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어제는 공휴일이었고 내일은 주말인, 샌드위치 사이에 끼인 햄조각 같은 하루. 일명 ‘덤으로 얻은 하루’라는 샌드위치 데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일상적인 정의처럼 샌드위치 데이에 데이오프(day-off)가 되지는 않는다. 회사도 그럴 여유를 부릴 만한 사정은 아닐테고, 사람들도 이제는 그 정도로 마음이 느긋하지는 못한가보다.
그렇더라도, 역시 휴일 사이에 끼인 하루답게 일상은 느긋하게 흘러간다. 분명 오늘 시험에 들어갈 개발품이 있고 오늘 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왠지 느긋한 기분. 비 덕분일까, 아니면 샌드위치 덕분일까. 왠지 아침부터 정규 작업은 손에 잡히질 않아 그동안 귀찮아서 미뤄뒀던 일을 하나씩 처리한다. 한다고 티가 나지는 않지만, 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팀장한테 책잡혀서 구구절절 말을 들을만한 귀찮은 일. 당사자인 팀장도 출장중이고 뭐라 하는 사람도 없기에 평소같으면 하루종일 걸릴 일이 세시간만에 끝났다. 또다른 일도 한시간만에 끝. 이정도의 작업성을 보면 어제까지 몸살로 끙끙 앓던 사람이라 생각이나 할까?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한때의 기분이다. 비가 오기에, 조금 차분하기에, 팀장이 눈앞에 안보이기에 한번 기분이나 내본 것뿐. 엔진이 제대로 살아있나 시험주행을 한번 해본것 뿐이다. 아직까지는 튼튼해. 그럼. 하고 안심한다. 이제 다음주부터는 또다시 느긋하게 장거리 주행모드로 들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