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 맥주 유럽 역사를 빚다 – 고상균 지음/꿈꾼문고 |
어쩌다보니 계속 읽어보게 되는 술 관련 책입니다. 유럽 역사와 맥주의 역사를 함께 돌아보면서, 왜 수입 맥주 중 수도원의 이름이나 성자의 이름을 딴 맥주가 많은지, 맥주가 유럽의 종교사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비싸게 판매되는 트라피스트 맥주는 다른 맥주와 어떻게 구분되는지 등을 (목사이기도 한) 작가의 썰과 함께 풀어나가는 책입니다.
내용상으로는 상당히 재미있는 책이었어요. 유럽의 물이 워낙 석회가 많고 탈이 나기 쉬운 성분이라 보존성이나 건강을 위해 동네마다 양조장이 있어 술을 물 대신 마시는 일이 많다는 이야기는 알았지만, 수도원이란 조직이 카톨릭에서 공인되면서 자급자족을 하게 되어 자체적으로 제빵과 양조를 함께 하게 되고, 기록과 전수가 잘 이루어지는 닫힌 조직이다보니 계속 술의 품질과 맛이 좋아진 점, 그리고 기독교 행사나 축일과 관련해서 특별한 레시피가 개발되고 수도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에 의해 입소문이 퍼져나간 것이 수도원 맥주의 시작이라는 것 등등.
이에 더해 지배층의 효율적인 통제를 위해 종교를 활용하게 되면서 수도원이 양조에 있어 재료나 판매 면에서 특혜를 받게 되고, 어찌 보면 지역적인 독점 구도를 통해 계속 고유의 재료를 쓸 수 있었던 점도 이야기됩니다. 전체적으로는 수도원의 역사와 종교의 지배층과의 결탁, 전쟁을 겪으면서 다시 부활하게 되는 형태가 기존 고유성으로의 회귀인지 혹은 전면적인 사업화인지에 따라 맥주 생산의 특성이 달라지게 된 등 역사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게 된 면도 있었네요.
반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문체 자체는 좀 닭살돋는 아재 풍이라 상당히 껄끄러웠습니다. 얇은 책이었음에도 빨리빨리 읽고 치우고 싶었던 건 술자리에서 자기 지식 자랑하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야 하는 – 재미있음에도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기분이었달까요. 그래서인지 나중에 필요하면 그 부분만 따로 보던지 찾아봐야지 하는 마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