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P. 나카야마 미호 (1970-2024)
어릴적 보았고, DVD와 음반도 있습니다만, 극장에서 이 작품을 보는건 처음이었네요. 30주년 기념으로 4k 화질에 번역도 다시 손본 버전으로 메가막스에서 관람했습니다. 몇번째인지 모를 재개봉이지만 이번이 특별한건 주인공 히로코/이츠키 역의 나카야마 미호 씨가 작년 말 갑작스레 사망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확실히 영상으로 볼 때와 극장에서 관람할 때는 몰입도나 세부에 대한 민감도가 달라진다는 느낌이 드는 관람이었어요. 처음 히로코와 이츠키의 어머니가 대화하는 묘소라든지 아키바가 작업하는 공간이 고베였다는걸 이번에 알았네요. 그래서 아키바가 간사이벤을 쓰고, 히로코도 종종 상황을 회피할때 사투리를 쓰는거였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오타루가 상당히 먼 곳으로 느껴지는 감각이 새롭기도 했습니다. 그 거리감이 있기에 히로코와 이츠키 사이에서 왕복하는 편지가 더 의미있게 느껴지기도 했네요.
그리고 예전 대비 시간이 지나면서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것도 한몫. 일본의 우편은 주소뿐만 아니라 명패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서, 이름이 맞지 않으면 배달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였다는 것. 이사를 갔거나 집이 없다면 배송되지 않았을 편지가, 주소 그대로 그 집에 ‘후지이’ 이츠키가 거주했기에 편지가 배송될 수 있었다는게 참 신기했겠구나 하고 공감할 수 있었기에 히로코의 긴가민가 흐뭇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마음이 더 잘 느껴졌어요.
감성적인 장면은 여전히 감동적이었고, 음악 역시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느낌. 중학교를 돌아볼때라든지 도서실에서의 미묘한 감정의 흐름이라든지, 사춘기 학생들의 밀당이라든지 일탈하는 행동 등도 저 시절이니까 그랬지 하는 마음도 참. 세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참 잘 느껴지는게 너무 좋았습니다.
어릴적 볼 때는 아키바가 참 못됐다 생각했는데, 마지막까지 보고 난 지금에 와서는 이제서야 공감이 된다 싶네요. 히로코의 마음이 정리되고 쏟아낼 수 있도록 계속해서 받쳐주고 이야기하고 기다려주는 마음이 절절. 마지막 눈이 가득한 벌판을 혼자 뛰어가 코트도 떨어뜨리는데 놔두고 바라봐주는 마음. 그리고 그런 것을 느끼고 알기에 맘놓고 걸어가 이츠키에게 마지막 말과 감정을 소리치고 쏟아내 해소하는 히로코의 감정. 여전히 좋은 작품이고 여전히 감동적인 장면이네요.
좋았습니다. 간만에 느껴보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감성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