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5 –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한길사 |
15년에 걸친 기나긴 여정이 막을 내렸습니다. 후기에서 역자도 언급했지만, 작자인 시오노 나나미 여사는 50대에서 이제 70대가 되었고, 저도 어느새 대학생에서 중견 직장인이 되었군요. 몇년 전만 해도 겨울이 되면 영화로는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 책으로는 로마인 이야기를 주기적으로 기다리곤 했죠. 하지만 어느새 반지의 제왕도 완결, 해리포터는 제작기간이 길어져 다른 계절로 옮겨가고, 로마인 이야기도 마무리되었습니다.
발매 초기, 페리클레스, 한니발&스키피오, 카이사르 등의 인물을 통해 흥미진진하면서도 무서울 정도로 성장해나가던 로마가, 아우구스투스와 5현제 시대를 지나고 기독교 시대를 거쳐 이제 긴 생애를 마무리해나갑니다. 게르만족에 이은 훈족의 침입, 그리고 갈리아와 브리튼, 게르마니아의 상실, 연이은 히스파니아와 북아프리카의 상실. 그리고 로마 침탈로 이어지는 과정은 처참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 멸망은 카르타고처럼 화려한 것이 아니라, 어느새 스리슬쩍 사라져버리고 만, 신기루같은 마무리였죠. 아더왕 이야기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아발론을 닮았다고나 할까요.
누구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로마는 인재가 없어 멸망한 것이 아니라 인재는 있었으나 그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능력이 사라져 멸망한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오도아케르나 테오도리크란 인물들은 충분히 로마를 경영할 만한 사람들이었어요. 하지만 그들은 로마의 이름을 잇는데는 실패합니다. 사람, 시스템, 정세 등이 복합적으로 끝을 향해 가고 있었기에, 몇몇의 힘만으로는 그 흐름을 되돌릴 수 없어서였을까요.
중세를 향해 시대의 흐름이 바뀌면서 로마인 이야기는 마무리되었습니다. 현대가 그 암울했던 시기를 거치면서 이어진 시대라 생각한다면 참 미묘한 느낌이 드네요. 어쨌든, 로마 이후의 시대가 펼쳐지면서 생겨나는 이태리의 도시국가들이 있기에 또다른 이야기가 생겨날 수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베네치아의 스토리가 거기에서 펼쳐지니까요. 간만에 바다의 도시 이야기나 한번 다시 볼까 하는 생각입니다. 로마 제국, 그리고 이야기를 끝까지 마무리지어 주신 시오노 나나미 님, 그동안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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