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한국사 – 주영하 지음/휴머니스트 |
SNS에서 보고 관심이 생겨 도서관에서 빌려보게 된 책입니다. 상당히 학술적인 접근으로 우리들이 ‘한식’ 혹은 ‘전통 먹거리’ 라고 알고 있던 메뉴들의 기원을 찾아보고, 그 대부분이 20세기 이후 다양한 정치역사적 상황 하에서 정착된 것이라는 사실을 풀어내고 있어요. 사실 식사를 돈 받고 판다는 개념 자체가 어느정도 인구의 이동량을 전제로 하여 성립되는 사업이라, 조선시대에는 일부 계층만 수요가 있었기에 주막 등에서 국밥 정도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고 하면, 근세에 와서 상업과 기술의 발달, 그리고 일제하에서의 식재료의 이동과 수탈, 전쟁으로 인한 식품 확보, 세금을 거두기 편리하기 위한 생산자의 제한 등의 환경과 이로 인한 현재의 모습 등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가장 단순하게는 축산(소,돼지,닭 등)의 기업화로 다양한 고기가 대량으로 공급되면서 육개장, 삼계탕, 설렁탕, 갈비 등이 대중화되는 모습, 중국에서 전래된 호배추와 당면 등이 기업화되어 생산되면서 달라진 김치와 잡채의 모습, 고급 메뉴에서 대중 메뉴로 변화한 순대, 식생의 변화로 재료가 바뀐 과메기(청어→꽁치), 예전과 맛이 달라진 간장과 소주 등 새로운 사실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다만 그만큼 두꺼운 분량을 각오해야 하기도 하구요.
생각해보면 부모님 세대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세상은, 고급 식당은 요리옥(요정이라고도 했던)이 있었고, 식재료는 대표 브랜드/기업(샘표간장, 해태제과, 등)이 있었으며 늦은 근무 후에는 대폿집에 가서 특정 회사의 주류 (OB맥주, 진로소주 등)을 즐기는 생활이었어요. 그 기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고, 현재 변화중인 세태 (프랜차이즈 빵집, 치킨, 커피 등)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생각해보게 해주는 책이었네요. 조금 더 생각해보면 식탁 위의 세계사도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일 것 같은데, 그런 책이 있을지 함 찾아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