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캐츠를 보고 왔습니다. 회사도 바쁜 와중에 겨우겨우 시간 내서 국립극장까지 오려니 쉽지 않더라구요. 8시 공연이었는데 2호선→3호선으로 갈아타고 동대입구에 내려 사람들 꽉꽉 들어찬 셔틀버스 한대 보내고 다음 차를 겨우 타서 국립극장에 도착했어요. 한참 늘어서 있는 매점 줄 기다려 츄러스와 생수로 허기를 때우고 드디어 입장,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봤던 다른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들-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과는 달리, 캐츠는 무대의 변화가 거의 없더군요. 단지 복작복작 다양한 젤리클 고양이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노래하고, 뛰놀고, 가끔씩 싸우고 도망치고 하는 이야기들. 하지만 고양이들 하나하나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것은 역시 각본의 힘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리고 노래 – 하이 톤이면서도 묘하게 잘 어울리는 독특한 화음의 노래들 또한 역시 웨버의 뮤지컬이구나 싶었네요.
하지만 가장 눈에 들어오는 특징은 역시 춤. 예전 점프를 볼 때, 마셜 아츠를 응용한 점이 눈길을 끌었듯이 캐츠에서는 아크로바틱 댄스(?)가 시선을 모읍니다. 유연하면서도 날렵하게 구르고, 점프하고, 재주넘는 고양이들의 동작이 관객들, 특히 서양 관객들을 끌어모은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보게 되더라구요.
캐릭터 중에서는 히트곡 메모리를 부르는 그리자벨라도 좋았지만, 역시나 당당하고 자신감넘치고 잘난척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럼 텀 터거가 역시 최고였습니다. 사자갈기를 달고 암코양이들을 가득 거느리고 다니며 뽐내는 그 모습이라니.. 어찌보면 페로몬을 펑펑 흘리고 다니는 캐러비안의 해적이라고나 할까요. 그러고보니 캐츠를 영화화한다면 역시 조니 뎁이려나.. ^^;;;
어느새 세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즐거운 공연이었습니다. 특히 2막은 언제 지나갔는지 정말.. 하지만 끝나고 나서 교통편이 좀 불편해서 아쉽더군요. 극장측의 성의가 필요해요~ 다른 공연은 가능하면 국립극장보다는 다른 공연장을 이용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