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곰출판 |
상당히 독특하면서 흥미로운 독서였습니다. 살다보면 별별 책이 다 베스트셀러가 되는걸 보기는 하지만서도, 그런 책들은 보통 흡입력이 엄청나거나 손을 뗄 수 없다거나 하는 경우가 보통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그럼에도 분명히 보통의 학술서적이나 자서전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게, 쉽게 읽히거나 빠져들거나 하지는 않지만 몰랐던 사실을 제시하는 방식이나 자신이 자료를 조사하면서 겪은 감정의 담담한 서술, 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한 것을 깨뜨리는 학계의 진실 등이 후반에 펑펑 터져나오면서 느끼는 쇼크가 간만의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킨게 아닌가 싶네요.
우선 묘사되는 이야기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생소한 인물에 대한 묘사. 어릴 적 자라온 환경이야 위인전스러운 묘사라고 하지만 어찌보면 찐따같은 소년이 생물학에 관심을 가지고 사명감을 가슴에 새겨가며 어류의 채집과 학명 부여, 그리고 계통 분류를 이뤄가면서 스탠포드 총장을 역임하는 자리에까지 오른 스토리였네요.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새로운 인물 소개로 생각했습니다만..
다음에 이어지는건 이 사람의 음모와 흑역사. 스탠포드 대학의 창립자 부부와의 갈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합법적인 행동, 그리고 독선. 또한 자신의 믿음을 과신한 나머지 우생학의 주창자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가두고 강제 수술까지 시킨 비인간적인 백인우월주의자의 모습은 쇼킹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이 사람이 평생을 두고 진행한 어류 계통도의 결정적인 오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를 그제서야 알게 되는 이 이야기는 정말 충격이었네요. 모두가 그렇다고 알고 있는 사실이 사실은 다수의 믿음에 의존한 취약한 이야기였다는건 많이 있었지만, 어류라는 계통 자체가 그렇다는 것은 정말 신기하고도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한 권의 책을 통해 뒤늦게 알려질 내용인가 하는 것은 정말.. 신기하고도 섬뜩하네요.
과연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사실 중 실제로 그렇지 않은게 얼마나 많이 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독서였습니다. 재밌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