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휴일날, 다이하드 4.0을 보고 왔습니다. 원래는 그리 보고 싶은 생각이 많지 않았어요. 중고딩 시절의 액션 영웅이 늙어서 어기적거리는 모습을 보려니 씁쓸하기도 했고, 무슨 욕심이 나서 다시 명작의 제목을 들고 나왔나 싶기도 했구요. 무엇보다도 다이하드3의 어수선한 구성이 떠오른 이유도 있겠네요. 하지만 여기저기에서 이번 4편이 1편의 정신을 그대로 살린 수작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보러 가기로 했답니다. 마침 딱히 할만한게 없는 휴일이기도 했고 말이죠.
하지만 일단 영화가 시작되고, (물론 그때까지도 꽤나 괜찮은 액션이 많이 펼쳐지지만) 새끼해커 매튜를 구출해내 FBI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시간감각을 잃어버렸습니다. 정신없이 진행되는 이야기와 쉴새없이 닥쳐오는 여러 형태의 공격, 이를 막아내느라 온몸을 던지는 존 맥클레인 형사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하시더군요. 폭발 직전에 봉고로 뛰어들고, 폭발로 날아오는 자동차를 차 사이에 웅크려 피하고, 추락 직전의 엘레베이터와 비행기에서 탈출하고, 그 와중에도 무전기로 적 보스에게 이죽거리면서 테러리스트를 한명 한명 제거하고 헬기도 떨어뜨리고 말이죠. 아아, 이 액션의 향연이라니.. 키아누 리브스의 스피드는 저리가라더군요 🙂
3편이 정말 실망스런 점은 이야기가 너무 지리멸렬하다는 점이었어요. 전투(?)의 주도권을 맥클레인이 쥐지 못하고 범인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닌다는게 너무 짜증나기도 했죠. 그런 면에서 4편이 멋지게 부활시킨 맥클레인은 넓은 동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도 토마스 가브리엘의 정체를 하나 하나 까발리고, 일당을 하나 하나 제거하면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습니다. 딸을 구출한다는 목표 하나는 있으되 계획은 없이 들이대고 보는데도 말이지요.
어쨌든 두 시간동안 휴일 저녁을 화끈하게 불지르고 나온 느낌입니다. 이런 시원한 액션영화는 정말 간만이네요. 존 맥클레인 형사, 수고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