 곳이라 그런지(^^v), 두 장소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따스하고 편안하지만 가끔은 외로운 피렌체. 북적대고 건조하지만, 편한 친구가 있고 갈등때리는(!) 가족이 있는 일본. 물론 일본인의 유별난 유럽 선망의 시선이 곳곳에 배어나오기는 하지만, 그 느낌을 표현한 카메라의 시선은 참 좋았다는 생각입니다.
준세와 아오이의 사랑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겠죠. 그걸 알면서도 그걸 바라기에, 보면서 가슴이 아팠던 거겠죠. 약속의 날 1년 전에 아오이가 준비한 선물.. 그 치밀함에 화들짝 놀라기도 했지만, 사랑이란 건 그런 겁니다. 어디로 갈까, 무엇을 해야 하나 전전긍긍하면서 준비를 하고, 연인이 어떤 말을 해줄까,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대하면서 약간은 소심하게 기다리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만나는 사람도 있겠지만요).
가장 멋진 장면이면서 클라이막스는 두오모에서의 두 사람의 만남입니다.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서 이야기하는 두 사람.. 영어는 속마음을 감추고 명랑한 척, 괜찮은 척 하는 다테마에.. 일본어는 아오이/준세의 아픈 마음을, 좋아하는 마음을 살짝 드러내는 혼네. 너무 간지러운 표현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런걸 보면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거든요. 좋아요, 좋아~ ^^
자주 가는 씨네서울에서는 진부하다고 완전히 매도해 놓기는 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가슴을 후벼파놓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고자 하는 분들께 강추입니다.
p.s. 한 가지 마지막까지 찝찝했던 것은, 준세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어째서 돈만 알고, 어째서 게이샤(인가요?) 따위하고 졸졸 붙어다니고, 어째서 아오이를 내쫓았는지. 누군가가 그렇게 된 이유를 잠깐 언급이라도 해주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습니다만.. 조금 아쉽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