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미술관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조원재 지음/블랙피쉬 |
생각보다 꽤 괜찮았던 미술사 이야기였습니다. 야사 중심의 가벼운 이야기들이 나열되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진지하게 – 하지만 일반 미술사에서 놓치기 쉬운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저자의 솜씨가 좋았네요. 고흐, 드가, 세잔, 마네, 모네, 피카소 등 익히 알고 있던 화가들을 다루면서도 이들이 왜 그런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 실제 생활과 그 때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된 시대적/개인적 배경은 무엇이었는지를 인간적인 관점에서 보고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고흐와 압생트. 압생트라는 술을 좋아했다는 것과 고흐가 알콜중독이었던 것은 알려져 있지만, 고흐 작품의 강렬한 노란색이라든지, 불타는 듯한 화면이 압생트 속의 유해물질 때문이었다는 점, 그리고 고흐가 귀를 자른 것 역시 이로 인한 환청 때문에 견딜 수 없어 그랬던 것이라는 점 등등이 새로왔네요. 고갱이 왜 그리 원시로 돌아가고 싶어했는지, 클림트전에서 봤던 새로운 시대와 전시회의 선언이 왜 그렇게 중요한 의미였는지 등등의 의문이 이 책을 보면서 풀리게 되었어요.
또 새로왔던 점은 뒤샹. ‘샘’이라는 작품으로 레디메이드 아트가 머리속에 박혀 있었는데, 교과서에도 많이 나오던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의 작가가 바로 그 뒤샹이었다는 것 역시 충격이었네요. 뭔가 동네별로 지도가 있었는데 걷다보니 이동네의 이 길이 그동네의 그 길과 이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정말 사람이 살아가는 삶과 글로 쓰여진 역사, 그리고 머리속의 기억이란 것이 따로따로 놀다가 이어질 때의 쾌감이란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2부로 한국미술 편이 나왔던데, 과연 이 쪽에서는 어떤 놀라움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됩니다. 별거 없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기를 바래보며 또한번 즐겁게 읽어본 후 감상 남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