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4 –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한길사 |
‘로마인 이야기 14’란 제목을 인터넷 서점에서 접했을 때의 첫 느낌은 ‘이제 한권 남았군!’ 이었습니다. 대학교 시절 공학관 1층 서점에서 발견한 1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를 무심결에 집어들고 읽다가 푸욱~ 빠져든 때가, 한니발 전쟁과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전쟁 묘사에 휩쓸려 밤새가며 책장을 넘기던 때가 어제같은데, 지금은 어느덧 10년 넘는 세월이 흘러 기혼 직장인으로 변해 있다니. 세월님, 참으로 무심하시군요.
로마의 세월도 흐르고 흘러, 너무나 이상적으로 보이던 각종 체계들도 여기저기가 허물어질대로 허물어지고, 반짝반짝 세련된 모습으로 연상되던 책 속의 인물들도 이제는 지치고 힘든 모습으로 머리속에 떠오릅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뒤를 이은 죄로 그 그림자 속에서 아버지의 뒤만 바라보았던 콘스탄티우스, 수많은 역경을 거쳐 자신의 자리를 찾아 새로운 로마를 꿈꾸었던 배교자 율리아누스, 그리고 특이하게도 황제가 아니면서도 황제를 누르고 챕터 제목에 이름을 올린 암브로시우스 주교. 그들이 고민하고, 행동하고, 때로는 실수하는 모습이 여전히 힘찬 필치로 책 속에서 움직이는게 느껴집니다. 역시 시오노 나나미랄까요.
가장 아쉬웠던 사건은 역시 율리아누스의 개혁이었습니다. 어릴적부터 그리스 철학에 심취했던 인물답게, 로마 제국의 균형과 과거, 미래를 그려보았음에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게 되는 황제였죠. 마치 고려시대의 공민왕을 보는듯한 느낌이랄까요. 그를 마지막으로 제국다운 제국의 모습은 종결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종교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죠. 여기서 암브로시우스 주교가 등장해 자신의 정치적 능력으로 황제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어찌보면 고려의 신돈같은 모습이지만 그보다 더 뛰어났던 인물인지도요. 세상을 바꾸는데 성공했으니 말이죠.
암브로시우스 주교가 지배했던(?)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타계하면서 이제 두 로마의 시대가 열립니다. 동로마/서로마 제국이 다른 길을 걷게 되는 것이죠. 이제 마지막 권, 차분한 마음으로 로마의 마지막 발길을 지켜보고 싶네요. 좋은 마무리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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