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인생과 같다고들 하지 – 윌리엄 알렉산더 지음, 김지혜 옮김/바다출판사 |
편안하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라고 해서 집어든 책입니다. 작가인 윌리엄 알렉산더는 매해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그 경험을 글로 남기는 독특한 스타일의 전업 작가인가봐요. 이 책을 쓰기 전에는 정원을 가꾸는데 한 해를 쓰기도 했고, 프랑스어를 배우느라 한 해동안 고군분투하다가 포기하기도 했다고 하지요. 이 책은 그 다음으로 완벽한 한 덩이의 빵을 만들기 위해 52주 동안 매주 한 번씩 빵을 구운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빵을 굽기보다는 전통적인 빵, 곧 밀과 이스트, 소금만을 가지고 빵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어요. 어떤 식당에서 맛본 빵에 반한 작가는 자신에게 가장 맞는 레시피를 찾아다니고, 유명한 제빵인의 강의를 듣기도 하고, 심지어는 가장 좋은 밀을 찾기 위해 직접 밀을 재배하기도 하며 결국 파리의 유명한 호텔 베이커리에서 제빵 코스를 수료하고 전통 수도원의 제빵실에서 수도사들을 위해 빵을 굽기까지 합니다.
사실 초반 2/3는 상당히 지루합니다. 계속 빵을 굽지만 왠지 마음에 들지 않고, 왜 딱딱해지는지, 왜 기포가 생기지 않는지, 왜 반죽이 질척질척한지, 의문만 계속 들고 전문가들은 나쁘지 않다고만 합니다. 하지만 빵도 설렁탕이나 덮밥 소스처럼 비전의 원료를 계속 관리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밀가루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그 안에 비타민과 니아신 등의 필수요소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 오븐에서 굽는 중 충분한 수분이 공급되어야 한다는 것, 대량을 빵을 만들 때 각 요소의 비율 관리 및 시간 관리가 필수적이란 것 등을 그 과정에서 배우게 되지요.
그리고 마지막 1/3은 그 하이라이트로 작가가 별 생각 없이 프랑스의 전통깊은 수도원에 보낸 메일 덕에 제빵사로 초빙받으면서 시작됩니다. 여러 시도 덕분에 뉴욕 제빵 대회에서 2등까지 하기도 한 이력이 있지만 수도사와 손님들을 위해 일주일간 먹을 빵을 공급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죠. 노르망디의 수도원에 도착하면서 자신과 가족들을 위한 정도의 간단한 빵을 생각했지만, 수도사들의 매일매일의 일정에 영향을 덜 주면서 반죽과 발효, 굽기를 일정 사이사이에 할 수 있는 레시피를 설계하고 그 수도원을 위한 빵 레시피를 새롭게 만들어 주면서 작가는 수도원과 자신 모두에게 새로운 빵을 만들어주면서 새로운 단계에 도달하게 된 느낌이네요.
이 책을 읽기 가장 좋은 방법은, 한권을 끝까지 읽어야지 하기보다는 침대 옆에 놓고 짬짬이 유머에 웃기도 하고 실패에 씁쓸해하기도 하면서 천천히 읽어나가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다 보면 작가의 긴 시간 동안의 고민과 최후의 성취감, 그리고 일상으로의 복귀가 잘 느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