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백은의 언덕 검은 달 1~4 세트 – 전4권 –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외 옮김, 야마다 아키히로 일러스트/엘릭시르 |
2003년 십이국기를 처음 접하고 좀더 알고 싶어 책을 찾아보고 하던게 어제같은데, 그리고 단편집인 히쇼의 새가 겨우 번역되어 나온게 2015년, 그리고 8년의 기다림 끝에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어요.
이야기의 주인공은 대국의 기린 타이키. 91년 외전격으로 나왔던 마성의 아이 이야기에서 등장했던 타이키이니, 하나의 에피소드를 마무리하는데 무려 3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셈입니다. 2부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 편에서 타이키의 어린 시절이 이야기되었죠. 기린으로 태어났으나 봉래로 흘러가 자라는 바람에 여러 기린과 왕들의 힘으로 구출되어 봉산으로 온게 10살 때, 그리고 리사이와 교소를 만나고 왕기가 어떤 것인지, 기린으로서의 능력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고 교소를 왕으로 선택하여 대국의 부흥을 위해 이동하게 됩니다.
하지만 갑작스런 교소와 타이키의 실종으로 이번 편이 시작됩니다. 화적을 진압하기 위해 군을 움직이던 교소가 실종되고, 이어서 궁에 있던 타이키도 아센의 반역으로 뿔을 잃고 명식을 일으켜 다시 봉래로 돌아갑니다 (이 때의 이야기가 바로 처음 나온 마성의 아이). 경왕과 안왕의 협력으로 십이국으로 돌아온 타이키는 리사이와 함께 몰래 대국으로 귀국하고 교소를 찾아 헤매게 되죠. 이미 실종된지 6년이 지났지만 반역한 아센은 정사를 돌보지 않고 많은 신하들이 혼을 잃고 꼭두각시같아지는 병으로 나라는 시름시름 앓고 있는 상황.
그러나 6년 전 당시 교소를 믿고 지켜온 군사들, 신하들, 그리고 교소의 은혜를 수십 년간 잊지 않고 지켜온 문주 철위 사람들의 희망 속에서 리사이는 사람들을 모을 수 있었고, 타이키는 백성을 지키고자 궁에 들어가 아센에게 고개를 숙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갑니다. 그리고 드디어 교소가 갇혀있던 굴 속에서 탈출하고 리사이와 합류하여 안으로 건너가 지원군을 요청하고자 하지만 치열한 전투 중 아센에게 잡혀 죽음의 위기에 처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타이키와 리사이는 교소를 구출할 수 있을 것인지..
장장 네 권에 달하는 분량에 걸쳐 주인공들을 고생시키는 오노 후유미 님의 글솜씨는 더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네요. 그럼에도 타이키가 걱정되서 짬나는대로 한권씩 읽어나가는 가운데 사람들의 평이나 감상은 계속 올라오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한숨 푹 쉬고 대국은 참 고생 많았지만 이제 새롭게 일어나는데 백성과 신하, 기린과 왕 모두 고생한 만큼 모두의 지지를 받으며 열심히 나라를 일으켜 나가겠구나 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어 좋았네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십이국기가 나올 때면 우리나라 현황이 겹쳐보일 때가 많아 무섭기까지 합니다. 교소를 질투해서 나라를 빼앗았지만 나라를 다스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전임자의 업적을 지우기에만 급급한 아센의 모습이라던지, 명령이 내려오면 그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고 시킨대로 영혼없이 실행만 하는 모습, 생각하는 사람들을 내치고 꼭두각시같은 사람들만 쓰고 버리는 모습 등등. 우리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교소와 타이키, 리사이같은 사람들의 힘으로 이런 시대를 극복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