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즐겁게 보았습니다. 트렌드에 맞게 VR(가상현실), 드론 등이 맹활약하는 SF네요. 정말 간만에 만나본 스필버그 영화이기도 하구요. 결말의 뜬금없는 셧다운제 드랍으로 이리저리 까이고는 있지만, 나중에 본다면 2010년대를 나타내는 오래된(?) 문물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이야기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주요 소재/배경은 라이트노블로 유명한 소드아트온라인이나 엑셀월드 등처럼 현실-가상현실 간을 넘나드는 세상입니다. 제임스 할리데이라는 이름의 매드사이언티스트(?)가 남긴 가상현실 속에서 이스터에그처럼 숨겨진 상금을 찾아나선 아이들과 대기업의 대결이에요. 돈과 물량을 투입한 거대기업 대 아이디어와 군중의 힘을 이끌어내는 주인공의 싸움. 그 가운데 가상현실에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장면들이 눈길을 잡습니다. 자동차 경주, 대규모 전투, 가상 무도회, 아바타 설정, 아이템 업그레이드, 홀로그램 미팅 등등. 스필버그답게 수위는 철저히 가볍게 가지만 말이죠.
하지만 그 이상 심각한 고민으로 들어가지 못하는게 감독님의 한계인지도 모르겠어요. 아니면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전혀 없이 청소년용으로 끝내려는 생각이셨던듯. 자이언트 로보, 아키라, 건담(!!) 등이 총출동하는 저작권을 넘어선 협상솜씨는 정말 감동적이었지만 그걸 통해 더 멋진 작품으로 뽑아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